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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픽션
입니다.

본 작품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단체,
종교, 지명, 사건 등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본 작품은 저작권이 있습니다.
무단 도용시 법적조치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프롤로그   

가족 안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상처와 갈등을 그렸다. 그 과정 속에서 고통과 아픔을 겪었던 가족이야기다. 상처 없는 가정은 없다는 말이 있다. 90% 이상의 가정에서 드러내지 않는 상처와 고통의 과정이 세대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상처와 아픔을 가진 성인아이로 자랐다. 그리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녀에게 상처와 고통을 물려준다. 자유 소설은 한 아이가 태어나 구성원 안에서 희생자가 되어 자라는 과정과 치유여정을 담았다. 자신의 내면을 깊숙한 곳에 묻고 모습만 성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혜령이 다가온다. 자유는 모습만 어른이 된 혜령과 함께 치유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회복과 치유를 담은 성장 소설이다. 자, 이제 혜령과 함께 자유를 향해 떠나보자. 진정한 자유가 당신과 혜령에게 찾아올 것이다.




자유

 

자유

 

14. 너는 몰랐지?

 

14. 숨겨진 이야기

첫째 산돌이 출소한 후, 그의 사업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산돌과 일했던 사람들이 더 이상 연락을 받지 않았고, 사업이 번창하는 동안 돈을 빌려갔던 친구들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예전을 생각하니 들어오는 돈이 적게 느껴져 초라했다. 씁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밤이면 한잔 두잔 술을 마시게 됐다. 술은 산돌에게 유일한 친구가 되어 줬다.

산돌은 거나하게 술에 취하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찾아 전화를 걸어댔다. 범수도, 한길 엄마도, 관수도 예외는 없었다. 취해야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낼 상대라면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혜령이냐. 너 잘 사냐. 니 엄마가 너 때문에 죽은 건 아냐. 결혼하기 전에 점쟁이

놈이 니 엄마한테 나랑 결혼하면 죽는다고 했는데. 니가 딱 그 사주팔자여. 계모 밥 먹고 돌아다닐 팔자. 니 엄마 안 죽을라믄 받은 이름으로 올렸어야 했는데.. 범수가 아무거나 올려 가지고.. 니가 하필 하늘이 내린 명이라, 엄마가 대신 죽은 거다. 너 때문에 엄마가 죽은 거야. 알고는 있냐..”

“.......”

혜령은 할 말이 없었다. 무엇보다 혜령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니, 혜령은 너무 놀라 가슴이 답답했다.

대답을 해야지. 대답을. 뭐라고 이야기를 하면 네. 라고 이야기 하는 게 어른에 대한 예의야. 니 엄마가 나랑 결혼하기 전에 죽을 걸 먼저 알아 가꼬. 나랑 혼인신고도 안하고.. 나중에 죽고 나서 정리 할라고 봉께.. 농에 혼인신고서가 있더라. 그래서 내가 여직 총각잉께. 너를 범수한테 보낸 건디.. 잘 한 건지 모르것다.”

산돌은 매일 혜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고.. 혜령은 산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유일하게 딸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겼다.

. 너랑 나랑 참 안 닮았어. 니 엄마가 결혼 전에 엄청 이뻤는데. 따라다니는 놈이 많았거든. 그 놈들 중 하나인지 모르지. 아무래도 이상해. 너 유전자 검사 해 봐야 것어. 알았냐? 몰랐냐? 나랑 니 할아버지도 같은 핏줄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너랑 나랑도 같을 리가 없지. 니 할아버지가 내 아빠가 아니라고. 이 말은 처음하지? 내 엄마가 그래가지고 나를 어릴 때 안 키워주고 외가 집에 보냈어. 갑자기... 그리고 거기서 사는데.. 나는 맨날 밥상을 따로 주는 거야. 아무도 나랑 이야기도 안 하고. 그래서 내가 밥상을 엎어 불었지. 그 담부터 외할아버지가 옆에 와서 앉으라고 하더라.... 흐흐흑. 그 날은 할매랑 엄마가 아침부터 씨암 닭도 잡아주고 엄청 잘 해주는 거야. 그걸 양껏 먹고 기분이 좋았지.. 제삿 밥인 줄도 모르고. 듣고 있냐? 그래 가지고 개울가로 가자고 항께. 내가 따라갔지. 그때가 세살 쯤 됐을라나. 글더만 할매랑 엄마가 나를 양 쪽에서 잡더니 물에 얼굴을 처박는 거여. 죽어라고 발버둥 치고 하는데 안 놔주는 거지. 그때 물을 많이 먹었어. 엄마가 나를 죽일 라고 한 거제. 내가 아버지 친 아들이 아닝께. 적당히 아파서 죽었다 할라고 했던 거지. 그러니까 그날따라 닭도 잡아주고.. 잘해주고. 그게 내 제사 밥이었던 거제.. 근데 내가 죽을 리가 있냐.. 그 날부터 산 사람처럼 보지도 않고, 엄마가 돌아봐주지도 않고.. 이 말은 내가 또 처음하지? 내가 어릴 때부터 머리가 좋았거든. 얼마 전부터 갑자기 3살 때 기억이 너무 선명 해 지는 거야. 그러니까..너무 억울한 거지..”

산돌은 밤마다 같은 이야기를 혜령에게 하고 또 했다. 그럼에도 산돌의 응어리는 풀어지지 않았다. 산돌은 날이 갈수록 술 양이 늘었고, 일을 자주 나가지 않았다.

너는 교회 안 다니지? 니 엄마 살아있을 때 내가 그렇게 교회 가지 말라고 때리고 했는데 그래도 니 배에 담고 교회 다니고. 니 나와서는 손 잡고 교회 다니고. 긍께 내가 안 때릴 수가 있어야제. 그 놈의 신이 어딨다고. 신이 있으면 니 엄마 그렇게 허망하게 갔것냐? 교회 다니지 마라. 내가 성경 그거 다 읽어봤는데 거짓말이여.”

산돌과 혜령의 대화가 계속되자 혜령의 마음이 점 점 어두워졌다.

나도 신 따윈 없다고 생각하고 싶은데, 혼자 살아가도 힘등께. 없는 거 보다야. 신이라고 생긴 거라도 믿고 같이 가는 게 낫지.. 내가 뭐 붙잡을 게 있다고.’

혜령은 신이 있건 없건, 일단 신이라는 존재에 기대서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산돌은 마음의 병이 점 점 깊어졌고, 일하러 나가는 일에도 흥미를 잃었다. 그러자 성철 엄마가 매일 혜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결국 혜령은 핸드폰 요금을 내는 것이 어렵다는 핑계를 대고 핸드폰을 정지했다. 그리고 가끔 공중전화로 산돌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잘 지내시죠? 이번 어버이날에 갈게요.”

이번 어버이 날에는 집에 오지 말고. 내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거든. 거기가 니 엄마 될 겅게. 거기 가서 인사하고 와라. 그게 니가 효도하는 거다. 갈거지? 꼭 가야한다. 약속해. 선물도 꼭 들고 가고.”

혜령은 계절학기 수업을 마치고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학기를 준비했다. 조금씩 꿈과 가까워지자, 매일 눈을 뜰 때마다 솜털처럼 가벼운 몸에 기운이 났다. 가진 것은 적었지만, 꿈 하나 붙들고 사는 삶은 매우 넉넉한 마음을 줬다. 혜령이 일하는 곳의 조교가 혜령의 꿈 이야기를 듣고 법학실의 조교님을 소개 해 줬다. 그리고 법학 조교에게 혜령을 잘 부탁한다고 부탁까지 드렸다.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은 혜령은 신의 존재가 성큼 성큼 믿어지기 시작했다. 살면서 대가없이 받았던 사랑이, 은혜가 있었던가.

마지막 필요 과목을 이수하기 위해 혜령은 여름 계절학기 수업을 들었다. 채권법 총론, 멋쟁이 교수님이라고 소문난 분의 수업이었다. 교수님은 남들이 잘 입지 않는 와인색 바지도 소화해 내는 멋쟁이 신사였다. 채권법 수업의 시험을 보기 위해 혜령은 집에서 책을 펴들고 앉았다. 열번 읽고 다시 생각해보자.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혜령아, 언니야. 언니.”

누구세요?”

언니 몰라? 나 은성이. 관수 아빠 딸 !”

아 은성 언니구나.’

", 언니 무슨 일이야?"

"너가 생각나서. 너 만나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될까?"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던 은성언니였다. 은성언니는 둘째 관수와 달리 천사 같은 사람이었다. 언니는 고등학생 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아이를 임신했다. 혜령은 언니가 임신한 아이를 지키기 위해 집을 나갔다는 소식만 들었었다. 아이를 낳은 언니는 결혼식 없이 남편과 살림을 시작했고, 그 사이 아이를 한 명 더 낳았다. 그 언니가 혜령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언니, 우리집 좁아서 불편할 텐데. 괜찮을까. 내가 지금 시험기간이라 공부도 하고 있고..”

", 잠깐 있다가 갈 거니까. 괜찮아. 너 방해 안 하구 얼굴만 보고 갈게."

두 아이를 데리고 은성언니가 도착했다. 방문을 열자 큰 아이가 뛰어 들어온다. 활짝 웃는 은성언니의 얼굴에서 빛이 났다. 아이들은 침대 위에 올라가 방방 뛰었고, 은성언니가 있는 책상 혜령의 근처로 다가왔다.

잘 지냈지? 안 그래도 너 소식 궁금하기도 하고. 잘 지내나 싶고.. 알다시피 우리 아빠가 너 참 못 살게 굴었잖아.. 그래서 내가 마음이 쓰였어.”

은성언니는 둘째 관수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나뭇가지처럼 앙상하게 마른 언니는 팔을 들어 혜령의 손위로 손을 겹쳐 올렸다. 어릴 때 봤던 은성 언니는 참 많이 말라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많이 말라 있었다.

내가 너 주고 싶은 것도 있고 해서..”

언니는 자신이 골랐다며 꽃이 가득 들어간 블라우스를 내민다.

예쁘지. 내가 기다리는 걸 못해서. 비싼 데도 매장서 샀어. 요즘은 인터넷 구매도 많이 한다는데 나는 그 하루를 기다리기 힘들더라.”

은성언니는 한참 블라우스를 펼쳐 보여준다. 그리고 혜령에게 밖에 나가자고 이야기 한다.

맛있는 거 먹자.”

언니, 내가 내일 정말 중요한 시험이 있어서 밖에 못 나가. 먹는 건 다음에 하자.”

응 그래. 지난주에 시골에 가족들이 모여서 내가 거길 갔거든. 다들 있더라고. 할아버지, 셋째 아빠랑, 넷째 아빠랑, 삼촌도 있었어. 엄마들도 있고. 오랜 만에 아이들 데리고 인사라도 할까 싶어 갔지. 근데, 우리 아빠가..정말 .. 나쁘다는 걸.. 알았어. 령이 네가 다섯 살에 시골에 왔을 때, 아빠가 너 죽일라고 뒷 산 개집에 넣어 놓고, 물도 밥도 안 주고 일주일 가둬놨었대. 그리곤 한다는 말이 다시 돌아가도 반드시 널 죽일 거라는 거야. 그 말을 사람들이 다 모인 장소에서 하는데 너무 화가 나더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근데 아무도 암 말도 안 하고.. 일주일 지나고 나서도 살아있어서 꺼내왔대. 근데 그 말을 너무 태연하게 하는 거야. 대체 너가 뭘 잘못했다고. 난 아빠가 도대체 이해 안 돼.”

혜령은 때때로 꿈 속에서 어딘가에 갇혀있는 꿈을 꿨다. 그리고 밤이면 누군가 와서 불빛을 비춰 혜령을 확인했다. 그 꿈을 반복적으로 꾸고 또 꿨다. 작은 개집. 어두운 밤, 누군가가 비추는 불빛. 그것이 실제였다는 걸 알게 된 혜령이 복 박쳐 울기 시작했다.

 

지웠던 기억을 꿈은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었던 게구나... 아니 사람들이.. 어떻게 그래.’

작은 방. 가운데 미닫이 나무문을 닫은 혜령이 둘째 관수의 딸 은성 언니에게 말한다.

언니 나 공부 좀 할게. 아이들이랑 좀 놀아.”

미닫이 문을 사이에 두고 혜령이 꺼이 꺼이 눈물을 쏟어냈다. 목이 메여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그래. 내가 반드시 공부해서 성공할테야. 원래 최고의 복수는 행복해지는 거라잖아.’

 

 

해가 뉘엿뉘엿 져가고 있다. 혜령의 눈과 코가 벌겋게 부어있다.

집에 어머니랑 언니가 계셔서 가봐야 해. 내일 시험 잘 봐. 우리 다시 또 보자.

언니가 다음에 맛있는 거 사줄게. 아빠 생각하면 내가 항상 미안해..”

언니를 보내고, 혜령은 마저 책을 읽었다. 글자들이 흐려서 눈에 담기지 않았다.

그날 이후 혜령은 시골 가족이라고 불렀던 어떤 사람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혜령은 보이지 않는 신에게 간절히 가족이 되어 달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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