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은 토스트>
<역시 피클이 최고>







[사진서체 : 네이버 나눔 명조체]
기버터에 구운 식빵, 마요네즈, 케첩, 딸기잼, 홀그레인머스타드 소스, 피클 6조각, 유기농 양배추 가득, 사각햄 4장, 달걀 프라이 2, 치즈 1을 사용해 토스트를 만들었다. 토스트와 샌드위치를 무척 좋아해서 재료들을 미리 준비했다가(할인 시즌에 재료들을 하나씩 구비했다.) 늦은 저녁 야식으로 만들었다. 마침 남편도 출출하대서 같이 먹었다. 피클이 맛있어서 토스트가 쑥쑥 들어간다는 남편은 정말 맛있게 토스트를 먹었다. 남편이 말하길 과거에는 토스트를 좋아하지 않아 잘 먹지 않았는데 피클이 맛있어서 토스트가 정말 맛있다고 했다. 그의 칭찬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가끔 나조차 왜 요리하는 게 좋은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어릴 때 식사를 끼니마다 챙겨야 했던 여성 어른들의 고통을 보고 자라서 커서는 돈을 많이 벌어 전문가를 고용해야겠다고 다짐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릴 때 나는 일찌감치 비혼주의를 외쳤었다. 비혼주의를 외쳤던 건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었는데 이때 여성 어른들이 내게 돈을 많이 벌어서 결혼하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었다. 아마 그 영향을 받아 비혼주의라는 개념을 몰랐을 때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고, 그 때문에 일주일간 할아버지께 마음을 바꿀 때까지 꾸지람을 들었다. 어릴 때부터 자기주장이 매우 강해서 설득이 잘되지 않는 성격이었다(여전히 자기 주장이 강하다.). 그래서 아무리 꾸짖음을 들어도 마음을 바꿨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이십 대가 되니 나만의 울타리를 갖고 싶었고 나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해 주는 남편을 만나고 싶었다. 아마 아주 오랫동안 이방인처럼 살아서 안정적인 나만의 집을 원했던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남자친구를 선택할 때 남자친구 부모님이 나를 사랑해 주시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사랑받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 사실 그때는 내게 남자친구 부모님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몰랐다. 최근에 시간이 많아져서 과거의 실패들을 돌아보니 내게 새로운 가정을 이뤄줄 가족 공동체가 매우 중요했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내게 심리적 공백(결핍)으로 남아있는 부모님의 자리를 채워줄 시부모님이 매우 중요했었다는 걸 깨달았다. 뭐, 지금이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걸 드디어 받아들였지만 과거의 내겐 정말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젠가 연애편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다룰 예정이다.
과거에 요리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요리하는 것이 참 즐겁다. 아마 남편이 매우 맛있게 먹어주고, 내가 음식들에 알레르기가 많아져서 아무 거나 먹을 수 없기 때문일 거다. 사실 내가 하는 요리들은 요리랄 게 없다. 십여 분을 사용해 정말 대충 만드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손이 빠른 편이어서 여전히 손으로 하는 건 뭐든 쉽고 빠르게 잘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리도 적은 시간으로 즐겁게 만들어 먹고 있다.
매일 요리를 하다 보니 지난달에는 샌드위치를 시켜 먹기 위해 배달음식을 한번 먹은 것 빼고는 외부 음식을 먹지 않았다는 걸 가계부를 정리하면서 알았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샌드위치도 내가 만들어 먹기로 했다. 내가 선택한 (비교적) 건강한 재료들로 만들고 싶어져서다.
이틀 전 토스트를 한번 만들어 먹고, 불과 4시간 전에 또 만들어 남편과 나눠 먹었다. 두 번 모두 남편이 매우 맛있게 먹어서 다음에 재료를 또 사서 만들어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남편이 재구매의사 100%란다.). 역시 뭐든 즐겁게 할 수 있는 걸 하는 건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요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재밌어서 매일 신난다. 사실 남편이 입맛이 없다고 저녁밥을 먹지 않겠다고 하는 날이 제일 속상하다. 그럴 때는 맛있는 걸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놓고(함정 설치) 배가 고플 때 꺼내 먹도록 준비해 둔다. 그러면 몇 시간 전처럼 늦은 밤 야식으로 먹는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참 뿌듯하다.
오늘도 다이어트를 방해해서 미안해. 그리고 맛있게 잘 먹어줘서 고마워.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