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본 작품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단체, 종교,
지명, 사건 등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본 작품은 저작권이 있습니다.
무단 도용시 법적조치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프롤로그 가족 안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상처와 갈등을 그렸다. 그 과정 속에서 고통과 아픔을 겪었던 가족이야기다. 상처 없는 가정은 없다는 말이 있다. 90% 이상의 가정에서 드러내지 않는 상처와 고통의 과정이 세대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상처와 아픔을 가진 성인아이로 자랐다. 그리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녀에게 상처와 고통을 물려준다. 자유 소설은 한 아이가 태어나 구성원 안에서 희생자가 되어 자라는 과정과 치유여정을 담았다. 자신의 내면을 깊숙한 곳에 묻고 모습만 성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혜령이 다가온다. 자유는 모습만 어른이 된 혜령과 함께 치유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회복과 치유를 담은 성장 소설이다. 자, 이제 혜령과 함께 자유를 향해 떠나보자. 진정한 자유가 당신과 혜령에게 찾아올 것이다.
자유
20. 걷고 걸어도 안 될 때
20. 걷고 걸어도 안 될 때
로스쿨에 입학한 후 혜령에게 담당 교수님이 생겼다. 담당 교수는 혜령이 꾸준히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자주 연락해 도움을 줬다.
“혜령 학생, 오늘 중으로 연구실로 왔으면 좋겠는데. 언제가 괜찮을까요?”
“교수님, 저는 다 괜찮아요.”
“그러면 점심 후 2시에 연구실로 오세요.”
담당교수의 호출에 혜령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혹시, 성적 때문인가.’
오후 2시 10분 전 혜령은 교수 연구실 앞에 서 있다.
똑똑똑
“아, 들어오세요”
“교수님, 안녕하세요”
“그래요, 잘 지냈죠? 이번에 중간고사는 잘 봤어요? 학교에서 성적 면담을 하게 되어 있어서 학생을 불렀어요.”
“네..”
“지난 번 말한 공부해야할 내용들 학습 했나요?”
“네.. 교수님께서 하라고 하신대로 민법 책에 틀린 문제들을 가필해 넣었어요.”
프린터에서 종이 한 장이 나오고 있다. 담당 교수는 혜령의 이름과 성적이 담긴 종이를 손에 들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래요. 잘 하고 있군요. 성적이 떨어졌네요.. 무슨 일이 있나요?”
“아, 공부가 좀 어려워서요. 이상하게 공부가 잘 안 되네요..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어려워요.”
“학생이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고, 학교 공부도 해야 하니까 어렵다는 거 알아요.. 이 성적으로는 3학년이 되도 졸업 시험 통과가 어려울 거예요. 졸업 시험 통과가 안 되면 변호사 시험 응시가 불가능한 거 알고 있죠?”
“네.. 졸업 시험 통과가 어려울 거 같아요.”
혜령이 고개를 숙인다. 단정한 단발머리에 하얀 원피스 정장을 입은 교수는 작은 냉장고로 이동한다. 그리고 냉장고 안에서 떡을 꺼내 혜령 앞에 내려놓는다.
“이거 좀 먹어요. 맛있어요. 떡을 사서 바로 냉동실에 넣고 얼렸어요. 먹기 몇 시간 전에 냉장고로 내려놓으면 방금 산 것처럼 맛있더라구요. 신림동에서 공부할 때 시간이 부족해 자주 떡을 이렇게 먹었는데, 소화도 잘 되고 먹기도 간편해서 좋았거든요. 그게 습관이 됐는지 지금도 떡을 먹게 되네요.”
혜령이 떡을 한입 베어 물자 떡에서 달콤한 액체가 흘러나온다.
“음.. 혜령 학생 일단은 휴학을 해서 따로 공부를 한 후에 다시 와서 해 보는 건 어떨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 하세요”
“아.. 교수님 저도 잘 모르겠어요.”
“성적이 이번에 많이 떨어져서 학고 수준이에요. 이렇게 몇 번 하면 유급도 문제고.. 문제는 이렇게 공부하면 졸업시험도, 변호사시험도 합격하기 어려워요. 일단은 휴학한 후에 신림동 학습 커리큘럼에 맞춰서 공부해 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교수님, 제가 휴학을 하면 휴학하는 동안 생활비도 필요하고, 다시 돌아와서 지내야하는 생활비를 준비해야 하는데.. 휴학하고 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될까 무서워요.”
“그래도.. 신림동 학습 강의에 맞춰서 공부해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일요일에는 뭐하나요?”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고, 교회 봉사도 있어요.”
“교회에 가지 마세요. 합격한 후에 가도 되니까요. 일요일에도 공부해야해요.”
“봉사활동도...”
“일단 공부가 우선이에요.”
담당 교수의 말에 혜령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한참 망설인다.
“교수님 지난 번에 주신 책들 열심히 보고 있어요. 민법 교과서랑 객관식 문제집 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 번 풀어보고, 반복해야 해요. 일단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다시 만나도록 합시다”
“네 고맙습니다.”
혜령은 교수님이 주신 필기구와 노트들을 받아들고 나온다.
‘고맙습니다.. 교수님..’
독서실로 내려온 혜령이 자리에 필기구와 노트를 내려놓는다. 지하에 있는 독서실이 공부 열기로 뜨겁다. 책을 챙겨 혜령은 주말 과외를 위해 집으로 향한다.
‘일단, 여기서 살아남는 게 중요해.’
며칠 후 등불 교수가 혜령에게 문자를 보냈다. 혜령을 로스쿨로 이끈 그 교수다.
「혜령 학생, 시간 될 연구실로 한번 들르면 좋겠는데. 언제가 좋은가요?」
「교수님 저는 다 좋아요. 교수님 괜찮으신 시간에 갈게요.」
「그럼 오후에 연구실로 오세요.」
등불 교수의 호출에 혜령은 마음이 즐거우면서도 무겁다.
‘성적이 좋았으면 좋았을 텐데..’
오후 시간이 되자 혜령이 독서실에서 나와 등불교수 방으로 향한다. 복도를 걷는 걸음이 심장 고동처럼 급하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그래요. 학교생활은 잘 지낼만한가요? 이번에 중간고사를 봤죠?”
등불 교수가 혜령 앞에 성적표를 내려놓는다.
“성적표를 제가 좀 봤는데. 이걸 좀 볼까요?”
고개가 숙여지고, 혜령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학부생일 때 여러 번 학생의 답안을 봤기 때문에 로스쿨에 와서도 분명 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성적표는 좀 의외군요. 무슨 일이 있을까요..”
“아.. 교수님.. 사고 당한 이후에 여러 번 책을 봐도 잘 이해가 안돼요. 열 번씩 읽고, 열 번씩 문제집도 풀고 했는데 막상 문제를 받아들면 아무 생각도 안나요..”
“일단은 지금까지 성적이 너무 낮은데.. 공부 방법을 바꿔봐야 할 거 같은데.. ”
등불 교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혜령을 바라본다. 등불 교수 손에 들린 혜령의 성적표가 혜령의 가슴을 옥죄어온다.
“열심히 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로스쿨 공부가 학부생일 때 했던 공부랑 다르지 않아요.. 다시 감을 찾는 게 중요해요. 단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장기적인 계획도 잘 세워서 변호사 시험을 최종 합격하는 걸 목표로 합시다.”
“네, 교수님 고맙습니다..”
등불 교수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도서관 교수 대출증을 혜령 앞에 내려놓는다.
“학교에서 책을 빌리고 하는 건 몇 권이든 가능하니까 이걸로 빌려 보고 공부해요. 할 수 있으니까 포기하지 말아요. 여기 이 대출증으로 한번에 50권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한번 빌리면 한 학기 내내 볼 수 있어요. 이거 가져가세요. 나중에 졸업하면 도서관에 반납하면 됩니다.”
교수님의 대출증을 받아든 혜령의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혜령이 급하게 인사를 하고 방에서 나온다.
‘그래 열심히 해야 해. 교수님의 은혜를 잊지 말자.’
다시 학교 생활이 시작됐고, 혜령이 정신없이 학교와 집을 오갔다. 혜령은 그동안 해왔던 도서관에서 자고 일어나는 생활을 접었다.
‘잠은 집에서 자야해.’
혜령은 늦은 밤 짐을 챙겨 집으로 향한다. 그럼에도 혜령의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열심히 한다고 능사는 아니구나.’
졸업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졸업시험은 1, 2, 3차로 나눠져 몇 달에 거쳐 치러졌다. 1차, 2차에 합격한 학생들은 본격적으로 변호사시험을 준비했다. 혜령은 3차 시험 통과를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다.
문자메세지. 담당교수.
「학생, 연구실로 오세요.」
똑똑똑
“들어와요. 여기 앉아요. 점심은 먹었나요? 이거 먹어보세요. 토마토가 맛이 좋아요”
“네 교수님 고맙습니다.”
“이제 3차 시험이 얼마 안 남았군요. 졸업시험에 통과해야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어요. 문제는 졸업시험 점수가 낮으면 통과하더라도 변호사시험에서 합격을 하기 어렵다는 거예요. 알고 있죠?”
“네.. 교수님..”
“어떻게 잘 준비하고 있나요? 아직도 과외를 하고 있나요”
“네 아직 하고 있어요.”
“그만둔 줄 알았는데. 아니군요”
“이제 그만둔다고 하려구요. 문제는 과외를 해야 생활 유지가 되는데 고민이에요.”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야해요. 그리고 졸업을 유예하고 따로 공부하는 것도 생각해봐야할 거 같고. 지금 상태로는 졸업시험 통과도 불가능할 거 같은데..”
“일단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볼게요.”
“졸업시험을 통과하면 변호사시험 5회 제한이 시작 되서 계속 해야 해요. 알고 있나요? 중간에 멈춰도 시험 기회는 없어져요. 다섯 번 시험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갈 수 있어요. 한번 한번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졸업시험이 통과 안 되면 따로 공부를 시작할까하는데.. 괜찮을까요?”
“일단은 그렇게 하도록 하고요. 다시 만나도록 하게요. 이거 지난번에 먹은 떡이에요. 가져가서 먹어요.”
“교수님 고맙습니다.”
라벤더 향기가 날 것 같은 교수님의 뒷모습에서 혜령은 부러움과 고마움을 느꼈다. 교수실 안에서 나온 혜령이 복도에 서서 창가에 등을 기댄다.
‘하나님.. 과외를 이제 그만해야 해요. 알고 계시죠? 하나님이 보내셨으니 하나님이 책임지세요. 너무 힘들어요.’
그 시각, 혜령이 다니는 교회의 장로님이 자신의 SNS에 혜령의 개인 사정을 올린다.
「생활이 어려워 로스쿨 3학년이 되어서도 과외를 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라는 내용들이었다. 며칠 후 한 변호사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우연히 학생의 사정을 알게 됐어요. 제가 뭔가 해드릴 건 없을까 생각하다 변호사시험 보는 달까지 생활비와 월세인 40만원씩 보내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저도 크리스천이고, 학생을 돕고 싶어 학교에 알아보니 개인적으로 학교에서 줄 수 있는 없더라구요. 그래서 직접 연락을 드렸습니다.”
“아.. 안녕하세요..변호사님..”
변호사는 치열하게 사회생활을 하다 늦은 나이에 로스쿨에 와서 고생하며 공부했다고 했다. 혜령은 하나님의 응답에 눈물이 났다.
‘어차피 저는 통과 못할 점수니까, 하나님 졸업시험에 통과시켜주시면 변호사 시험 보러가라는 걸로 알고 가겠습니다.주님 파이팅.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있느니라. 아멘.’
혜령의 3차 졸업시험이 통과됐다. 그래서 혜령은 서울 시험을 보러가기 위해 준비 했다.
‘시험 결과는 주님께 맡기고 일단 할 수 있는 걸 하자.’
서울에 올라가 일주일 동안 시험을 본 혜령이 시험장에서 나왔다. 1층 로비에 시험 본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을 보니 왈칵 눈물이 났다.
‘나는 마중 나올 사람이 없구나.’
그 순간 기둥 뒤에서 누군가 나와 혜령을 부른다.
“혜령아, 수고했다. 엄마가 2시간 전부터 와서 기도하면서 있었어. 고생했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시험을 못 봐서.. 엄마..”
“괜찮아. 또 보면 되지. 일단 먹고 쉬자.”
손을 꽉 잡은 엄마 목사님의 손이 뜨겁다. 혜령의 시큰한 심장이 따뜻한 무언가로 덮였다.
정신없이 일주일 동안 시험을 본 혜령이 서울에서 내려왔다. 1회 시험을 마치고 내려온 혜령이 4회 남은 시험을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를 했다. 한해 한해 준비할수록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시험 횟수는 중간에 멈추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덕분에 혜령은 따로 일을 할 수 없었고, 통장의 잔고도 점점 떨어져갔다. 혜령은 학교 고시원으로 돌아갔고, 식사비용을 아끼기 위해 라면을 먹었다. 봉지 라면을 한 박스씩 사서 고시원에 있는 전자렌지를 이용해 끓여먹었다.
‘하나님 오늘은 누군가 민법 문제집을 버렸으면 좋겠는데. 듣고 계시죠?’
기도를 할 때마다 신기하게 혜령이 보려던 직전 학기문제집을 쓰레기통 앞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곱게 버려진 깨끗한 문제집을 받아들고 혜령은 하늘을 보고 빙긋 웃는다.
‘역시 아빠는. 최고.’
혜령의 가슴이 무언가로 풍성히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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