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한낮의 행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쩌다 보니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름 인생에 굴곡이 많아서 좋은 곳,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는 것보다 안전한 곳에서 조용히 생활하는 게 편안해졌다.

언젠가 블로그 글에 밝힌 적이 있는데, 어린 시절부터 복잡하게 살았고, 게다가 이십 대엔 사이비 종교에 빠진 가족, 친인척과 대단한 종교 싸움이 있었고(덕분에 나는 사람을 못 믿게 됐었다. 정말 고통스러웠다.) , 20대 중반엔 살인 사건 피해자가 돼서 불구가 될 뻔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너무 많이 다친 피해자로 뉴스와 기사 등에 났었다. 벽돌로 죽기 전까지 가격 당했기 때문에 뒷 통수가 사선으로 열렸었다. 그럼에도 뇌에 장애가 남지 않았다. 장애가 없는 건 정말 천운이라고 했다. 지금도 그 사건을 이야기하시거나 사건 기록부만 보신 강력부 형사 분들은 내가 멀쩡(?)한 걸 의아해하신다. 그래서 나는 어딘가 좋은 곳에 여행을 가자고 해도 거절할 때가 많다.

좋은 사람, 좋은 곳, 맛있는 먹거리를 싫어한다기보다 그냥 편안하고 조용한 곳에서 책을 읽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안하다.

MBTI 검사(전문기관에서 돈 주고 했다.)에서 나는 딱 중간에 머물러있다. I와 E의 중간. 태어났을 때는 분명 극에 닿은 E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정말 중간이다. 기분에 따라 나는 E 이기도 하고 I 이기도 하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엄청난 외향형 인간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너무 내향형 인간이라 조심스럽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심지어 내향형 인간처럼 보이는 나를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그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거나 혹은 기분이 좋지 않았거나였을 거다.  덕분에 성격을 고쳐야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참.. 할 말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극 외향형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대단한 활동가다. 이 부분은 내 남편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는 내게 항상 '너는 사업을 해야 해.'라는 이야기를 할 때가 많다. 어릴 때 내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못 말리는 말괄량이였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곤 했다. 할 말 다하고, 하고 싶은 건 다 하려고 하고, 못 말리는 아이였을 거다.  

내향형 인간으로 근 2년을 살다 보니 내향형 인간으로 사는 게 정말 편안하게 느껴진다. 복잡한 인간관계도 없고, 시간을 내 나름대로 쓸 수 있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취미 생활도 하고, 좋은 강의도 많이 듣는다. 성장과 발전을 제1원칙으로 삼아 살아가는 인간이라(레이달리오의 원칙 책을 통해 내 원칙들을 알게 됐다.) 집에 있어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오직 가만히 있는 순간은 잘 때뿐이다. 그래서 이런 내가 피곤할 때도 있다. 뭔가를 해야 하고, 이루고 싶은 나를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다. 덕분에 시험 실패는 내게 있어 가장 큰 상처가 됐지만, 실패 덕분에 더 많이 정리하고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된 시간을 보냈다. 인생에서 이렇게 고귀한 시간이 또 있을까 싶다. 더 이상 뭔가를 해야만 한다고 해줘야 한다고 내게 뭘 맡겨 놓은 사람들처럼 달려들던 가족과 친척들도 정리할 수 있었다. 친구 관계들도 모두 정리했고, 무엇보다 그때는 그냥 편안하게 눕고 싶었는데 정말 오랫동안 누워있을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맨홀 땅에 떨어진 것처럼 아주 깊게 내 안으로 잠식됐던 시간이었다. 그 시간들을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금과 같은 시간이었다.

말이 길었다. 주말이 되자 토오루는 집에 있고 싶다는 내 손을 잡아끌어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맛있는 걸 먹자고, 좋은 곳에 가자고 차에 태운다. 집에서 가만히 에어컨 아래에 앉아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겠다는 나를 데리고 집을 나선다. 토오루는 일주일 동안 집 밖 출입이 거의 없는 나를 주말에라도 데리고 나가야 한다며 아침부터 준비를 시킨다. 근 2년의 생활 덕분에 나는 집 밖 출입이라고 해 봐야 옥상에 앉아 홀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될 때가 많다. 그게 아니면 카페로 아이스커피를 사러 나가거나. 이것마저 토오루가 나가자고 손을 잡아끌어서 나간 거다.

토오루가 데리고 간 곳은 자동차로 40분이나 이동해야 하는 곳이었다. 먹을 것에 진심인 사람들은 그렇게 멀리 나가서 바람도 쐬고 밥도 먹고 기분 전환을 한단다. 나가면서 툴툴 대긴 했는데 막상 가서 땀을 흠뻑 흘리며 걷고 기분이 좋아졌다. 오랜만에 집이 아닌 곳 하늘도 보고 맛있는 밥도 먹고, 산책을 했다. 산책을 하다 발견한 나비가 정말 예뻤다.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토오루 님이 옆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줬다. 아름다운 나비, 확 트인 하늘, 잔잔하게 맡아지는 풀 냄새와 나무 냄새. 기분이 맑아졌다.

모든 행운이 내 것인 듯, 나는 아름다운 행운과 선물을 가득 받았다. 기억에 남기기 위해 사진을 많이 찍었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와 사는 삶이 참 고맙고 행복하다. 같이 놀러도 가고, 맛있는 걸 먹고, 싫은 사람 욕도 한참 같이 하고, 서로 선물도 사주고. 즐거운 하루들을 매일 채워 나간다.

나는 참 행운을 가득 가진 사람이다. 앞으로는 더 많은 선물을 받게 되겠지. 고맙고 행복한 날을 이곳에 적어 둔다.

고맙습니다. 하나님. 고마워요. 토오루. 덕분에 나는 참 행복한 사람으로 산다. 매일.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행복과 행운
#행운을 가득 가진 사람
#고마워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