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바라보다>
마음의 숨을 쉬고 싶은 날이면 옥상에 올라가 텐트 의자를 펴고 앉아 있곤 한다. 오랜만에 옥상에 올라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삼십여 개는 족히 돼 보이는 반짝이는 별과 선명하게 반짝이는 달님을 봤다. 사진에 담아보려고 했지만, 내가 보고 있는 하늘을 사진이 담아주지 못했다. 그래도 사진 덕분에 그날의 하늘을 떠올릴 수 있다. 가을 냄새와 시원한 바람, 아름다운 하늘 아래 존재하는 내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져서 답답한 기분이 사라졌다.
가끔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곤 한다. 행복도 개개인마다 정의가 분명 다를 거다. 사람에겐 각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것, 삶에서 이루고 싶은 것, 가장 소중한 것들이 모두 다르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들을 떠올리다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뒹굴고 뒹굴어서 뭉텅이가 되어 툭 하고 떨어진다.
행복이 뭐 별거야? 오늘 평안한 게 행복이지. 먹을 게 있고, 잘 곳이 있고, 씻을 수 있고, 숨 쉴 수 있는 게 행복이지. 라며 다시 별을 쫓았다. 나는 이제 너무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어서 행복이 당연한 게 된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감사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옥상에 텐트를 쳐 놓고 매일 텐트 안에서 잤다. 그리고 해가 뜨면 방으로 내려가서 부족한 새벽잠을 마저 잤다. 멀쩡한 집을 놔두고 불편한 잠을 굳이 고수한 이유는 편안과 평안이 익숙하지 않아서였다. 오랫동안 불안과 불편이 당연하다가 편안과 평안이 삶을 덮쳐와서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러니 행복을 행복으로, 감사를 감사로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하늘을 보면서 가만히 주변을 둘러봤다. 볼 수 있는 게 참 감사하는구나. 숨 쉬고 있다는 게 너무 좋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건 기적이구나. 감사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갑자기 벅차다. 이렇게 많은 것을 받아도, 누려도 되는 것일까? 불안이 고개를 쳐들고 나를 바라본다. 불안했구나, 아팠구나, 괜찮아. 불안해하지 않아도, 이제 나는 나를 더 이상 불안하고, 아프게 버려두지 않을 거니까. 라며 고개를 든 불안을 다독였다.
멀리서 해가 천천히 존재감을 과시하며 하늘을 물들였다. 그걸 보고 옥상에서 내려왔다. 시계를 보고, 곧 일어날 남편을 거실에서 기다리면서 따뜻한 차를 한 잔을 마셨다. 차 한 모금을 넘기면서 오늘의 사랑과 평안을 선물해 주신 하나님과 토오루(남편)님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나는 이제 행복이 기본값인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누가 뭐라든,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무엇을 갖든 가지지 못했든 나를 더 이상 미워하지 않을 거야. 라며 부드러운 이불에 몸을 푹 담갔다. 이불의 보드라움이 달콤하게 살결을 감쌌다.
살아있는 건 참 좋은 거라는 걸. 이제는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