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매일 함께 맛있는 걸 먹고(내 입장), 대화를 나눈다.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시간이 나는 가장 좋다. 퇴근할 남편을 기다리며 저녁을 준비하고, 퇴근한 남편과 집에 도착하는 시간까지 통화를 한다. 토오루(남편)님은 세상에서 가장 친하고, 귀한 나의 베스트 프렌드다. 사실 나는 현재 친구라고 할 만한 친구가 없다. 그 이유는 있던 친구들 마저 모두 덜어냈기 때문이다. (토오루라고 부르는 이유는 연애 초 남편을 부르는 애칭으로 정한 이름이다. 통과의례, 통하다, 통과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일본 이름이다. 남편이 과거 좋아했던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했다.).
친구들이 문제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문제가 많아서였다. 불과 몇 년 전 나는 궁지에 몰린 2 유형(에니어그램)이 보이는 모든 부정적 측면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현재 내가 친구를 가질만한 상태가 아니라는 판단을 스스로 했다. 주변 친구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고, 더 이상 내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와 나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당시엔 매일 활화산처럼 마음이 용암처럼 분출돼서 나와 상대를 모두 녹일 만큼 분노가 표출됐었다.
정말 만나고 싶고, 친구가 되고 싶었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스스로 접었다.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모든 관계를 접었다. 그렇게 2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깊은 대화를 나누는 상대는 토오루(남편)님이 유일하다. 토오루 님은 내게 유일한 가족이면서, 유일한 친구다. 토오루 님에겐 못할 이야기가 없다. 그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다 이해해 주려고 하고, 받아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문자 T(mbti)에 1 유형 자아를 가진 그는 내게 건강한 경계의 선을 알려준다. 경계가 없어 항상 힘들어하는 내게 건강한 경계와 인간관계 선과 건강한 생각을 알려준다. 그래서 그와 대화를 하고 나면 마음이 풀리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좋은 대안까지 갖게 된다.
토오루 님과 만난 지 12년 정도 됐나. 더 됐을 수도 있다. 결혼한 지(법혼이 된 지)도 2년이 넘어간다. 신기한 게 있다면 같이 살수록, 대화를 나눌수록 그가 더 좋아진다는 거다. 참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에 연애를 안 해 본 것도 아니고, 남편이 첫 연애 상대도 아닌데 남편은 함께 할수록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복에 복을 받은 사람인지 알게 된다. 인생에 받을 복의 양이 정해져 있다면 초년에 그리 박복한 게 남편을 만나기 위해서였나 싶어서 웃음이 난다. 남편 덕분에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좋아진다. 과거에 친구 중 한 명이 아무리 오래 사귀어도, 같이 사는 건 현실이라며 안 좋을 거라고 했다. 같이 살고 보니 그 친구 말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은 그 친구의 경험이 그랬나 보다고 생각할 뿐이다.
토오루 님과 함께하는 저녁. 언젠가 내게도 좋은 친구가 생길까.라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남편은 언제나 자기가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말한다. 참 고맙다. 그래도 나는 성별이 같은 친구도 필요하다고요.. 아무튼 현재는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라 친구를 사귈만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 그러니 일단은 나도 남편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 먼저 해야지. 그리고 내가 내게 가장 좋은 사람이 되어주는 것부터 해야겠다.
고마워요. 오늘도.
하나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