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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 책을 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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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를 읽고 기록
문경민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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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 책은 문경민 저자의 장편소설이다. 91쪽의 얇은 책인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 들었다. 3부로 나눠져 있고, 정윤옥이라는 국어교사가 나온다. 정윤옥이라는 주인공이 등장하자마자 60년의 삶을 마무해서 적잖게 당황했다. 이 소설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었다.
주인공의 사망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윤옥의 최근으로 시작해 과거로 시점을 점 점 이동해 간다. 그리고 천천히 윤옥의 삶과 주변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엮어간다. 윤옥의 다소 짧은 삶 속에서 윤옥은 자신의 세계에 대해 설명해 간다. 윤옥이 지키고 싶었던 지켜야 할 세계는 무엇이었을까. 이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어갔다. 그리고 과거 시점은 윤옥이 어린 시절 돌봤던 장애를 가진 동생이 있었던 시점으로 이동해 현재로 돌아온다.
지켜야 할 세계 책을 다 읽고 나는 아주 잠깐 잠이 들었다. 짧은 소설이라 금세 읽을 수 있었다. 읽고 나서 나는 책을 다시 펼쳐보고 같은 부분을 읽고 또 읽었다. 잠깐 잠이 들었고, 꿈속에서 나는 중학생일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나를 키워주신 어머니가 갓난아이를 안고 나오셨다. 그때 막내가 저렇게 어렸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속에서 나는 실제 막내와 나이 차이가 9살 정도 났으니 갓난아이는 아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는 꿈속에서 아이를 안고 굳은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다시는 집에 돌아올 생각도 말어. 거기서 살아. 기숙사에 가든지, 너네 아빠한테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하든지. 나는 이제 할 만큼 했으니까 그런 줄 알아."
실제로 어머닌 내게 중학생 시절 내내 같은 말을 반복하셨다. 그리고 대답을 요구하셨다. 이제 14살 정도 된 내가(나는 12월 생이라 동갑내기 친구들보다 항상 만 나이가 두 살 어렸다. 23년 6월 법 개정으로 덕분에 30대 후반에서 다시 30대 중반이 됐다.) 어머니의 말에 억지로 대답은 했지만 딱히 대책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내게 집을 나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하셨다. 나와 어머니 이야기를 하자면 어머니는 5살인 나를 남편에 의해 강제로 떠맡게 됐다. 아버지는 나를 고아원에서 꺼내온 날 어머니 앞에 두더니 그녀가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나를 맡아 키우기로 하면서 낳아주신 아버지께 칠백만 원을 받았고, 앞으로 하게 될 사업에 대한 도움을 약속받았는데 그걸 어머니께는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걸 어머닌 30년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고 말씀해 주셨다. 아버지는 그 돈을 종잣돈으로 해서 사업을 시작하셨다.
갑작스럽게 남편 가족의 아이를 맡게 된 어머니는 매우 억울하고 분해하셨다. 그럼에도 그녀는 나를 키워냈다. 나와 어머니의 아들 둘은 친 남매처럼 자랐다(적어도 내 생각은 그랬다.). 그리고 나는 이들을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했고,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싶어 했다. 살면서 더 많은 어려움과 가난에 직면한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들을 건강히 키우기 위해 나를 떠나보내야 했다. 내가 대책이 없는 것도 알았겠지만, 사실 어머니의 삶도 대책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나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내 존재가 너무 많은 부분에서 아들들이 누려야 할 세계를 빼앗는 사람이 됐던 거다. 그래서 나는 실제로 중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가족을 졸업했다. 아버지의 성화에 어머니를 찾아가면 항상 아버지는 늦게까지 일을 하시느라 집에 계시지 않았고, 불호령과 함께 소금 한주먹을 맞고 집을 나와야 했다. 그리고 그 사실들을 아버지는 오랫동안 모르셨다. 사실 아버지는 타인에게 관심이 거의 없으신 무던한 분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나를 친 딸처럼 친밀히 대할 때면 어머니의 정서적 학대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이제야 이해하게 됐다. 나는 그녀와 그녀 아들들의 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서른 중반을 훌쩍 넘긴 내가 꿈속에서 과거로 돌아가 중학생이 되어있고, 그때의 어머니를 만난 건 우연이었을까. 나는 지켜야 할 세계 책과 꿈속의 어머니와 과거 속 어머니를 떠올렸다. 지켜야 할 세계 속 윤옥과 윤옥의 어머니에겐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었다. 장애를 가진 아들 덕분에 동생을 돌봐야 하는 윤옥과 어머니의 삶이 어둠 속으로 떨어져 갔다. 그러다 윤옥의 어머니는 아들을 신유력을 가졌다는 이야기가 도는 목사님의 시설로 보내기로 한다. 매일 동생을 돌봐야 했던 윤옥은 동생을 떠나보내고 나서야 공부를 할 수 있게 됐고, 생활도 안정되어 갔다. 윤옥의 어머니는 윤옥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아들을 떠나보내고 나서, 내면의 세계를 닫았다. 윤옥이 대학에 들어갔을 때를 빼고 어머니는 자신의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어쩌면 죄의식 때문에 드러내지 못했을 거다. 그래야만 자신과 딸의 세계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부분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만 입양해서 시설을 운영한다는 목사님, 윤옥, 윤옥 어머니, 그리고 윤옥 어머니의 주변 분들, 윤옥이 만난 대학교 때 만난 정훈 등 그들은 각자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그들 만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세계를 위해 다른 것들을 포기하고, 내려놓을 것들을 과감히 내려놓는다. 윤옥은 어머니를 핑계로 오랫동안 동생을 마음속 깊은 곳에 미뤄뒀다가 대학생이 되고서야 동생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어쩌면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제라도 찾아야 한다는 마음을 먹은 건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였을 거다. 현실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동생을 버렸지만, 마음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다시 동생을 찾아 나선 거다.
그리고 동생이 있었다는 소망의 집에 가서야 동생이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순간 지키려고 했던 윤옥의 마음속 세계의 균열이 시작됐을 거다. 천천히 갈라지기 시작한 세계가 바사삭 소리를 내며 깨지기 시작한 순간일 거다. 그래서 윤옥은 오랫동안 마음에 죄책감을 가졌을 거다. 그 죄책감은 자신이 국어교사로 일하고 있는 공립학교에서 선생님이 된 현실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그냥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자신도 편하고, 주변 사람들도 편할 텐데 그녀는 그녀 만의 고집을 놓지 않고, 자신의 동생을 떠올리게 하는 학생을 맡기 위해 고집을 부린다. 그리고 그녀의 고집들로 인해 학교에서 파면되는 일이 생긴다. 그녀의 행동들을 보면서 나는 그녀의 선택들이 그녀 내면세계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선택을 하지만, 그 최선이 항상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현실 세계와 내면세계의 불일치가 일어나면 내면의 자아는 반드시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현실 세계를 어그러뜨리기 시작한다. 제 아무리 깊숙이 남들 모르게 감춰둔 비밀도 자기 자신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걸 몰랐다고 무시한다고 해도, 내면의 자아는 정확히 알고 있다. 그리고 알고 있다는 표시를 하기 위해 온갖 군상을 만들어낸다. 윤옥의 세계, 윤옥 어머니의 세계를 보면서 그녀들이 선택한 선택들이 결국은 동생을 버렸다는 죄책감을 덜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내 느낌이었다. 정훈이라는 대학생을 도와준 이유도 동생이 생각 나서였고, 국어교사로 반을 맡았을 때 고집을 부린 이유도 동생이 이유였다. 현실에서는 동생을 떠나보냈지만 정작 마음속에서는 동생이 매일 살아 숨 쉬고 있었다는 걸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많이 알게 되어 간다.
우리는 나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선택을 하면서 타인에게 상처와 피해를 준 경우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되어있다. 그것이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상관없이 적절한 시간에 대가를 치른다. 윤옥이 새벽 예배를 가다가 넘어져서 죽게 된 것도 이제는 몸도 마음도 쉬고 싶다는 마음의 발현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까지 한 건 좀 넘어선 거겠지만, 인간은 다양한 면에서 무의식적으로 대가를 치른다. 그래야만 내면의 세계와 현실 세계의 균형이 맞아지고, 내면세계를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켜야 할 세계 책을 보면서 지켜야 할 세계, 지켜내고 싶은 세계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내가 지키고 싶었던 세계는 가족이었고, 나를 키워주신 어머니가 지키고 싶었던 세계도 가족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그녀의 가족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다 몇 년 전 그녀는 내게 나중에 나이 들면 시골에 좋은 집을 지어서 같이 살자고 했다. 이상한 감동과 이상한 울렁거림을 동시에 느꼈다. 그게 그녀 내면의 세계를 지키기 위한 발언이었을까. 그녀는 10년 만에 다시 만난 나를 갑자기 친밀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이상했지만 그때는 조금은 좋았었던 것 같다. 이상한 기분을 느끼는 만큼 좋은 기분이 동시에 마음에 들어오면서 나는 현기증을 느꼈다. 가족이 생긴 기분이 아주 잠깐 들었다. 그럼에도 그 가족은 금세 다른 일로 인해 금방 깨져 버렸다. 그녀가 내게 했던 말과 행동들은 과거에 대한 속죄인 동시에 그녀 세계를 지키기 위한 발현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오늘에야 하게 됐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세계와 그녀의 세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새로운 세계가 열린 기분이 든다.
윤옥과 윤옥의 어머니는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하지 않는다. 서로의 세계를 지켜주기 위해 그들은 눈을 감고, 입을 닫지만, 삶을 통해 끊임없이 동생의 흔적이 드러난다. 이미 현실에서는 죽었을지도 모르는 동생이 그녀들에겐 살아 숨 쉬며 그녀들의 세계에 살고 있다. 우리들 역시 자신 만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행동을 하고 선택을 한다. 사람마다 지켜야 할 세계, 지키고 싶은 세계가 다르기 때문에 인간 군상이 다양한 걸 게다. <지켜야 할 세계> 책을 읽으면서 과거 어머니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그녀가 처했던 현실과 환경에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나쁜 사람 역할을 해야 했을 거다. 무능력하고 무관심하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 소리를 들어야 하는 남편을 둔 책임감 없는 남편을 대신해 그녀가 세계를 짊어지고 살아내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 때문인지 그녀는 윤옥보다 어린 나이임에도 간질환을 앓고 있다.
문경민 저자의 장편 소설을 읽으면서 나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그리고 깊게 묻혀있던 내 안의 무언인가가 빛을 내며 흩어졌다. 이제는 그날의 수치심 가득한 나와 굳은 표정의 어머니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각자가 지켜야 할 세계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오랜만에 좋은 소설을 만났고, 읽을 수 있어 진귀한 시간을 가졌다. 다산 북스 출판사와 문경민 저자님께 감사를 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는 선택을 하기를 바라본다. 누군가의 세계를 같이 지켜주는 것이 내 세계를 동시에 지킬 수 있는 일임을 소설을 통해 깨닫게 됐다. 이제는 과거의 세계를 떠나보낸다. 오늘의 내 진짜 세계를 지키기 위해 나는 오늘을 사랑하며 지켜갈 거니까. 당신에게도 이 책이 당신의 세계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되어줄 거라 생각한다. 진짜 나를 만나는 세계, 책을 통해 가볍게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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