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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에 진심인 이유>


⁠나는 언제부터 재활용에 진심이었을까. 홀로 재활용을 위해 플라스틱 용기들을 정리할 때면 생각이 많아진다. 무엇이든 진심으로 하면 왜 즐거울까. 정말 귀찮고, 피곤한 일들도 마음가짐을 바꿔하기 시작하자 즐거워졌다. 이왕 하는 거니까 즐겁게 하자 라며, 저금통에 동전을 모으듯 차곡차곡 통들에 나눠 담는다. 과자 한 봉지를 사도 비닐류와 플라스틱이 나오기 때문에 바로 분리해서 간단히 세척 후 재활용통에 분리해 버린다.

어릴 때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벽지학교였다. 덕분에 우유와 빵이 무료로 제공됐고, 특히 우유가 무료라서 항상 남았다.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친구들이 오늘의 우유를 먹지 않는 일이 많아서였다. 덕분에 나는 정말 많은 우유를 매일 먹을 수 있었다(그런데 키는 왜?????? 마음만 자랐다... ㅠㅠ). 대신 우유팩을 재활용하기 위해 씻고, 모으는 일들을 자주, 거의 했던 것 같다. 깨끗하게 씻어서 네모 반듯하게 펴서 모아 선생님께 전달할 때 정말 뿌듯했다.

그래선지 성인이 된 후에도 재활용에 진심을 담아 모으는 일들이 재밌다. 깔끔하게 모아서, 깨끗하게 묶어 내놓을 때마다 혼자 느끼는 만족감이 엄청나다. 남편은 내가 재활용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피곤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곧잘 따라 한다.

재활용을 모으면서 항상 하는 생각이 있다. 재활용도 그때그때 정리하지 않으면 언제든 집 거실이 쓰레기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 작은 것들이 모여 어느 순간 쓰레기 산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집 안에서 나는 악취와 언제 생긴 지 모르는 벌레와 곰팡이들을 마주하게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재활용 쓰레기가 나올 때마다 바로바로 분리해서 처리한다. 습관이 참 대단한 게 처음엔 잘 안 되던 것들도 반복하다 보면 프로그래밍된 것처럼 알아서 하게 된다.

바로 처리하기 정말 귀찮은 것들은 조금 모아뒀다 깨끗하게 씻어 버린다. 치약껍질들도 가위로 잘라 내용물을 전부 비워내고(내용물을 빼서 싱크대 청소에 쓴다.) 폼 클렌징(샴푸 류) 비슷한 제품류도 가위로 잘라 내용물을 최대한 사용 후 씻어 버린다. 재활용 중 가장 피곤한 것들은 화장품 용기다. 내용물을 전부 비워내고 씻는 것이 정말 피곤해서다. 뭐, 어쩔 수 없지라며 열심히 씻는다. 그리고 재활용 중 두 번째 귀찮은 것들은 화장품 샘플류다. 내용물을 모두 사용한 후, 가위로 단면이 보이게 자른 다음 키친 타올로 닦고, 헹궈 버려야 한다.

이제는 습관이 돼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척척 단계에 따라 하지만, 재활용에 진심인 나도 처음엔 화장품 용기와 샘플 비닐을 처리할 때 정말 피곤했다(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얼마 전 재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영상들 5개를 봤는데, 보고서야 페트병 뚜껑은 또 따로 모아 버리는 것이 좋다는 걸 알게 됐다. 재활용의 세계는 정말 무궁하다. 이러니 재활용 처리 전문 자격증이 필요하겠다는 생각까지 들지.

재활용과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면 가장 좋은 점은 깔끔한 집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거다. 가끔 집주인 어르신이 우리 집에 오시면 방들 곳곳을 살펴보시곤 한다. 맨 먼저 창고와 화장실부터 보실 때도 있다(보고 싶다고 하실 때도 있고, 내가 보여드릴 때도 있다.). 둘러보시면서 엄지 척을 여러 번 보여주시는데 참 뿌듯하고 행복하다(이 놈의 인정 욕구는 여기서도 또 발동한다.).  집이 정말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되어있고, 푸근한 느낌이 나고, 사람 사는 집 같다는 평을 해 주셔서 정말 좋았다(사모님께서 오셨을 때도 비슷한 평을 해 주셨다. 감사했다.). 정리전문자격증을 딴 후 나는 집안 정리와 재활용, 쓰레기 처리에서 정말 전문가처럼 행동한다(내 입장에서 최선으로 한다. 남이 보면 어떨지 모르겠다.).

집에 있다 보니, 주부로서 해야 하는 일들에서 최대한 밀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가 아직 없으니 빨래도, 설거지도, 그릇정리도, 재활용 처리와 쓰레기 정리도 미루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너무 피곤한 날이면 내일의 나에게 맡길 때도 있지만, 하루 이틀사이 전부 처리한다. 덕분에 남편이 정말 좋아하고, 무엇보다 스스로가 느끼는 만족감이 최상이라 기쁘다.

아주 작은 것에서도 성실과 충실함을 보이는 건 남에게 보이기 전 스스로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서 재활용에 열심을 보인다. 그리고 우울감에 깊이 잠겨 쓰레기 집으로 만들 뻔했던 과거를 생각하며 오늘의 나와 하나님께 감사한다. 인생에서 반드시 지나야 할 길이라면 고통의 길이든, 행복의 길이든 그 안에서 최고의 경험과 교훈을 얻으려고 노력하겠다고 재활용 용기들을 씻으면서 생각한다.

나는 이제 어떤 길을 걸어도 즐겁게 걸을 수 있다. 길을 지난 후 더 깊이 성장해 있을 만날 내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와 걷는 이 길이 고단하지 않고 외롭지 않다.

오늘도 감사했습니다. 고마워요. 하나님. 고마워요. 나. 그리고 토오루(남편)님.

추가: 고추장과 된장류는 짠기가 많아 동물 사료로 쓸 수 없기 때문에(소화를 방해한단다.) 일반 쓰레기로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

#재활용
#재활용에대해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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