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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

본 작품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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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가족 안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상처와 갈등을 그렸다. 그 과정 속에서 고통과 아픔을 겪었던 가족이야기다. 상처 없는 가정은 없다는 말이 있다. 90% 이상의 가정에서 드러내지 않는 상처와 고통의 과정이 세대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상처와 아픔을 가진 성인아이로 자랐다. 그리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녀에게 상처와 고통을 물려준다. 자유 소설은 한 아이가 태어나 구성원 안에서 희생자가 되어 자라는 과정과 치유여정을 담았다. 자신의 내면을 깊숙한 곳에 묻고 모습만 성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혜령이 다가온다. 자유는 모습만 어른이 된 혜령과 함께 치유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회복과 치유를 담은 성장 소설이다. 자, 이제 혜령과 함께 자유를 향해 떠나보자. 진정한 자유가 당신과 혜령에게 찾아올 것이다.

자유




자유

 

21. 조금만 더

 

21. 조금만 더

 

한회 시험이 끝나자, 혜령은 재시 반이라고 불리는 독립 건물 독서실로 자리를 옮겼다. 재시 반에 들어온 학생들의 무거운 분위기가 혜령의 마음을 더욱 끌어내렸다.

 

우리는 어차피 버리는 카드야. 학교에선 공부해도 합격할 거라고 생각 안 하니까. 이렇게 하지.”

 

재시 반에 마련된 휴게실, 학생들의 무거운 이야기들이 혜령의 귀에 파고든다. 학교는 재시반 학생들에게 독서실 자리를 지원하고, 수험을 위한 자료와 강의들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재시 생들의 마음에 자리 잡은 무거움을 덜어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횟수가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는 두려움이 혜령과 재시반 학생들의 마음을 갉아먹었다. 밤이 깊어지자 혜령이 짐을 챙긴다. 무겁고, 뜨거운 독서실의 열기가 혜령의 발목을 붙잡는다.

 

잠은 집에서 자야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혜령의 머리 속이 어지럽다.

 

하나님 어떻게 해요. 월세도 그렇고.. 학자금 대출 이자도 그렇고.. 내야할 건 산더민데.. 나가서 일할 수도 없고.. 답답해요.. 하나님, 도와주세요..’

 

시험이 끝나면 바로 재시 반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시험 횟수는 멈추지 않고 한 회씩 사라지기 때문에, 시험을 보고 나서도 학생들은 바로 책을 들고 독서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2회 시험이 끝나고 발표가 난 저녁부터 혜령의 무거운 밤이 길어졌다. 혜령도 모르는 눈물이 흘러나와 배개를 적셨다. 매년 사라지는 시험 기회가 혜령의 마음을 더욱 벼랑으로 몰아넣었다. 혜령은 매일 밤 뜬 눈으로 세운 후 아침을 맞이했고, 같은 시간에 독서실에 나갔다.

 

나가자. 열심히 하는 건 기본이니까.’

 

5, 재시 반 독서실 일원을 새로 뽑는 날이 됐다. 학교에서 일원을 새로 뽑으면서, 재시 반 실장을 맡아하면 매월 10만원의 월급을 지급한다는 공지를 했다. 실장이 하는 일은 매일 아침 7시와 밤 9시에 출석체크를 하고, 학교에 보고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재시 반 실질적인 운영을 위해 매달 한번 모여 청소날짜를 정하고, 돌아가며 휴게실을 관리하게 된다고 했다. 공지를 들은 혜령은 어떻게든 실장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건 기회야. 이걸로 학자금 대출 이자를 낼 수 있으니까. 반드시 해야 해.’

 

실장을 뽑는 자리에서 혜령이 손을 번쩍 들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가 그녀를 부끄러움도 모르게 만들었다. 가난은 대갓집 딸도 누에고치를 치게 한다는 말이 혜령의 머리 속에 떠올랐다.

 

여기서 살아남는 게 우선이야.’

 

혜령은 번쩍 손을 들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매년 1월 변호사 시험이 혹독하게 치러졌고, 4월 합격 발표가 나면 합격 점수가 공개됐다. 합격 점수가 매년 급격하게 상승했다. 따라잡았다 싶으면, 다음 구간으로 훌쩍 높아졌다. 합격 점수의 상승폭이 더욱 커진 덕분에 혜령은 따라잡는 데 숨이 찼다.

 

세 번째 변호사 시험을 위해 혜령이 또 서울로 향했다. 시험장이 전국에 몇 군데 열리지 않아 세 번의 시험을 모두 서울에서 봤다. 시험료 20만원과 교통비, 일주일 숙박비, 식사료를 마련하기 위해 혜령은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기도 덕분인지 혜령의 서울 목사님과 셋째 범수가 도움을 줬다.

 

, 시험 잘 봐라. 궁금하니까.. 날마다 전화해서 알려주고.”

 

범수의 말이 혜령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럼에도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났다. 세 번째 시험을 앞두고, 자영이 혜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혜령아, 잘 지내지? 나 막달 가까워져서 집에 누워있어. 의사 선생님이 위험하다고 누워 있으라고 하더라구.. 매일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기만 기다리고 있어. 공부는 좀 어때?”

 

시험 보러 가려고 준비하지. 이번에도 서울로 보러가. 좀 지방에도 열리면 좋을 텐데.. 시험료랑 숙박비, 밥 값하면.. 일주일 동안 드는 돈이 일 년 생활비야..”

 

혜령의 우는 소리에 자영이 말한다.

 

그러니까. 지방사는 애들은 대체 어쩌라고.”

 

그러니까.. 에휴.. 잘 지내고 있지?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어. 하나님 아이니까. 잘 태어날 거야. 서울 목사님께서도 기도해 주신대.”

 

고마워. , 내가 너 통장으로 서울 가는데 쓰라고 좀 보냈어. 50만원인데.. 신랑도 너한테 보내주라고 하더라.. 고맙지.. 돈 버는 친구라고 하나 있으면서 나도 이렇게 빡빡하게 살지 몰랐네.. 들어가는 데도 많고.. 마이너스 통장 쓰면서 사는데.. 생각해 보니까. 내가 너 도와주지도 못하고.. 마음이 좀 그렇더라. 이번에 밥이라도 좋은 거 사먹어. 굶지 말고. 라면 같은 것도 그만 먹고.. 나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있었는데.. 내 사정이 계속 안 좋아서.. 지금 집 사고 대출금 내고 하는 것들.. 나중에 다 내 재산 되는 거지만.. 사람이 그렇게 되더라.. 항상 미안해.. 너한테.. ”

 

뭐가 미안해.. 너 사정 뻔히 아는데 내가 뭐라고.. 고마워.. 잘 쓸게.. 아껴서.. 고마워..”

 

혜령은 눈물이 났다. 시골 교회에 십일조로 5만원을 보내고, 변호사시험비로 20만원을 냈다.

 

시험만 보는데도 비싸네. 한 달 집세잖아.’

 

혜령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시험을 위해 일주일 동안 지낼 숙소를 찾아보고 미리 돈을 냈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는 돈들이 아쉬웠지만 마음을 다 잡았다.

 

그래, 이번에 더 열심히 하고 오자.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고 나는 최선을 다하면 돼. 조금 만 더 힘내자.’

 

1월 시험이 끝나고, 4월 발표까지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시험 성적표를 받아들고 혜령은 생각했다.

 

그래 이제 2번 남았잖아. 이 정도 점수로 오르면 내년에는 문제 없을 거야. 많이 올랐다. 고맙습니다. 하나님.. 시험 보게 해 주셔서. 이곳에 보내주셔서..’

 

5, 혜령이 다시 재시 반으로 향했다. 재시 반 일원들의 자리 선정이 제비뽑기로 진행됐다. 창가 자리와 좋은 자리들이 가장 먼저 채워졌다. 각 반 배치와 실원들 자리 선정이 끝나자, 실장 선출이 이어졌다. 실장을 뽑는 순서가 되자 혜령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제가 할 게요. 제가요. 반드시 제가 해야 해요.”

 

한 해의 평온한 하루들이 채워져 가고 있을 무렵, 범수가 혜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 주말에 집에 와서 쉬다가렴.”

 

아빠 이번 주에는 안 되고, 조금 후에 갈게요. 이제 공부 다시 시작하는데 준비할게 좀 많아요.”

 

그래, 금방 오는 거다.”

 

.”

 

옥석이 요양원에 들어가자, 범수는 한길 엄마의 마음 치료를 위해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로 들어갔다. 셋째 범수의 집은 옥석의 집 근처에 마련됐다. 혜령은 옥석의 집이 있는 마을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범수가 시골에 들어오라는 전화를 해 올 때마다 혜령은 더욱 잠을 자지 못했다.혜령에게 옥석의 집이 있는 동네는 상처를 기억나게 하는 곳이었다.

 

다 알고 계시면서.. 참 가혹하네.. 거기 가면 정말 아픈데..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고..’

 

혜령은 범수의 계속 된 전화에 결국 시골에 발을 들였다. 마음이 두근거리고 어린 시절 기억들이 혜령의 마음으로 파고들었다.

 

딸 왔구나. 아빠는 잠깐 밖에서 일 좀 하고 오마. 엄마랑 대화하고 있으렴.”

 

예쁘게 사과와 배를 깎아 접시에 올린 한길 엄마가 혜령의 곁으로 다가온다. 혜령이 로스쿨에 들어가고부터 한길 엄마는 혜령을 딸처럼 예뻐했다. 반찬도 가끔 주고, 혜령이 오는 날이면 맛있는 음식을 가득 해 놨다. 혜령은 예전의 한길엄마가 떠올랐지만, 현재가 중요하다며 마음을 덮었다.

 

과일 좀 먹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니? 궁금하고 보고 싶었다.”

 

한길 엄마와 대화에서 혜령은 낯선 느낌에 마음이 가글 거렸다. 한길 엄마와 눈을 마주보고 대화했을 때가 마지막으로 언제였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런 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웃음이 터졌다.

 

, 이번에 한길이가 시험을 본다네. 기술직이긴 한데 잘 되야 할 텐데. 취업이 너무 어려워서.. 요즘 세상이 참 그래.. 결혼은 또 언제 할는지. 나이만 들고 취업도 안 되고, 여자 친구도 없다고 하고. 같이 기도하자. 기도 밖에 답이 없지?”

 

. 한길이 잘 될 거예요. 분명. 그 녀석 정말 착하고 좋은 아이잖아요.”

 

뭔가 중요한 시간을 건너뛴 듯, 그 시간들이 혜령에겐 기쁨으로, 때론 부담이 됐다.

 

저녁 먹고 가렴.”

 

혜령과 한길 엄마 대화는 그녀의 일상과 아픔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집을 나서는 길,한길 엄마가 혜령의 손에 하얀 봉투를 들려준다.

 

이거 얼마 안 되는데, 공부하는데 책이라도 사렴.”

 

한길 엄마는 연신 괜찮다고 손 사레 치는 혜령의 주머니에 봉투를 우겨넣는다.

 

내가 해준 게 없어서 그래. 그러니까. 내가 없어서.. 준 것도 없고. 줄 것도 없고.. 차비라도 하렴.”

 

혜령은 그녀가 싸준 반찬들과 봉투를 받아들고 집을 나선다. 처음 느껴보는 가족 같은 느낌에 혜령의 마음이 간질거렸다.

 

학교생활이 시작되고, 혜령은 다시 열심히 해 보리라 다짐한다.

 

하나님, 당신 밖에 없어요. 아시죠. 제 인생을 책임져 주세요. 당신이 보내셨으니, 마무리도 모두 맡깁니다. 저는 끝까지 할게요. 하나님.. 도와주세요. 가급적이면 시험장도 지방에 열어주시고요.’

 

4번째 시험장이 드디어 지방에도 열렸다. 혜령은 집에 머물면서 시험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하나님께 감사를 올렸다.

 

그래 이게 하나님의 응답인거야.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그러셨잖아. 그러니까 힘내자.’

 

4번째 시험을 끝내고 혜령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리고 4월 성적표를 받아든다.

 

어떤 결과든 당신의 옳으심을 믿어요.’

 

합격 발표 페이지, 불합격. 불합격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낯설지 않게 혜령에게 다가왔다.

 

뭐 한 두 번도 아닌데. 다시 하자. 또 하면 되지. 한 번 더 남았잖아. 괜찮아. 하나님, 이제 한번 남았어요. 듣고 계시죠?’

 

발표 후 며칠 뒤, 혜령에게 한길 엄마가 전화를 건다.

 

한길이가 이번에 어버이날이라고.. 같이 여행 가자는데 너도 가자.”

 

.. .. 고맙습니다. 어디로요? 언제요?”

 

저기 어디에 꽃 축제가 한다는데. 케이블카도 있다고 하고.. 거기 가보자. 이번 주에 시간 되니?”

 

한길 엄마와 약속한 날, 혜령과 한길이 먼저 만났다. 하얀 승용차가 혜령의 원룸 앞 골목으로 들어선다. 한길은 취업하자마자 제일 먼저 자동차를 구매했다. 한길의 자동차는 도시 느낌의 하얀 승용차로, 깔끔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다. 하얀 자동차가 혜령 앞에 멈춰서고 창문이 천천히 내려간다.

 

누나 타. 가서 고기도 먹고 놀다오자.”

 

가족 모임에 같이 한다는 생각에 혜령은 고마웠다. 한길의 승용차에 한길 엄마와 운길이를 마저 태우고 한길이 능숙한 동작으로 자동차를 움직였다. 한길의 승용차가 어딘가로 향하다 멈춰 선다. 자동차 안, 한길 엄마가 혜령을 바라본다.

 

출발하기 전에 할아버지 계신 곳에 들렀다가 가자. 음료수도 좀 놓고 오고. 잘 계신지 보고. 너 온다고 할아버지도 좋아하시겠다.”

 

한길의 차가 멈춰선 곳은 병원 건물 앞이었다. 한길이 음료를 사오겠다며 운길이와 차에서 내렸다. 한길 엄마는 혜령을 강경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같이 올라가자. 할아버지가 너 기다리셨어. 오랫동안.”

 

안 갈래요.”

 

너가 가야 우리가 빨리 나올 수 있어.”

 

멀리서 한길이 음료 박스를 들고 걸어온다.

 

엄마 왜?”

 

, 혜령이랑 같이 가려고 하는데 같이 안 간다네.”

 

한길 엄마가 혜령의 손을 잡아끈다. 가지 않는다며 혜령이 다리에 힘을 준다. 한길과 운길, 그리고 한길엄마가 혜령을 난처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너가 가야 우리가 빨리 나와. 할아버지 한번 찾아봬야지. 한 번도 안 갔잖아..”

 

제가 거길 왜 가요.”

 

그래도 할아버지 보고 인사는 해야지. 요즘 할아버지 상태도 안 좋고. 얼마나 더 사실지도 모르고..”

 

안 가요.”

 

한길은혜령이 계속 가지 않는다고 반복해서 말하자, 그제야 혜령을 잡은 한길 엄마의 손을 잡는다.

 

누나는 그럼 1층에 있어. 우리끼리 갔다 올게.”

 

1층 로비에 앉아 큰 어항을 바라보는 혜령을 한길 엄마가 탓하듯 돌아본다. 혜령은 한길 엄마의 표정을 못 본 척 하고, 어항 안의 붕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왜 싫다는데 가자고 하는 거지? 알고 있으면서.. 그러는 거지? 내가 진짜 딸이었어도 저러겠어?’

 

무너지는 가슴을 움켜잡고, 혜령이 숨을 내쉰다.한참 시간이 흐른 뒤, 열린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길과 운길, 한길 엄마가 나온다.

 

할아버지 잠들어 계서서 음료만 놓고 왔네. 너도 가도 됐겠어.”

 

혜령은 한길 엄마의 말에 대꾸하지 않는다. 한길의 자동차는 미끄러지듯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처음으로 함께 가는 가족 여행이었다. 날이 좋지 않아 케이블카는 탈 수 없다고 했다. 한껏 기대했던 한길 엄마의 표정에 아쉬움이 어렸다.

 

엄마 다음에 또 오게. 또 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케이블카도 타고 그러면 되지.”

 

숯불 고기 집, 안으로 들어서자 숯불 향이 코 안으로 가득 들어온다. 허기진 배가 냄새를 더욱 달콤하게 한다. 숯불이 놓여지고, 양념이 진하게 벤 고기들이 불판 위에 올려 진다.

 

많이 먹고 가자. 혜령아 많이 먹어.”

 

한길 엄마는 혜령의 그릇 위에 고기를 가득 올려준다. 고기가 떨어지기 무섭게 한길 엄마는 가장 비싼 고기를 시켰다. 다 먹고 나자 한길이가 취업 턱을 낸다며 의기양양하게 지갑을 빼들었고, 덕분에 한길 엄마의 입술이 가득 끌어올려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음에 또 오게. 같이 이렇게 가니까 좋잖아.”

 

한길엄마가 혜령에게 말한다. 가족 모임에 혜령도 함께 했다는 생각에 가족이 된 듯 우쭐한 마음이 든다.

 

그래 나도 잘 하자. 한길이 한테도. 엄마한테도.. 동생들.. 내가 잘 해준 적 없잖아.. 누난데..’

 

집으로 돌아온 혜령은 고기를 밥그릇 안에 가득 올려준 한길 엄마 만을 생각한다.

 

나도 가족이니까. 언른 자리 잡아서 누나 역할을 하는 거야.’

 

혜령은 반드시 합격하리라 마음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한 달, 한 달이 빠르게 지나갔다. 마지막 변호사 시험을 앞두고 혜령은 두려움에 오소소 떨었다.

 

이번이 마지막이잖아. 이번에 떨어지면 정말 앞이 없어.. 돌아갈 곳도 없고..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하나님 도와주세요. 정말 되야 해요. 여기 오게 하신 분도 당신이시고.. 책임져 주시겠다고 하셨잖아요..’

 

매일 밤 혜령이 간절히 하나님께 책임져달라는 기도를 드렸다. 그러면서 혜령은 어쩌면 자신이 하나님의 응답을 오해해서 이곳에 오게 된 건 아닌지 매일 밤 고민했다.

 

만약 내가 하나님의 응답을 오해해서 온 거면 어쩌지. 그래서 이렇게 계속 떨어지는 거면.. 내가 선택해 놓고 그 분께 그러는 거면..’

 

아침이 밝아왔고, 혜령은 어김없이 출석체크를 하기 위해 학교로 향한다. 푸석한 얼굴을 한 혜령이 집을 바삐 나선다.

 

'잠을 못 잤더라도.. 가야해. 이걸 해서 10만원을 받는 거니까. 이걸로 이자를 내야해..'

 

혜령이 급한 걸음으로 학교로 향한다. 혜령의 빚기다 만 엉킨 머리카락 위의 물기가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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