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

본 작품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단체, 종교,
지명, 사건 등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본 작품은 저작권이 있습니다.
무단 도용시 법적조치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프롤로그   

가족 안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상처와 갈등을 그렸다. 그 과정 속에서 고통과 아픔을 겪었던 가족이야기다. 상처 없는 가정은 없다는 말이 있다. 90% 이상의 가정에서 드러내지 않는 상처와 고통의 과정이 세대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상처와 아픔을 가진 성인아이로 자랐다. 그리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녀에게 상처와 고통을 물려준다. 자유 소설은 한 아이가 태어나 구성원 안에서 희생자가 되어 자라는 과정과 치유여정을 담았다. 자신의 내면을 깊숙한 곳에 묻고 모습만 성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혜령이 다가온다. 자유는 모습만 어른이 된 혜령과 함께 치유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회복과 치유를 담은 성장 소설이다. 자, 이제 혜령과 함께 자유를 향해 떠나보자. 진정한 자유가 당신과 혜령에게 찾아올 것이다.  







자유


 

 

자유

 

18. 어차피 천국 못가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

 

본 작품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단체, 종교,

지명, 사건 등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18. 어차피 천국 못가

 

 

반쯤 감은 눈의 혜령이 침대 긴 편으로 다리를 내려앉았다. 벌써 새벽 4시 반이다.

 

큰 일 났네. 어이쿠.’

 

혜령은 머리를 대충 묶어 올린 후, 옷을 갈아입는다. 혜령이 집으로 돌아온 후, 새벽 예배에 같이 나가자며 구찌가방 교회언니는 매일 혜령을 데리러 왔다. 그녀는 새벽 450분이면 어김없이 혜령이 사는 원룸 앞에 자동차를 세우고 기다렸다. 차에 오르기 위해 조수석 문을 열자 구찌 가방이 놓여 있다.

 

뒤로 타 뒤로. 오늘 예배 끝나고 갈 데가 있어서 급하게 나오느라 짐이 많네. 그나저나 너는 10분 전에는 내려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붉게 칠해진 입술 위로, 날카롭게 올려 세워진 속눈썹에 마스카라 액이 가득 뭉쳐있다.

 

밖이 어두워서 너무 무서워요..”

 

이제 좀 극복해야지. 한 달 정도면 괜찮아 질 때 되지 않았어?”

 

“......”

 

, 오늘 저녁에 교회 집회 있는데 갈 거지?”

 

오늘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못 갈 거 같아요.”

 

. 너 데리고 간다고 교회에 말해 놨는데. 너가 안 가면 내 얼굴이 뭐가 되겠어? 그리고 언제까지 방에서 안 나오고 그러고 있을 건데. 나는 너 새벽에 교회에 데려가려고 엄청 일찍 나오는데, 무섭다고 밑에 미리 내려와 있지도 않고. 성의가 없어. 하여간."

 

“.......”

 

나도 니 나이 때 택시 타다가 납치당할 뻔 한 적 있어. 그래도 이렇게 잘 살아가잖아. 집에 남편이 밤늦게 들어오면 잠을 늦게까지 못 자고 그러긴 해도 이렇게 잘 돌아다녀. 그러니까 너도 내려와서 기다리고 있고 그래. 도착했다고 연락해야 내려오지 말고. 내가 택시도 아니고.”

 

..”

 

.. 그리고 내가 요즘 자주 다니는 옷 가게가 있는데, 내가 옷을 좀 잘 입잖아. 거기 주인이 센스가 있어. 덕분에 옷 잘 입는다는 소릴 많이 듣고. 거기 알바 구한다더라. 장사가 그리되는 편은 아니라 시급대로 다 주진 못하고. 2,500 원에 맞춰 준다네. 대신 일은 좀 편안할 거라고 하길래. 내가 너 추천했어. 거기 면접 봐봐. 너 시험 보려면 시험료 필요하잖아.”

 

지금은 병원도 다녀야하고 너무 무서워서 밖에 못 나가요.. 속도 울렁거리고 죽을 거 같아요..”

 

, 내가 말하는데 생각해 본다고 하지도 않고. 바로 안 된다고 해?”

 

구찌가방 언니는 혜령이 필요할 때면 전화를 해서 그녀가 있는 곳으로 불렀다. 혜령이 올 때까지 구찌가방 언니는 전화를 하고 받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왔다.

 

너 여기 와서 가게 좀 봐줘. 내가 어디 좀 가야거든. 대신 여기 와서 밥도 먹고 가고.”

 

제가 지금 학원에 가야해요.”

 

갔다가 오면 되잖아. 나도 할 일 많아. 만나야할 사람도 많고. 너 그렇게 말 안 들으면 너 미워할 거야. 내가 너 버릴지도 몰라.”

 

구찌 가방 언니의 말에 혜령의 심장이 시큰했다. 구찌가방 언니의 하루는 혜령에게 전화를 거는 걸로 시작됐다. 혜령은 어느 순간부터 그녀에게 전화가 올 때면 마음이 조였다.

 

언니가 곧 전화 할 텐데. 기다려야하나. 어디 갔다고 하면 또 화 낼 거고. 나를 버버리면 어쩌지?’

 

버림받는 것이 익숙했던 혜령은 더 이상 버림받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구찌가방언니의 모든 일과에 혜령은 자신의 일처럼 신경을 쏟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권한 옷 가게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아르바이트에 나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에 혜령은 자주 울렁거림을 느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으로 올라오는 고개에서 땅에 다리를 접고 앉아있어야 했다.

 

혜령이 집으로 돌아오고 며칠 후부터 혜령의 핸드폰으로 이상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다.

 

발신자 제한 표시

 

전화를 받자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팅 팅 팅.. 툭툭..” (철근끼리 부딪히는 소리)

 

누구세요? 누구시냐구요.”

 

철근 부딪히는 소리와 공사장에서 날 법한 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온다. 같은 소리만 반복되고, 혜령의 물음에도 대답이 없다. 혜령이 끊기 전까지 전화는 끊기지 않았다. 혜령은 이상한 전화가 매일 계속 되자, 일전에 번호를 준 형사에게 전화를 건다.

 

형사님 요즘 자꾸 이상한 전화가 와요. 발신자 제한표시로 오는데요. 이상해요. 혹시 범인이 전화를 거는 게 아닐까요? 너무 무서워요.”

 

일단 사진 찍어서 보내주시고요.. 녹음도 해 두세요. 저희가 국내 통신사 어디서 걸려오는 전환지 알아보겠습니다. 누군지 물어보고 최대한 상대방이 답변을 하게끔 이야기 해 보세요.”

 

매일 전화가 걸려왔고, 전화는 혜령이 끊을 때까지 끊어지지 않았다. 혜령이 소리를 지르고 법석을 떨어도 전화 속 소리는 항상 같았다.

 

 

. . . . .” (철근끼리 부딪히는 소리)

 

형사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혜령씨 국내 3사 통신사 말고도 전부 알아봤는데요. 국내에서 걸려온 전화가 아닌 거 같아요. 대포 폰인 거 같기도 하고요. 상대방을 알 수가 없다 네요.. 아직 범인도 잡히지 않았고. 아무래도 번호를 바꾸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범인이 들고 간 가방 안에 개인서류들이 있었다고 했죠? 그 정보로 전화를 걸었을 수 있으니까요. 일단은 번호와 이름을 변경하시는 것도 방법일 거 같네요.”

 

.. 알겠습니다..”

 

병원 치료도 잘 받으시고요. 저희가 최선을 다해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 네 개 지부 경찰서에서 사건을 진행 중이예요. 사건 당일 그 시간대에 현장 근처 기지국에서 전화를 걸었던 2천명을 직접 만나 찾아보는 중입니다. 조금 만 더 기다려주세요.”

 

고맙습니다..”

 

 

혜령은 전화번호를 바꿨다. 혜령이 번호를 바꾸고 나서야 발신자가 없는 전화를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느 날 구찌 언니가 혜령의 아르바이트 장소로 찾아왔다.

 

오늘은 내가 특별히 너 봐 주려고 왔어. 내가 소개했는데 잘 하고 있는지 봐 줘야지. 밥은 먹었고?”

 

혜령은 구찌가방언니와 있을수록 마음이 조여 왔다.

 

어제는 내가 누구를 좀 만났는데. 모르는 여자도 있더라고. 이것들이 나를 쉽게 보는 거 같아서 내가 딱 째려봐줬지. 그렇게 몇 분 만 하면 금방 내가 하라는 대로 고분고분해져.”

 

혜령이 물끄러미 구찌 언니를 바라본다.

 

교회도 하나의 사회야. 교회라고 해서 다를 것 같아? 안에서 바람피고 만나고 서로 그래. 엊그제는 교회 직분자가 밤늦게 나한테 전화를 했지 뭐야. 맨날 자기 부인한테 나 좀 닮으라고 한대나 뭐래나. 차 한 잔 하자는데. 내가 무슨 차를 마시냐고 톡쏴줬더니. 자기 그런 거 아니라고 하고. 아무튼 교회 안에 직분자 건 뭐 건 안에서도 사회에서 일어날 일들은 다 일어나.”

 

.. 그렇네요..”

 

요즘은 아줌마들이 산에 그렇게 다닌다더라. 아저씨들 만나서 자기 옷 사달라고 해 놓고. 나중에 가서 아들 옷으로 바꾼다고 하더라고. 신기하지. 다들 나이 들었다고 해서 바뀌지 않아. 다 같이 나이가 드니까. 나이든 사람들끼리 연애도 하고, 자고 그러는 거지.”

 

혜령은 그녀와의 대화에서 자주 혼란을 느꼈다. 그녀와 다니는 새벽 예배, 신령한 집회 안에서의 그녀는 다른 사람 같았다. 매일 같이 구찌가방 언니와 혜령의 만남이 이어졌다. 만남의 횟수가 늘어가고 함께 교회에 다니면서 혜령은 완전히 구찌가방 언니의 손발이 되었다.

 

너 영어 공부 하고 있다며. 내 아들 좀 와서 가르쳐봐. 그러면 실력도 더 늘 거 아니야?”

 

시간이 좀 없을 거 같은데요..”

 

넌 항상 바로 된다고 하는 일이 없더라? 너 자꾸 그러면 내가 미워한다?”

 

혜령의 마음이 쿵 하고 떨어진다.

 

'나를 미워하면 어쩌지. 나를 버리면 어쩌지. 나는 소중한사람의 부탁도 들어주지 못하구나..'

 

죄책감에 시달리다 혜령은 구찌가방 언니를 만나러 갔다. 비슷한 일상들이 계속 반복되자 혜령은 더 이상 침대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아졌다. 혜령은 엄마 목사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엄마, 저예요. 잘 지내시죠? 제가 너무 힘들어요. 왜 힘든지 잘 모르겠어요. 교회에도 열심히 다니고, 말씀도 자주 보고, 봉사도 하는데.. 기운이 없어요.”

 

엄마가 기도할게. 어디 몸이 안 좋은 거니?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 거야?”

 

혜령은 그동안의 일을 엄마 목사님께 말씀드린다.

 

그랬구나. 아무래도 그 분이 사람을 조종하는 걸 좋아하는 분인 거 같은데.. 네가 너무 힘들겠구나.. 엄마가 생각하는 건데.. 잠시 서울에 있는 교회에 올라와 있는 건 어떠니? 그런 분들은 거리를 두는 게 좋은데.. 지금은 집도 알고, 그래서 거리를 두는 게 쉽지 않을 거야. 엄마 생각엔.. 그 사람과 인연을 끊었으면 좋겠는데. 일단 그 부분은 나중에 이야기 하고 다 챙겨서 엄마 옆으로 와 있으렴.”

 

그 언니가 엄청 서운해 할 거예요. 저를 미워할지도 몰라요. 제겐 엄청 소중한 사람인데.. 이상하게 너무 힘들어요.. 마음이 조급해지고.. 서울에 가는 걸 말 안 하고 가면 절 영원히 버릴지도 몰라요.”

 

령아, 일단은 와서 엄마랑 이야기 하자. 기도 하고 있으마. 통장으로 차비 넣을 테니까 일단 짐을 싸서 올라와.”

 

혜령은 그 날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서울로 갔다. 그리고 핸드폰을 정지했다.

 

령아, 쉬고 기도하고 여기서 마음이 회복될 때까지 충분히 있다가 다시 내려가렴. 그래야 주님이 주시는 길도 걸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길거야. 내려가면 교회도 옮기고.. 엄마 생각엔 그 사람을 다시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 언니 너무 좋은 사람이에요.. 언니가 너무 속상해할 거예요. 그리고 지금 다니는 교회 목사님이 너무 좋으신 분이예요. 저 다쳤을 때도 우시고.. 기도도 해 주시고.. 옮기면 속상하실 건데.. 그리고 언니가 저한테 잘해준 것도 많고요.”

 

그 언니는 너 없어도 잘 지낼 거야. 우리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자. 그리고 이 세상 교회는 다 하나님 껀데. 어느 교회든 가서든 열심히 신앙생활하면 되지. 일단 엄마가 밥 해 줄 테니까 맛있게 먹고, 같이 말씀보고 기도하자.”

 

목사님이 자리 잡은 곳은 서울 지하 교회였다. 엄마 목사님을 닮아 교회는 푸근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혜령은 목사님 곁에서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동안 엄마 목사님과 시장에 가서 나물을 사와 무쳐먹고, 교회 안에서 기도했다. 그리고 몇 달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짐을 정리하고 난 후, 혜령은 면접을 위한 스터디를 모집했다.그 사이 자연스럽게 구찌언니와 인연이 정리됐다.

 

 

로스쿨 면접을 함께 준비할 분들을 구합니다. 0000 대학교 00

 

 

혜령은 쪽지를 도서관 게시판에 붙였다. 그리고 로스쿨 면접 스터디를 하고, 차분히 일상을 채워나갔다. 면접을 위한 정장을 사러가는 길, 범수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혜령아, 장례식장에 와야 할 거 같은데.. 관수 형님..딸 은성이가.. 그렇게 돼서..”

 

? 그렇게 되다니요?”

 

여기 00장례식장인데 천천히 준비하고 오거라.”

 

아빠 제가 면접에 입으려고 정장을 사러 가던 길이예요. 그거 사서 입고 갈게요.”

 

그래, 아빠가 정장 값 얼마 안 되지만 보내주마. 그걸로 좋은 걸로 사서 입고 오렴.”

 

천사 같은 은성언니, 은성언니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 혜령은 두려움을 느꼈다.

 

 

장례식 장, 신을 벗고 혜령이 안으로 들어간다. 범수가 있는 곳으로 혜령이 걸어간다.

 

아빠 저 왔어요.”

 

그래 잘 왔다. 산돌아빠한테는 이야기 하지 말고. 워낙 둘째 형이랑 사이가 안 좋으니까.. 형님 딸이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았다고 하는데.. 결국은 목을 맷다고 하는 구나..”

 

목을 매요?”

 

돌아가면서 지켰는데. 그렇게 됐다네.. 매일 자기만 죽으면 다 끝난다고 하도 그래서 병원에 다니게 하고, 약도 먹게 하고.. 돌아가면서 살펴보고 그랬는데. 잠깐 외출한 사이에 그러게 됐대.”

 

.. 그 천사 같은 언니가. 대체 왜..”

 

일단 꽃 놓고 인사 하러 가자.”

 

혜령은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시골 가족들을 장례식장 안에서 마주한다. 혜령을 바라보는 눈빛이 곱지 않다. 혜령은 은성 언니의 사진 앞으로 걸어간다. 은성언니의 고운 얼굴이 담긴 사진 앞에 선 혜령은 무릎을 굽히고 고개를 바닥에 댄 후 한참 운다. 혜령의 눈과 코에서 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왼쪽 벽에 붙어 앉아 망연히 하늘을 바라보던 관수가 혜령을 발견하고 무서운 얼굴로 쳐다본다.

 

이제 와서 어쩌라고. ? 이제와서 어? 니년 만나고 와서 착한 내 딸이 귀신이 들렸다고. 너 때문에 죽었어. 너 때문에 죽었다고. 니 애비는 내 거 다 뺏어 가더니, 니는 내 딸까지 죽이고.. 니가 죽였어. 니가 죽였다고.”

 

삿대질과 함께 둘째 관수는 혜령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관수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쏟아진다. 둘째 관수의 말과 눈빛에 혜령은 두려움을 느낀다.옆에 있던 셋째 범수가 관수를 향해 낮은 음성으로 말을 뱉는다.

 

형 발등을 형이 찍은 거여.”

 

혜령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곁눈질만 하며 방임하던 범수였다. 그런 범수가 처음으로 혜령의 편에 서서 말을 뱉었다. 범수의 말에 혜령은 그동안의 아픈 감정들이 한 번에 녹아내리는 듯 했다.

 

고마워요. 아빠..’

 

은성 언니는 혜령을 마지막으로 만나고 온 후 매일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했다. 은성 언니는 둘째 관수의 죄가 씻기도록 교회에 나가서 빌고, 또 빌었지만 마음의 짐을 덜어내지 못했다고 했다.

 

혜령은 은성 언니에게 인사를 하고 근처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도착한 한길이 문으로 들어오며 혜령을 본다. 눈이 마주치자 한길은 바로 얼굴을 돌리고 혜령과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는다. 돌린 얼굴에서 불쾌함이 떠오른다. 장례식장엔 은성언니가 다녔다는 교회 사람들 누구도 오지 않다.

 

자살하면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 교회 목사님이랑 성도들이 안 온다고 했다네. 으유. 교회가 그렇지.”

 

범수의 말에 혜령의 마음이 뜨끔하다. 은성언니의 아이들이 혜령의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이 엄청 많이 컸네..’

 

아이들을 보고 혜령이 멀찌감치 서서 기도를 한다.

 

'하나님 저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요.. 하나님께서 건강하게 키워주셔요. 마음을 치유 해 주셔요.'

 

혜령의 뒷 편에 서 있던 집 안에서 믿음이 가장 좋다는 넷째 인수가 갑자기 찬송을 부른다. 하늘 가는 길이라는 찬송이 울려 퍼지고, 은성언니를 천천히 떠나보내는 준비가 시작됐다. 찬송의 울림 덕분에 식장 안이 더욱 경건한 분위기로 가라앉는다. 한참 찬양을 부르던 넷째 인수가 한길과 연기, 운길, 경희, 기석을 불러 모은다.

 

자살하면 어차피 천국 못가. 알았지?”

 

넷째 인수의 목소리가 혜령의 귀에 들어온다. 그리고 인수는 마저 찬양을 부른다. 장례식 장 안에 인수의 목소리 만이 가득 울려 퍼진다.

 

 

하늘 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슬픈 일 많이 보고 늘 고생하여도

하늘영광 밝음이 어둔 그늘 헤치니

예수공로 의지하여 항상 빛을 보도다.

 

<하늘 가는 밝은 길이> / 찬송가 493

 

 

어차피 천국 못가. 너는.’

 

혜령의 마음에 같은 말이 쟁쟁하게 울린다.

 

 

 

 

 

 

 

 

 

 

 

#성장소설

#가족소설

#자유소설

#연재소설자유

#치유소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