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보관 케이스 구매>
클래식 벨기에 화이트 초코 버터케이크를 보관하기 위해 알리에서 케이크 보관함을 구입했다. 내가 살 때 가격은 3,781 원이었고, 지금은 가격이 5천 원 내외다.
클래식 벨기에 화이트 초코 버터케이크의 지름은 21cm로 상자에 완벽하게 들어간다. 이 케이크는 파리바게트라는 빵가게에서만 판다. 케이크를 구입하기 전 이 상자를 들고 빵집에 가서 케이크만 담아와도 된다. 케이크 상자를 사용하면 일회용 용기들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어 친 환경적이다.
토오루(남편)님은 항상 이 케이크만 산다. 어릴 때 먹어본 맛이라고, 이 케이크만 맛있단다. 먹어보니 정말 맛있긴 했다(한 스푼 이상 안 먹지만). 사람은 어릴 때 입맛을 기억해서 어릴 때 먹어본 맛을 평생 동안 그리워하면서 산다는데. 정말 그렇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나도 어릴 때 장금이라고 불릴 만한 손맛을 가진 어머니(동네 전체 포함, 친인척 모두가 한 입으로 장금이라고 말하는) 밑에서 자랐더니 어지간해서는 맛집이라고 불리는 집에 가서 밥을 먹어도 그냥 그렇다. 차라리 집에서 재료를 사서 해 먹는 게 훨씬 맛있다. 장금이 어머님 덕분에 나도 음식을 맛있게 잘하는 편이다. 감사합니다. 어릴 때 먹어본 대로 음식 맛을 내니까(어릴 때 맛을 맛있다고 기억하다 보니 어떻게 만들어도 어머님의 맛이 난다.) 덕분에 토오루(남편)님이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보다 집 밥을 더 좋아한다(물론 내 생각.). 게다가 대가족과 손님이 넘쳐나는 집안에서 자란 덕분에 손도 크고, 음식도 빠르게 만드는 편이다. 그리고 둘 다 성향이 사람이 굉장히 많은 곳에서 음식을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충 먹더라도 조용하고 한적한 집에서 시간을 들여 천천히 먹는 걸 좋아한다.
케이크 상자를 구입한 이유는 케이크를 구입하면 일주일 이상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은 상자에 쪼개서 넣어 놨더니 보기 좋지 않고,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하던 중 케이크 전용 케이스를 알게 됐다. 이 보관함은 안전하고, 튼튼하고 예뻐서 케이크를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케이크를 먹으면서 나와 남편의 케이크에 대한 기억이 매우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나에게 케이크는 특별한 날에 먹을까 말까 한 음식인 반면, 남편에겐 특별한 날 외에도 먹고 싶으면 언제든 먹는 음식이었다. 그리고 토오루(남편)님과 토오루 님의 원가족들은 케이크를 매우 좋아한다. 특별한 날이어도,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케이크를 자주 사서 나눠 드시곤 했다.
반면 나는 케이크를 잘 안 먹어서 나눠 먹는 걸 봐도 거의 손도 안 댄다. 나중에 안 건데 나만 안 먹는 게 아니라 내 원가족들도 모두 케이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원가족 어머님 제외). 몇 년 전까지 원가족에게 갈 때마다 케이크를 구입해 방문했었다. 그때 나는 방문 전 항상 어머님께 케이크를 드시고 싶냐고 여쭤보고 샀다. 토오루 어머님이 케이크를 좋아하시기 때문에 혹시 어머님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여쭐 때마다 어머님은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하셨고, 그래서 나는 나도 잘 안 먹는 케이크를 사들고 어머님께 갔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촌 동생이 내게 집 안 누구도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는데 왜 올 때마다 사 오냐고 타박했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한참 황당해 하다가 케이크는 어머님이 원해서 사갔지 내 돈 내고 쓸데없이 왜 케이크를 샀겠냐고 답한 적이 있다. 갈 때마다 케이크를 샀기 때문에 꽤 많은 케이크를 샀었고 때문에 매우 억울했다. 돈도 아까웠다(방문 당일에 당일 나온 케이크를 샀다. 사실케이크 집에 가서 사는 일이 매우 귀찮았다. 게다가 그때 나는 가난한 대학원 생이라 여유도 없었다.). 케이크 사건이 벌어진 후(옆에서 어머님은 그 말을 듣고도 아무 말도 안 하셨다.) 사촌 동생이 한 말의 이유를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리고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해 봤다. 토오루(남편)님 원가족 분들은 케이크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나의 원가족은 그렇지 않았다. 남편의 원가족은 케이크를 살 때 항상 맛있는 케이크를 샀던 것 같다. 어릴 때 벨기에 화이트 초코 케이크를 자주 먹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이 케이크를 20-25년 전부터 먹었다고 생각해 볼 때 정말 맛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나와 나의 원가족분들은 특별한 날에만 케이크를 구입했다. 케이크는 항상 동네 작은 빵집에서 구입했다. 구입해 온 케이크는 말만 생크림, 버터케이크였지, 입에 넣으면 한참 동안(삼킬 때까지) 생크림이 녹지 않아 입 안에서 굴러다니는 케이크였다. 정말 맛이 없었다. 그러니 나도, 원가족도 어릴 때 먹었던 케이크에 데어서 아무리 맛있는 케이크라고 해도 잘 먹지 않는다. 나만 안 먹는 줄 알았는데, 원가족(어머님 제외) 모두 케이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반면, 어머님은 케이크를 좋아하셔서 사갈 때마다 혼자 앉아 가득 잘 드셔서 케이크 사건이 벌어질 때까지 어머님만 케이크를 드신다는 걸 몰랐다.
나는 케이크를 잘 안 먹기 때문에(카페에 가도 쿠키든 케이크든 거의 먹지 않는다. 덕분에 돈을 아낄 수 있다. 먹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 반면 샌드위치는 가끔 사 먹는다.) 케이크를 구입하면 대부분(95% 이상) 남편이 먹어야 해서 오랫동안 보관한다. 그리고 벨기에 케이크는 조각으로 팔지 않아 항상 전체 케이크를 사야 한다. 남편에겐 이 케이크가 가장 맛있고, 먹고 싶다고 하니 특별한 날이든, 먹고 싶은 날이든 이 케이크를 자주 구입한다.
드디어 케이크 보관 상자가 왔고, 세척해서 말려뒀던 상자에 구입한 벨기에 케이크를 담았다. 완벽히 딱 들어가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예쁜 상자에 담으니 냉장고 안도 예뻐 보였다.
케이크 상자를 보면서 어릴 때 먹었던 케이크들을 생각했다. 참 지금 생각해도 맛없었다는 기억이 난다. 그 기억 덕분에 아무리 맛있는 케이크를 먹어도 그냥 그렇다. 참 어릴 때 기억이 중요하구나라는 걸 새삼 실감한다.
음식의 경우 내가 만들 수 없고, 만드는 데 재료 값과 품(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경우 돈을 주고 사 먹는다. 오히려 사 먹는 게 훨씬 싼 경우가 많아서다. 버터케이크의 경우도 그렇다. 그러니 할인율이 가장 높을 때 쿠폰을 사놨다가 남편이 먹고 싶다고 할 때 케이크를 산다. 맛있게 먹는 남편을 보면 행복이 별 건가 싶을 정도로 행복이 느껴진다. 남편 덕분에 사랑하는 사람이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됐다. 아마 내게 아이가 생기면 더 그렇겠지. 남편은 내가 아이를 낳으면 완전히 100% 아이를 위해서만 살게 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아직 아이를 낳을 수 없단다. 아직은 조금 더 나를 위해 살았으면 한다는 남편의 말에 사랑이 가득 담겨있다. 참 고맙고, 좋은 사람이랑 산다. 어릴 때 받지 못했던 사랑을 보상이라도 하듯 하나님은 내게 세상에서 가장 내게 맞는 사람을 선물해 주셨다. 그래서 정말 넘칠 만큼의 사랑을 매일 받고 산다. 남편은 내게 가끔은 아빠가 되어주고, 남편이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주고, 연인이 되어준다. 어릴 때 부재했던 빈 공간을 가득 매워주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사람이 있어서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앞으로도 버터케이크를 자주 구입하게 될 거다. 그러니 이 상자도 자주 사용하게 되겠지. 하나님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난 참 복에 복을 받은 사람이다. 왜냐, 토오루(남편)님을 만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