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본 작품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단체,
종교, 지명, 사건 등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본 작품은 저작권이 있습니다.
무단 도용시 법적조치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프롤로그 가족 안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상처와 갈등을 그렸다. 그 과정 속에서 고통과 아픔을 겪었던 가족이야기다. 상처 없는 가정은 없다는 말이 있다. 90% 이상의 가정에서 드러내지 않는 상처와 고통의 과정이 세대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상처와 아픔을 가진 성인아이로 자랐다. 그리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녀에게 상처와 고통을 물려준다. 자유 소설은 한 아이가 태어나 구성원 안에서 희생자가 되어 자라는 과정과 치유여정을 담았다. 자신의 내면을 깊숙한 곳에 묻고 모습만 성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혜령이 다가온다. 자유는 모습만 어른이 된 혜령과 함께 치유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회복과 치유를 담은 성장 소설이다. 자, 이제 혜령과 함께 자유를 향해 떠나보자. 진정한 자유가 당신과 혜령에게 찾아올 것이다.
자유
15. 선택
15. 선택
새벽 예배가 끝난 후, 혜령이 한참 앉아 십자가를 바라본다. 혜령의 곁으로 짧은 머리에 고운 파마를 한 목사님이 다가온다. 목사는 혜령의 곁에 앉아 혜령의 손을 감싸 쥔다.
“요즘 무슨 고민 있어요? 제가 같이 기도할게요. 예쁜 자매님이 새벽마다 우는 걸 보니까 마음이 아프네.”
“별일은요. 목사님, 편하게 말씀하세요.”
“이름이.. 혜령이라고 했던가. 혜령이는 참 곱고 이뻐. 하나님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하나님께 전부 올려드리면, 모든 것을 아시는 그 분께서 전부 책임지실거야. 같이 기도할게.”
“네, 감사해요.”
여자 목사는 혜령에게 자주 연락을 했고, 안부를 물었다. 혜령이 편안하게 마음을 내어 놓을 때까지 천천히 혜령에게 다가갔다. 혜령에게 반찬을 만들어주고, 고민을 들어줬다. 혜령은 목사를 엄마처럼 따르기 시작했다.
“혜령아,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모두가 가족이야. 나는 혜령에게 엄마고, 가족이고, 친구야. 그러니까 너는 혼자가 아니란다.”
“엄마, 저 이제 외롭지 않아요. 하나님도 제 기도 잘 들어 주시고, 성경 읽는 것도 재밌어요.”
“그래, 하나님께 그 분을 더 사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같이 기도하자. 사랑하는 마음도, 믿음도 그 분이 주시는 거란다.”
“엄마, 저 열심히 살고 싶어요. 열심히 할게요. 기도도, 공부도, 성경 읽는 것도요.”
맞잡은 두 사람의 손이 뜨겁다. 엄마 목사님은 한참 소리 내어 선포 기도를 한다.
“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 아버지, 딸을 사랑하시는 아버지. 이 딸을 세우시고, 위로하시고...”
혜령과 엄마 목사님의 눈물이 새벽을 뜨겁게 채웠다.
범수는 더 이상 혜령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혜령과 범수가 연락을 하지 않자, 옥석의 시골 집은 범수 외에 아무도 찾지 않았다. 옥석은 다시 혼자가 됐고, 산돌을 대신한 혜령이 새벽부터 준비해야했던 제사도 사라졌다. 혜령은 비어 있던 마음의 자리에 하나님과 엄마 목사님으로 가득 채웠다. 기도하고, 성경을 읽는 시간만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혜령은 그 무렵 보육원에 혼자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여자아이들만 있는 보육 시설로 혜령에게 법학공부를 알려준 조교가 소개한 곳이었다. 부모님이 없거나, 있어도 버려진 아이들이었다. 혜령은 어린 시절 머물렀던 고아원에 봉사를 가고 싶었지만, 그곳은 AI병원균 유행으로 봉사활동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봉사활동을 시작한 후 혜령에게 주말은 기다려지는 시간되었다. 저 마다 사연이 달랐지만 아이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웠고, 예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 덕분에 혜령의 마음이 밝아져갔다. 혜령은 엄마 목사님처럼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주자 마음먹었다.
아이들은 혜령을 잘 따랐고, 혜령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매주 주말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설에 머물렀다. 청소하고,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공부와 독서를 하며 함께 즐거운 하루들을 보냈다. 봉사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행동이 오히려 혜령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시간이 됐다.
"선생님은 좋겠다. 얼굴도 이쁘고, 집도 있고. 나는 버려졌는데. 엄마는 온다고 해놓고 오지도 않아요. 선생님이랑 같이 살면 좋겠어요. 어차피 선생님은 내 마음 모르지.."
올망졸망한 눈을 한 작은 여자아이가 혜령에게 다가와 한참 푸념을 한다.
"선생님도 어릴 때 시설에 있었어. 네가 크면 선생님보다 백배는 더 예뻐지고, 더 행복하게 살 거야. 그러니까 우리 하나님께 기도하자. 넌 정말 잘 될거야."
혜령은 아이를 꼭 껴안는다. 작은 아이에게서 비누향이 난다.
‘넌 정말 잘 될거야.’
몸은 피곤했지만, 혜령의 마음은 풍요로움으로 넘쳤다.
혜령의 집 방안, 경희는 혜령에게 이제 준비가 다 됐다며, 전도사님과 만날 약속을 잡자고 했다.
“이번 주는 내가 좀 바빠서 안 되고, 다음 주 안 될까? 근데 꼭 만나야해? 나 교회도 다니고 있어. 거기 목사님 정말 설교 잘 하시거든. 정말 좋아.”
“언니 교회가 좋아도, 말씀이 먼저잖아. 전도사님이 심리상담도 해 주시고 말씀도
알려주시고 할 텐데 얼마나 좋아. 부담 갖지 말고 밥이나 한끼 먹으러 나가봐.”
혜령은 그러마 하고 약속했다. 바쁜 나날들이 지나갔고, 약속한 날이 왔다. 경희의 전도사님을 경희가 말한 카페 안에서 만났다. 깔끔한 정장 차림의 깨끗한 인상을 가진 남자가 앉아 있다. 혜령이 다가가 인사를 한다.
“말씀 공부를 제대로 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 일주일에 세 네 번 만나서 말씀 공부하고 그러면 자매님 삶도 더 많이 하나님께서 도우실거에요.”
“세 네 번이나요? 일주일에 한번은 안 되나요? 제가 아르바이트도 있고, 근로 장학생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해서 일주일에 그렇게 많이 만나는 건 어려워요.”
“자매님, 말씀을 제대로 아셔야 하나님이 주시는 복을 많이 받을 수 있어요.”
“그건 안 되는데. 그냥 나중에 시간이 생겨서 기회가 되면 배울게요.”
혜령의 말에 남자 전도사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리고 굳은 표정을 급하게 푼 남자 전도사는 입 꼬리를 양쪽으로 가득 올리며 말을 건넨다.
“일단은 그럼 일주일에 한번 보고, 나중에 계획을 다시 만들어보게요.”
혜령은 일주일에 한 번도 부담이 됐다. 그만 두겠다는 말을 건네자, 전도사는 혜령에게 좋은 밭이기 때문에 씨를 뿌리면 좋은 나무가, 열매가 맺힐 거라 했다.
“혜령씨가 가시밭이고, 메마른 땅이면 저도 시간 내서 이렇게 알려드리지 않았을 겁니다. 좋은 밭이라 씨를 뿌리면 싹이 나고 큰 나무가 될 게 보이니까 이렇게 시간 내서 저도 혜령씨에게 진리를 알려 드리는 거예요.”
혜령은 전도사님이 말한 좋은 밭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이후 여러 번 혜령은 경희의 전도사님을 만났다. 남자 전도사는 공부방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혜령을 데려갔다. 혜령이 대문으로 들어가자 방에서 또래로 보이는 아이들이 나와 인사를 했다. 여러 명의 비슷한 나이 대 친구들이 각 방에 모여 말씀을 듣고, 열심히 적고 있었다. 혜령은 고개를 살짝 숙인 후 전도사가 말한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아, 오늘은...”
“오늘은 여기부터 공부하기 시작할 겁니다. 성경 공부를 제대로 해야 우리는 하나님을 바로 알 수 있어요.”
남자 전도사의 성경 공부는 논리적이고, 체계성을 갖췄다. 성경 지식을 이것저것 대가없이 알려주는 전도사에게 혜령은 고마움을 느꼈다.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사람들은 저렇게 열심히 사랑을 전하는 구나.’
공부 모임 어느 날 남자전도사가 말한다.
“혜령씨, 그동안 혜령씨가 믿고 있었던 하나님이 진짜 하나님이 아닐 수 있어요.
우리는 성경 속 하나님을 제대로 만나야 합니다. 하나님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게 사탄의 하수이거나 악마였을 수도 있거든요. 성경 속에서 바로 앎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을 제대로 알고, 그 분을 삶에 초청할 수 있어요.”
사탄이라는 말에 혜령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얼굴이 붉어진 혜령이 물끄러미 남자전도사를 바라본다. 어린 시절 만났던 하나님, 그리고 잠시 하나님을 떠났던 시절, 다시 만났던 하나님이 하나님이 아니었다니. 혜령은 혼란스러웠다. 눈꺼풀 한쪽이 파르르 떨렸다. 다음 약속을 정하고 혜령은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왔다.
문자메세지.
「전도사님, 제가 아직 말씀 배울 준비가 안 된 거 같아요. 너무 혼란스럽고 힘들어요. 말씀하신 대로 사람마다 하나님이 계획과 시간표가 있는 건데.. 제 시간이 아직 아닌 가 봐요. 좋은 기회가 생기면 나중에 다시 말씀 배울 게요. 죄송합니다. "
「혜령씨가 좋은 밭이라 제가 대가 없이 말씀을 가르쳐드린 거지요. 만약 가시밭이면 제가 이렇게까지 말씀을 알려드리겠어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말씀을 제대로 아셔야합니다.」
「제가 그곳에 가는 게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기분이 들어 못 가겠어요. 제가 믿었던 하나님이.. 하나님이 아니시라는 것도 마음이 너무 힘들구요. 죄송합니다.」
혜령은 마지막 문자를 보내고 핸드폰을 다시 정지했다. 그날 밤, 경희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울부짖기 시작했다. 경희의 표정은 세상을 잃은 표정이었다.
“언니 한다고 해 놓고 안 하면 어떻게 해. 내가 얼굴이 뭐가 되라고. 내가 얼마나 열심히 부탁한 건데. 그리고 교회 사람들도 언니 다 안단 말이야. 내가 뭐가 돼.
언니 다시 해. 내가 얼마나 좋으면 내가 언니 얼마나 사랑하면 이렇게까지 하겠어.
언니 나 믿고 한번만 더 생각해 주면 안돼?”
“나 너무 바쁘고 요즘 너무 피곤해. 성경 배우는 것도 힘들고. 거기 가는 게 너무 힘들어. 나중에 다시 할게. 나 교회 다니는 곳 거기 말씀 좋아. 거기서 목사님 말씀 잘 듣고 성경 매일 읽고 있으니까 나중에 할게..”
“언니 나 못 믿어? 가족은 나 하난데 가족이 이렇게 부탁하는 데.. 언니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언니 제발. 응?”
경희와 혜령은 그 이후 매일 밤 다투고, 울고, 어르고를 반복했다. 혜령은 너무 피곤했지만, 그럼에도 경희의 말에 따르지 않았다.
‘내가 사탄이 씌었나보다. 말씀 배우는 게 이렇게 싫다니.’
혜령과 경희는 말씀 배우는 문제로 다투다 결국 따로 살기로 했다. 경희는 짐을 꾸려 친구 집으로 간다며 나갔다. 혜령은 경희를 잡지 않았다.
육 개월 후, 혜령이 살고 있는 집이 계약 기간이 끝나 나가야할 때가 되었다. 혜령은 경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가운 목소리의 경희가 전화기 너머로 왜? 라고 말을 던진다.
“여기 계약 기간이 끝나면 너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가면 안 될까? 아니면 짐이라도
좀 맡아줘도 좋고. 너 지금 혼자 산다며. 내가 공부 중이라 집을 알아보고 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시험도 봐야하고, 돈 들어갈 것도 많고. 지금 하는 아르바이트로는 집세도 못 낼 거 같고 해서.. 같이 반씩 내면 안 될까?”
“나도 사정이 있어서 안돼. 언니가 알아서 알아봐.”
“그럼 옷이랑 책 같은 거라도 맡아주라. 주인 어르신이 집을 이제 나가라고 하시는데 어떻게 알아봐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몰라. 언니가 알아서해. 우리 집에도 짐이 많아서 언니 짐 놓을 데 없어. 다 버리던가.”
“옷이랑 책이랑 다 버렸는데, 책 백권 정도만 가지고 있어주라. 부탁할게. 이건 정말 버릴 수 없어서 그래..”
“우리 집 복잡해져서 안돼. 이런 부탁 하지마.”
뚝.
경희의 전화가 끊겼다. 혜령은 경희의 강경함에 서운했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혜령도 경희의 간곡한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던 게 생각나서였다. 혜령은 짐을 싸고,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이사를 준비하던 사이 등불 교수님께서 혜령을 부르셨다. 등불 교수님은 혜령이 오는 날이면 종이 한 장을 준비해 혜령 앞에 놓으셨다.
“여기에 어떤 계획을 하고, 이뤄갈 건지 적어보게. 눈으로 볼 수 있게 적으면 그 계획이 이루어질 걸세. 자네는 열정이 가득한 학생이니 반드시 될 거라 믿네.”
“고맙습니다. 교수님. 항상 이렇게 신경 써 주시고..”
“참. 그리고 이제 우리나라도 로스쿨이라는 제도가 이번 해부터 들어온다네. 빌려줬던 책에서 변호사가 됐던 그 여성도 일본 로스쿨을 나왔는데 기억할지 모르겠네만. 학생의 여건이나 상황을 보면 고시공부도 좋지만, 로스쿨에 진학해서 학자금 대출을 받고 하면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생각해 보게나.”
등불 교수님은 혜령에게 로스쿨 입시 전형에 대해 알려주시며, 입시전형 책자를
주셨다.
“이번 해부터 시험을 보는 걸로 시작해서 로스쿨에 진학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자네가 공부하는 걸 보고 답안지를 채점 메보고 해보니 법학 공부에 적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고. 지금 여건보다 안정적으로 공부해서 변호사가 되면 학생이 하고 싶어하는 그 변호사가 될 수 있을 거네.”
혜령은 교수님의 진심어린 조언을 듣고 기도를 먼저 하기로 했다.
‘뭔가를 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 여쭤봐야 한다고 했어.’
설교 말씀이 갑자기 생각난 혜령은 특별 새벽 예배를 드리기로 마음먹는다.
몇 달간의 새벽 예배 후, 혜령은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한다. 로스쿨에 가기 위한 준비는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야한다는 걸 의미했다. 리트 공부와 영어공부, 봉사활동, 새벽 예배, 책 읽기로 혜령의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갔다. 혜령은 수험 준비를 위해 주말에는 박람회에서 과일 등을 팔고,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혜령의 꿈을 위한 새로운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가족소설
#성장소설
#치유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