<마음 속 유리조각 다듬기>
누구나 가슴속에 유리조각 하나씩은 품고 산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숨길 수밖에 없는 유리조각을 품고 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게 된다.
마음속에 있는 유리조각을 생각할 때면 나도 모르게 따끔하다. 손에 직접 찔린 게 아닌데도 고통이 느껴진다. 언제부턴지 알 수 없을 만큼 함께한 유리조각은 어느 순간부터 나와 하나가 됐다. 유리조각을 품고 살면서 나도 모르게 이유 없이 찔릴 때가 있다. 그래서 고통을 느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특정한 상황, 우연히 듣게 된 말(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 스치듯 읽게 된 문구 등 다양한 것들이 잊혔던 유리조각의 존재감을 상기시킨다.
유리조각에 찔리지 않기 위해, 그 자리를 지나가지 않기 위해 우리는 심리적 방석을 깔고, 이불을 덮어놓지만 결국 찔리고야 만다. 유리조각은 마음의 방에서 뒹굴 뒹굴 굴러다니며 어김없이 팍 하고 꽂힌다. 유리조각을 치우면 될 텐데 나는 오랫동안 치울 생각을 못했다. 치워버릴 수 있는 존재라는 것도 몰랐다. 평생 품고 가야 할 거라고 생각하며 들키지 않기 위해, 찔리지 않기 위해 숨기고 또 숨겼다.
그러나 어느 순간 유리조각은 존재감을 부각하며 팍 하고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방석을 아무리 깔아도 그 위로 뾰족하게 올라와 상처가 났다. 과거의 나는 상처받는 게 두려워서, 유리조각을 마주하는 게 고통스러워서 더 두꺼운 이불과 방석을 깔고 앉아 휘청 휘청 흔들렸다. 그런 일들을 수 없이 반복하며, 오늘을 맞이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그 유리조각을 치우기로 마음먹었고, 용기를 냈다. 치우면 될 텐데, 버리면 될 텐데 뭐 그리 좋은 거라고 그렇게 가지고 있었을까.
유리조각 덕분에 배운 것들이 많다. 상처는 덮어 놓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과 상처는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뾰족해서 상처를 냈던 유리조각이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원석이었다는 것도 알았다. 유리조각의 부산물을 치우고, 다듬으면서 어느 순간 유리조각은 아름다운 보석이 되어갔다. 그리고 과거의 유리조각은 오늘의 보석이 되어 빛에 따라 무지갯빛 광채를 내며 나를 비춰 준다.
유리조각을 삼키며 살았던 과거, 유리조각을 밟아 피 흘리던 마음의 방에서 나는 이제 보석이 된 유리조각을 손가락에 끼운다. 정말 아름답다. 유리조각 덕분에 나를 이해하고, 치유하고, 타인을 사랑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이제는 유리조각이 밉지 않고, 고맙다.
오늘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품고 있는 유리조각이 나를 더 아름답게 해 주는 보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도 그 보석의 존재를 알려주고 싶다. 불완전해서, 아파서, 사랑이 많아서, 사랑받고 싶어서 우리는 더 아름다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나와 소중한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다.
오늘도 파이팅. 나를 아프게 했던 유리조각은 이제 나를 더 이상 아프게 하지 않고,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유리조각을 내가 사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