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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용서해야 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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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다. 또 그 아이가 나왔다. 나는 그 아이를 현실이든 꿈이든 만나면 항상 화가 가득 난다. 그 아이는 오랫동안 내게 뭔가 맡겨놓은 사람처럼 행동했다. 내가 가진 것은 자기가 갖는 것이 당연하고, 항상 자신을 챙기는 것이 당연하며, 내가 원하는 것들은 자기가 먼저 해야 하는 아이였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도 자신에게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시간이든, 돈이든, 물건이든 어떻게든 내게서 빼앗아야 했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했다.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사랑이 자기희생이었기 때문에 (대속물로 자신을 버리신 예수님의 사랑) 사랑은 큰 희생을 동반해야만 진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빼앗기는 줄도 모르고(내가 원해서 주는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 아이를 위해 뭔가를 했고, 제공했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왜 내가 그 아이에 대한 책임과 죄의식을 느꼈는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 내가 느꼈던 책임과 죄의식은 내 것이 아니라 그 아이를 키웠던 어른들의 몫이었다는 걸 시간을 돌고 돌아 깨달았다. 그 아이든, 그 아이를 사랑으로 키웠어야 할 어른이든, 하나 같이 자신이 져야 했을 책임을 나에게 채무로 떠넘겼다. 그리고 사채업자가 되어 엄청난 원금과 이자를 요구했다.

그 아이를 마주할 때 현실에서든, 꿈에서든 나는 최고치의 분노를 경험했다. 꿈속에서 아이를 만나면 나는 그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때리고, 물건을 던지는 등의 다양한 행동을 했다. 현실에서 할 수 없는 모든 행동과 말들을 꿈에서 했는데 꿈에서 깨고 나면 개운함보다 오히려 더 화가 났다. 그 아이와의 관계를 돌아볼 때 나에게 남는 건 죄책감과 화뿐이다. 예전엔 더 많이 사랑해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 미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 마음들조차 진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어디부터가 진짜고, 어디부터가 아니었는지 그 경계선을 모르겠다. 그런 마음들을 대할 때 더 깊은 수치심과 죄의식을 느낀다. 죄책감과 화는 왜 그때 그 선택을 했는지, 거절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감정 때문에 일어났다. 결국 나는 그 아이를 용서하면서도 나를 용서하지 못했다.

그 아이를 미워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정신적 외상을 얻었다. 애정과 학대(언어적, 정신적)가 반복되면서 얻은 정신적 외상 유대감은 내면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마비시켰다. 꿈에서 깨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기생충에 감염된 후 물 근처로 향하는 곤충의 모습이었다. 일부 기생충들이 동물이나 곤충의 몸에 알을 낳은 후, 성체가 되면 자신을 자라게 해 줬던 기생체의 뇌를 조종해 죽게 한 후 몸에서 나온다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일어나서 그 곤충들이 제일 먼저 생각난 건 왠지 모르게 물로 향하는 곤충이 내 모습 같아서다.

감정이 마비되고, 사고 회로가 꼬여서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도 모르는 상태를 오랫동안 경험하면 내 인생은 누군가의 대체물이 되어 사라져 있다. 그것이 가족이든, 사기꾼이든, 사이비 종교든 사람의 인생을 빼앗을 만한 사람들은 도처에 똬리를 틀고 희생물이 될 사람을 찾고, 기다린다. 그리고 희생물을 찾으면 단단한 이빨로 한 번에 콱 물어 영원히 놓아주지 않는다. 그 상태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기생하는 인간만 바뀔 뿐 비슷한 사람들을 자신의 몸과 마음에 심는다. 유해한 사람들에 대한 중독이 자리 잡은 것이다. 유해한 사람이 주는 감정과 현실이 있어야만 대단한 뭔가를 해 내는 듯한 감정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런 사람들을 필요로 하고, 그 사람들 역시 나를 필요로 하게 된다. 대단한 의존관계가 만들어져 서로는 서로의 영혼의 동반자, 소울 메이트가 된다. 서로에게 최고의 것을 제공해 주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대단한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나는 그 아이에 대한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오랫동안 몰랐다. 그 아이에 대한 진짜 감정을 알게 되는 순간은 오직 잠들었을 때였다. 그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고, 속상하고, 미안했다. 그 아이를 사랑으로 키워주지 못한 어른들 때문에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도 모르는 죄책감을 느꼈다. 왠지 내가 그 아이가 받지 못했던 사랑을 줘야 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주기 위한 모든 행동을 했다.

지난 세월들을 돌아볼 때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그 아이, 그리고 그 아이와 비슷한 사람들이 떠오를 때 나는 나를 더욱 용서하기 어렵다. 자신에게 욕 세례를 수차례 퍼붓고 나면 마음의 기운이 쑥 하고 빠진다. 나를 희생하면서 관계를 유지했던 모습을 보고 박수를 치며 칭찬을 해줬던 사람들에 대한 감정도 이제는 꽤나 좋지 않다. 왠지 모르게 한 패처럼 느껴져서다. 나르시시스트와 인에이블러(조장하는 사람), 플라잉 몽키, 나르시시스트 희생자는 한 세트다. 그들이 최상의 앙상블을 이루려면 그들의 철저한 역할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래야 희생자가 숱한 인지 부조화를 겪고, 미치거나, 생을 마감하는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최고의 관계를 유지하며 굴러갈 수 있다.

(인에이블러: 조장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본인은 누군가를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들어 의존자가 자신의 삶과 과업을 스스로 수행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경험을 빼앗아 가는 사람을 칭한다. 예를 들면 중독자에게 돈과 약물을 제공함으로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도록 만들고 상대방에게 과한 도움을 제공함으로 상대방의 변화와 성장에 방해를 줄 수 있다. 헬리콥터맘이 대표적인 인에이블러일 수 있다.)


꿈에서 벗어나자마자 떠오른 잔상 속 곤충의 모습에 나는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아 한다는 강한 마음을 얻었다. 그리고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며 살아야 하고, 타인의 인생은 타인이 책임지도록 두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는 것도 배웠다. 삶을 통해 각인된 고통과 경험은 많은 것들을 잃게 했지만 앞으로의 삶은 내 것으로 살 수 있도록 남겨줬다. 그래서 나는 지난 세월을 숱하게 후회하면서도 후회하지 않는다(후회하지만 후회하지 않음은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의 내가 되기 위해, 오늘의 진짜 행복을 경험하기 위해 있어야 했던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과거를 떠올릴 때 경험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라는 생각을 매일 하긴 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니 이 정도로 마무리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는 고통이 아직도 마음에 있다.

후회 속 용서, 용서해야 할 대상은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진짜 용서하기 어려운 사람은 그 상황과 사람들을 끌어들인 나라는 것이 얼마나 아팠는지 모른다. 그 감정은 마지막까지 나를 용서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 감정들은 몸의 기능을 멈추게 만들었고, 죄의식은 실패를 당연한 것으로 허용했으며, 일부러 시험을 망하게 만들고, 인생에서 얻을 수 있었던 좋은 경험과 관계들을 빼앗았다. 바로 내가 말이다. 내가 나를 용서하지 않자, 나는 내게서 더 많은 것들을 파괴하고 빼앗았다. 죄의 대가를 치러야만 나를 용서할 수 있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의식이었다. 그걸 오랫동안 몰랐다.


내 안의 나는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혹독한 사람이었다. 그 혹독함을 버리게 만든 건 몸이 너무 아파서였다. 더 이상 나를 아프게 할 수 없을 만큼 아프게 만든 후 이제 내가 갈 곳은 오직 ‘천국’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용서했고, 용서해야 했다. 내게 죄책감을 심어주고 죄의 대가를 치르게 했던 내가 나를 용서하자 진짜 삶이 시작됐다. 지금은 과거를 떠올릴 때 내가 안타깝다. 나 역시 받아야 했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아픈 어른들의 아픈 감정을 그대로 물려받은 안타까운 아이였다는 걸 알게 돼서다.

진짜 용서해야 할 마지막 사람, 아니 제일 먼저 용서해야 할 사람이 나였다는 걸 알고 나서 나는 진짜 내가 됐다. 오늘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무것도 없고, 되지 않은 나를 진심으로 아끼며 살아갈 수 있게 됐다. 무엇이 되어야만 사랑받을 수 있고,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나는 과거의 유물이 됐다. 나는 현재에서 과거에 만들어진 유해한 유물들을 완전히 부숴버렸다.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해 본 자만이 아는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이제는 온전히 느끼며 산다. 그리고 진짜 행복해야 할 대상인 나와 매일을 산다.

신에 대한 사랑과 오해도 풀렸고, 나에 대한 미운 감정도 털어 버려서 참 가볍다. 신도 나도 그 누구보다 나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참 행복하자. 이제 새로 시작된, 남은 인생은 온전히 내 것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나를 책임지면서,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의무를 내게 지우고, 내 사람들과 아름다운 것들을 나누며 인생을 살아갈 거다.


나를 용서한다. 과거에 잘못된 선택을 했던 것도, 유해한 사람을 끌어들여 내 인생을 파괴했던 것도, 내가 이루고 싶었던 꿈을 잃게 만든 나를 온전히 사랑으로 용서한다.

#나를용서하기
#나를용서한다
#진짜삶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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