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자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것.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이다. 하고 싶은 게 뭔지 오랫동안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고민하고, 기도하고, 생각하고, 찾아보고. 그런 일을 몇 년간 하다 선택한 길에서 철저하게 실패했다. 내 인생에 들어온 빨간 불에서 나는 멈춰있는 것일까. 실패한 것일까. 매일 흘러가는 하루들 속에서 예전을 떠올려봤다. 내가 뭘 하고 싶었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지?
하는 것마다 빨간 불이 들어오는 삶을 10년 넘게 경험했더니 무엇을 해도 되지 않을 거라는 강박증이 생겼다. 강박증은 두려움을 가져왔고 두려움은 혼란 속에 나를 가뒀다. 그때 내가 했던 건 바로 성과가 보이는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이었다. 내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남을 돕고, 남의 삶을 책임지는 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바로바로 보이는 성과와 만족, 인정에 엄청난 기쁨을 얻었다. 가짜 기쁨, 가짜 행복 속에 오랫동안 나를 머무르게 했다. 그리고 그 행복의 가면이 천천히 벗겨져가면서 나는 더 깊은 고독과 외로움, 두려움 속에 갇혔다. 그때의 나는 타인이 나를 원하면 그곳이 어디든 뛰어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매일 타인의 삶에 필요한 것들을 알아서 걱정하고 채워줬고(걱정하게끔 필요한 것을 노래하듯 채워줄 때까지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타인의 사업을 무료로 돕고, 무료로 과외를 하고, 너무 저렴하게 과외를 해줬고(시간과 돈을 오히려 더 많이 쏟아부었다.), 주말엔 아동보육시설(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루 종일 하고, 일요일엔 교회에서 봉사를 했다. 그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일들을 쉬지 않고 매일 체크 리스트를 채우는 것처럼 해 댔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의 나는 주말이 되면 죽은 듯이 잠만 잔다. 내가 잠을 자고 있을 때 남편은 너무 불쌍하게 자서 깨우지 못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평소에 골지 않는 코까지 골면서 잔단다.
나를 더 깊은 어둠에 갇히게 만들었던 사람들을 새삼스레 미워하고 싶지 않다. 그냥 그때는 나도, 그 사람도 그게 최선이었으니 말이다. 그 사람은 내 도움이 필요했고, 나는 그때 그게 누구든 상관없었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냥 운 없게 그 사람도, 나도 서로를 만났을 뿐이다. 그러니 그 사람들을 욕할 필요도 없고, 미워할 필요도 없다. 다만, 이제는 그 사람들이 다시는 내 마음의 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노력하며 산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나는 정말 사람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한다. 다시는 지난 30년의 삶을 반복하고 싶지 않고, 반복하지 않을 거다. 그게 친구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상관없다. 나는 이제 내 삶을 어떤 이유든 굽이치게 만들지 않을 거다.
지난 몇 년은 내게 삶의 의미를 찾게 해 줬다.
작년 이 맘 때쯤 성실하면 누구나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들을 열심히 공부했었다. 어느 기사엔 민간 자격증들을 취득하는 사람들 중 대충 영상을 켜놓고 시험도 합격선을 대충 넘긴 후 취득한 사람들이 많다는 기사가 있던데. 사실 그걸 보면서 정말 열심히 공부한 사람도 있을 텐데 기사가 너무 편향적인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다. 재작년, 작년의 나는 하는 시험마다, 취업 활동마다 빨간불이 들어와서 나 자신이 실패작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바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확실한 무언가가 필요했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했다. 예전엔 그 대상이 누군가의 행복과 성취, 만족, 기쁨이었다면 진짜 원하던 삶에서 빨간불이 들어온 후엔 나의 행복과 성취, 만족과 기쁨을 진정으로 원하게 됐다. 그래서 심리 자격증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공부했었다. 신기하게 그 공부들이 내면 치유에 도움이 많이 됐다는 게 지금도 감사할 뿐이다.
그때의 나는 정말 간절하게 공부했다. 영상도 여러 번 보고, 생각하고, 기록하고, 앞으로 삶에 대한 고민을 했다. 무엇을 원했는지.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할까. 나는 어떤 것을 기쁘게 생각하지? 등 초점이 드디어 타인에게서 내게로 돌려졌다. 내게 들어온 피처럼 붉은 빨간불이 드디어 나를 찾게 해 준 것이다.
김경일 인지 심리학자 교수님 강의 중 교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계속 실패를 경험했다면 작은 성공들을 쌓아가라고 말이다. 실패의 경험이 많을수록 사람은 실패 마인드가 생긴다. 그 마인드는 그 사람이 가진 역량과 재능, 지능 등 다양한 것들을 완전히 잃게 만들 정도로 무조건 실패를 가져다준다. 지금도 신기한 게 나는 살면서 객관식 시험에서 실패한 경험이 별로 없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며 숱한 시험을 객관식과 서술형으로 보면서 공부를 하면 반드시 내가 한 만큼 성과를 냈었다. 그런데 객관식, 서술형 시험의 통합형인 변호사 시험을 5번 실패하면서 시험이 무서워졌다. 아무리 쉬운 시험이어도 시험지를 대면하면 마음과 몸이 덜덜 떨렸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몇 점 차이로 실패를 경험하게 될 수 있음을 철저하게 알게 됐고, 그걸 사람들은 실패한 거라고, 실패자라고 했다. 나는 드디어 완벽히 실패자가 됐다. 내 스스로도, 타인들도 나를 실패자라고 불렀다.
홈프로텍터, 나는 드디어 내가 됐다.
그렇게 나는 백수, 요즘 말하는 홈 프로텍터가 됐다. 홈프로텍터가 된 후 6개월은 매일 울고, 매일 욕조에 몸을 담갔다. 그때는 하루를 사는 게 얼마나 힘들었던지, 마음이 지옥이면 삶이 얼마만큼 지옥이 될 수 있는지 경험했다. 그럼에도 살아야 했기 때문에 취업 활동에도, 국가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계속된 빨간 불은 나를 '나는 안돼.'라는 마음에 가뒀다. 3차 면접에서 떨어진 후 취업 활동도 포기했다. 어차피 이 상태로는 1, 2차 시험을 합격해도 마지막 면접에서 떨어질 게 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 마음은 이미 나를 포기한 듯 예전의 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몇 년을 다시 돌아보면서 눈앞에 작은 성공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알게 된다. 그리고 세상엔 생각보다 눈앞에 파란 불을 경험한 사람들만 존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빨간 불이 들어와 좌절하고 있는 사람에게 생각을 거치지 않은 말들을 마구 뱉어 내고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경험했다. 그런 사람들이 가장 가까운 친구였고, 가족이었기 때문에 나는 더 마음이 아팠다.
지금이야 친구든, 가족이든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그 사람들과도 좋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걸 감사하고 흘려보내기로 했다. 다만, 이제는 타인의 선택에 의해 내 인연을 쌓는 것이 아니라 내 선택에 따라 인연을 내 안으로 들이기로 마음먹었을 뿐이다. 예전의 나는 타인이 내게 손을 내밀면 제한 없이 무조건 내 안의 인연으로 받아들였다. 인정욕구가 남들보다 강했기 때문에 나를 아주 조금 인정해 주는 사람도 목마른 사슴처럼 허덕이며 달려갔다. 그 덕분에 마음을 크게 데이기도 하고, 겪고 싶지 않고, 겪어서는 안 되는 욱여쌈과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다 빨간 불이 들어온 삶에서 할 것이 없어 시작한 심리학 강의들을 들으면서 우연히 좋은 분들을 알게 됐다. 그중의 한 분이 지나영 교수님이다. 지난 몇 년간 지나영 교수님의 영상과 책을 읽으면서 선거요법(선긋기, 거리두기)을 배웠고,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과 장소에 나를 두지 않는 것을 처음으로 배우게 됐다. 아주 당연한 건데 나는 내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지나영 교수님을 통해 처음으로 내가 나를 소중하게 대해야 타인도 나를 소중하게 대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항상 자신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희생할수록 나는 더 무시당하고, 가치 없는 사람이 됐다. 그리고 나의 무료 돌봄 서비스는 당연한 것이 됐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오랫동안 내 마음은 무시하고 타인의 마음을 우선하면서 나를 방치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드디어 나를 찾았다. 이제는 그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그렇게 대하도록 두지 않는다. 나는 내가 가장 소중하기 때문에 나를 소중히 대하면서 산다. 내게 죄책감과 죄의식을 주지 않고, 수치심이 들라치면 스스로를 위로한다. 내가 나를 찾았기 때문에 더 이상 외부로부터의 무언가를 통해 나를 채우려는 노력을 멈추게 됐다. 나는 나와 노는 것이 가장 편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나와 함께 하실 거라는 예수님처럼. 세상 마지막 날까지 함께 살아야 하는 마지막 사람도 나니까. 나는 나와 가장 잘 지내기로 했다. 가장 좋은 친구, 가족이 되어 오늘을 산다.
그래서 또 나는 나의 올해 독서 계획 성공을 위해 독서지도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남들에겐 별 거 아닐지 몰라도 내가 중요하고, 내가 필요하다는데 남들이 뭐라든 아무 의미가 없다. 날아오는 화살이 내 앞에 와 떨어져도 내 가슴에 스스로 박지 않는다면 나는 안전하다. 내가 내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면 누구도 나를 상처 입히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이 가장 좋다. 그리고 오늘의 내가 가장 좋다. 그러니 이제 다시 쌓아가자. 과거의 성공 경험들은 다시 할 수 있다는 응원이 되어줄 테니 너무 과거에 빠질 필요 없이 오늘을 살아가는 스키마로 사용하면 된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아갈 거다.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거고, 내가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과 장소에 나를 데려다줄 거다. 나는 오늘을 사는 내가 자랑스럽다. 고마워. 고마워.
#나와잘살아가기
#내가원하는것
#원하는대로살아도된다
#원하는대로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