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픽션
입니다.
본 작품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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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가족 안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상처와 갈등을 그렸다. 그 과정 속에서 고통과 아픔을 겪었던 가족이야기다. 상처 없는 가정은 없다는 말이 있다. 90% 이상의 가정에서 드러내지 않는 상처와 고통의 과정이 세대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상처와 아픔을 가진 성인아이로 자랐다. 그리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녀에게 상처와 고통을 물려준다. 자유 소설은 한 아이가 태어나 구성원 안에서 희생자가 되어 자라는 과정과 치유여정을 담았다. 자신의 내면을 깊숙한 곳에 묻고 모습만 성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혜령이 다가온다. 자유는 모습만 어른이 된 혜령과 함께 치유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회복과 치유를 담은 성장 소설이다. 자, 이제 혜령과 함께 자유를 향해 떠나보자. 진정한 자유가 당신과 혜령에게 찾아올 것이다.
자유
자유
13. 응답
13. 응답
혜령은 그동안 했던 아르바이트를 모두 정리했다. 그리고 학교로 돌아와 근로장학생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대학교 근로 장학생 자리는 자영과 친분이 있는 조교님이 계신 곳이었다. 근로 장학생이 하는 일은 간단한 문서 작업과 정리, 청소였다. 조교님은 혜령이 공부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도움을 주셨다. 덕분에 혜령은 드디어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학교 성적이 조금씩 안정 되어가자, 공부에 자신감이 생겼다. 시간이 생기면 혜령은 근로 사무실에 앉아 공부를 했다.
근로 사무실 안에는 다양한 고시 정보들이 담긴 종이 더미가 가득 쌓여 있었다. 정리가 되지 않아 쌓여있는 종이들이 사무실을 지저분하게 보이게 했다. 혜령은 조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종이더미들을 정리했다. 족히 10년은 넘었을 것 같은 책, 문서들과 최근 문서들이 마구 뒤 섞여 있었다. 하나씩 순서대로 나열해 책장에 넣었다.
한참 정리를 하던 혜령의 눈에 아동법률 판사라는 문구가 들어왔다. 아동법률지원 판사가 된 이유와 하는 일을 담은 글이 눈앞에 펼쳐졌다. 혜령은 종이를 펼쳐들고 한참 바라봤다. 아동폭행, 아동성추행, 아동 보육 문제 등 아동들을 위해 이뤄지는 법률서비스 내용들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글을 쓴 저자가 아동법률 전문가가 된 이유도 담겨 있었다. 눈에 담긴 글들을 한참 바라보던 혜령의 얼굴이 붉어졌고, 심장이 뜨겁게 뛰었다.
그날부터 혜령은 성공한 사람들의 수기가 담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이 모두 다독가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래, 이 사람들처럼 나도 뭔가 해 보자.’
혜령은 도서관에 들러 성공학 책들을 모조리 빌려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또 아동 법률가라는 단어를 발견하자 혜령의 가슴이 미세하게 떨렸다. 아동 폭력, 아동 성폭력, 버려진 아이들. 그 아이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장치. 혜령의 눈과 마음에 아동 법률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왔다.
‘법학. 내가 할 수 있을까. 돈도 많이 든다던데. 이건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나는 안 될 거야.’ 혜령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새벽 4시 교회 안,
예배를 기다리며 혜령이 성경을 읽고 있다. 혜령은 우연히 기드온이라는 인물이 적힌 사시기서를 펼쳤다.
<사사기 6장 33 – 40>
33 그때에 미디안과 아말렉과 동방 사람들이 다 함께 모여 요단 강을 건너와서 이스르엘 골짜기에 진을 친지라
34 여호와의 영이 기드온에게 임하시니 기드온이 나팔을 불매 아비에셀이 그의 뒤를 따라 부름을 받으니라
35 기드온이 또 사자들을 온 므낫세에 두루 보내매 그들도 모여서 그를 따르고 또 사자들을 아셀과 스불론과 납달리에 보내매 그 무리도 올라와 그를 영접하더라
36 기드온이 하나님께 여쭈되 주께서 이미 말씀하심 같이 내 손으로 이스라엘을 구원하시려거든
37 보소서 내가 양털 한 뭉치를 타작 마당에 두리니 만일 이슬이 양털에만 있고 주변 땅은 마르면 주께서 이미 말씀하심 같이 내 손으로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줄을 내가 알겠나이다 하였더니
38 그대로 된지라 이튿날 기드온이 일어나서 양털을 가져다가 그 양털에서 이슬을 짜니 물이 그릇에 가득하더라
39 기드온이 또 하나님께 여쭈되 내게 노하지 마옵소서 내가 이번만 말하리이다 구하옵나니 내게 이번만 양털로 시험하게 하소서 원하건대 양털만 마르고 그 주변 땅에는 다 이슬이 있게 하옵소서 하였더니
40 그 밤에 하나님이 그대로 행하시니 곧 양털만 마르고 그 주변 땅에는 다 이슬이 있었더라
하나님의 명령에 기드온은 자신은 할 수 없다고 안 된다고 하나님께 말씀드린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그에게 할 수 있음을 표지로 보여 주셨다. 혜령은 성경을 읽고 기드온처럼 하나님이라는 신께 부탁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혜령은 하나님께 기드온의 기도를 드리기 시작한다.
‘그래, 기드온도 하나님께 표지를 요구했지. 확실한 응답이 올 때까지 계속 기도하자.. 하나님, 제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법률가가 맞다면 제게 표지를 주세요. 그리고 이게 아니라면 다른 길로 이끌어주세요. 제 앞길을 열어주세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혜령은 어쩌면 성경 밖에도 있을지 모를 신에게 기도 하고 또 기도했다.
‘일단 저는 이 분야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학교에 아는 교수님도 없고,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알려줄 사람도 없어요. 주님께서 등불 같은 교수님을 보내주세요. 그리고 자영이 합격하게 해주세요. 솔직히 자영처럼 주님 사랑하고, 좋은 일 많이 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그 친구가 시험에서 떨어지면 제가 무슨 공부를 하겠어요. 일단 자영을 합격시켜주신다면 그것도 주님의 표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혜령은 마음먹은 김에 온갖 이유들을 붙여 하나님께 기도한다. 하나님이 들어줄리 없어. 라는 마음으로 기도하면서도 어쩌면 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차피 혜령은 잃을 것이 없었다.
그 무렵, 혜령과 경희는 드디어 학교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했다. 덕분에 혜령의 학교생활이 더 편해졌다. 집에 도착한 혜령을 경희가 불렀고, 혜령에게 말씀을 배워보자고 말을 꺼낸다.
“말씀을 배우고 나서 갈 수 있는 곳이야?”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말씀을 제대로 배운 후에 교회에 오면 언니도 좋잖아. 우리 전도사님 훌륭하신 분이야. 제대로 가르쳐 주신대. 알고 배운 후에 교회 다니면 더 은혜도 되고.”
“근데 나, 교회 다니고 있어. 거기 안 다녀도 돼. 요즘 성경도 많이 읽고, 공부도 해. 요즘 시간도 없고 너무 바빠. 나 말고 다른 사람 가르쳐 줘도 된다고 말씀드려줘.”
“이미 전도사님한테 다 말해놨어. 언니가 안 된다고 하면 내 얼굴이 뭐가 되겠어. 어떻게 그래. 언니가 만나기라도 해. 내가 어렵게 말해 놓은 거니까. 만나기만 하면 안 될까?”
경희의 부탁에 혜령은 그러마 하고 약속한다. 경희는 진리가 있는 곳이라며 한참 떠든다.
‘진리가 있는 곳이 따로 있나?’
혜령은 신이 나서 떠드는 경희의 얼굴이 꽃처럼 가득 피어나는 게 신기해 한참 바라본다. 풀벌레들이 깊은 저녁을 알리며 울음을 토해낸다.
혜령과 경희는 자주 다퉜다.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사랑을 주는 법을 몰라서였을까. 경희의 성경 이야기를 들을 때 외엔 둘은 항상 날이 서 있었다.
“야, 뻔히 내가 입으려고 걸어놓은 걸. 왜 니가 입고 나가는 거야. 니 것도 아니잖아. 너 일부로 그러는 거지?”
“치사하게 언니가 뭐 그래. 그리고 난 몰랐지. 언니가 입을 라고 하는지. 말하지
그랬어? 입을 거라고.“
“빨리 들어오라고. 대체 이게 몇 번째야. 한 두 번이면 이해라도 하지. 이게 열 번도 넘어. 너 진짜 일부러 그러는 거지?”
“언니는 교회도 다닌다면서 더럽고 치사하네. 동생이 그럴 수도 있지.”
혜령과 경희는 매일 같이 소리를 질렀다. 싸움이 끝날 생각 없이 계속 이어지자 혜령은 경희에게 나가버리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 말을 들은 경희가 밖으로 뛰쳐나간다. 갑자기 눈알만큼 굵은 우박이 내리기 시작했다. 혜령은 가슴이 철렁했다.
「마태복음 5장 22절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에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하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
‘갑자기 성경 구절이 떠오를 건 뭐람.’
혜령은 벌을 받은 것 같아서 기도 하고 또 기도한다.
‘혹시 경희가 다치진 않았겠지? 경희한테 괜히 소리 지르고 화내서 그런가. 하나님 죄송해요. 이젠 동생한테 안 그럴게요. 제가 잘못했어요..’
경희와 혜령은 자주 싸웠고, 그러면서 조금씩 정이 들어갔다. 어릴 때 건너 뛴 기간을 이제야 겪는 것처럼 치열하게 다투고, 산뜻하게 화해했다.
‘그래, 같이 자라지 못했으니 싸우는 게 당연하지. 내가 조금 더 아량이 넓으면 좋을텐데.’
혜령은 화를 내고 나면 미안함을 더 많이 느꼈다. 혜령은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으리라 스스로 다짐했다.
‘내가 언니니까. 성숙하게 행동해야 해.’
자영의 합격 발표 하루 전 날이었다. 자영은 갑자기 서울에서 내려왔다며 전화를 해 왔다. 전화기 너머 자영의 목소리가 낮게 깔려있다.
"우리 집은 화장실도 밖에 있고, 씻는 것도 불편할 건디.. 괜찮겠어?."
"불안해서 그래. 내일 1차 발푠데.. 만약에 떨어지면 니가 나 다 받아줘야 해. 마음이 좀 그렇다. 집에 가기도 좀 그렇고.. 시험은 봤는데.. 준비도 계속 안 됐고.. 오늘은 네 집에서 자고 갈게.“
“응, 언른 와. 내가 다 받아줄게. 괜찮을 거야.”
자영과 혜령은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밀린 이야기를 나눈다. 그날 밤 혜령은 자영이 꼭 합격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될 거라고 혜령은 간절히 신에게 마음을 올려드렸다.
다음 날, 집에 돌아간 자영이 혜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혜령아, 나 됐어. 됐어. 1차 됐어. 그래서 지금 서울 다시 올라가. 하나님께서 도와주셨어. 마지막에 시간이 부족해서.. 열 문제를 찍었는데 그게 전부 정답이 돼서 합격했어. 신기하지. 너무 신기하고 너무 감사해. 나 지금 올라가. 기도해 줘서 고마워.”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잘 됐어.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요. 하나님..’
그 이후 혜령의 학교 생활이 계속 됐고, 혜령은 기존에 일하던 고시원 근로 장학생에서 일반 대학 근로 장학생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고시원에서 모시던 조교님이 일반 대학 조교자리로 옮기시며 혜령을 데려갔다. 고시원에 있는 신문들을 읽고, 그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볼 때마다 혜령은 부러움과 선망하는 마음이 들었다.
‘대단한 사람들이겠지. 집 안도 좀 살고. 나와는 다른 사람들 일거야.’
사법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혜령이 법과 대학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시험을 보기 위해서 이수해야할 법학 학점이 있었고, 영어 공부도 해야 했다. 혜령은 법학 수업을 이수하면서 교수님의 말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적으려고 노력했다. 그 모습을 본 교수님이 혜령을 교수실로 부르셨다. 혜령은 교수님이 몇 번 불러도 가지 않았다. 그러다 수업이 끝나자 교탁에서 서 있던 교수님께서 혜령의 이름을 불렀다.
“학생, 자네 공책을 내 책을 쓰는데 참고하고, 싶은데 볼 수 있을까?”
“네, 좋아요. 별거 없긴 한데요. 여기요.”
“학생은 뭘 하고 싶은 건가? 남은 얘기는 교수실에서 마저 하지.”
교수님의 부름에 바로 혜령이 교수님을 따라 교수실로 들어간다.
“잘 모르겠어요. 고시 공부를 하고 싶은데.. 집도 어렵고.. 아직 생각 중이예요.”
“여기 일본에서 로스쿨 나온 여자 이야기가 있는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결국 변호사가 된 사람이거든. 한번 읽어보면 좋을 거 같네. 다음에 공책을 돌려받을 때 책을 천천히 돌려주면 되네.”
“고맙습니다. 교수님.”
교수님과의 면담이 끝나고, 혜령은 교수님이 주신 책을 들고 교회로 간다. 교회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교회에서 책을 보면 잘 외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혜령은 교수님이 빌려주신 책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창문에 걸려있던 해가 어느새 사라지자 혜령은 책을 덮고 집으로 향했다.
‘그래. 나도 혹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혜령은 교수님께 책을 돌려드렸고, 짧은 편지를 드렸다.
교수님 덕분에 좋은 사람 이야기를 봤고, 덕분에 마음을 먹었다고 적었다. 고시 공부를 시작할 거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가겠다고. 은혜 잊지 않겠다고. 교수님은 편지를 읽은 후 다시 혜령을 불렀다.
“자네가 준 편지를 잘 봤네. 자네가 의사가 된다고 하면 나는 그 분야는 모르네. 그래서 도와줄 수 없어. 그런데 자네가 법학을 공부한다면 내가 자네의 앞길에 방향을 제시해주는 등불이 되 줄 수 있을 거 같은데 괜찮은가?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공부해야할지 내가 알려주고 싶네. 잘 생각해 보게.”
혜령은 놀랐다. 기도내용을 교수님께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붉어졌다.
“교수님 제가 아직 준비가 덜 돼서.. 다시 말씀 드려도 될까요?”
교수님은 책상 위에 쌓아둔 책 몇 권을 집어 혜령에게 건넸다. 그리고 앞으로 이수해야할 과목들을 알려줬다. 교수님은 대학 3학년이기 때문에 고시를 위한 학점 이수는 본교에서는 불가능하다 말했다. 그는 타 대학에서 계절학기로 이수 과목들을 이수할 수 있다고 듣고 오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혜령은 기도 후 타 대학에 가서 학점을 채우고 오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하나님께 혜령은 타 대학에 가야할 차비와 기숙사 비를 달라고 기도했다. 어차피 주님께서 가라는 길이시면 열어달라고 말이다. 계절학기 준비를 위해 혜령은 정지했던 핸드폰을 살렸다. 그리고 이수해야 할 과목들과 준비할 것들을 알아봤다.
몇일 후, 산돌이 혜령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내가 너 통장으로 50만원 넣었다. 그걸로 너 필요한데 써라."
"아. 아빠 안 그래도 대학교 계절학기 수강을 하려면 돈이 필요했는데.. 너무 감사해요. 고마워요. 아빠."
생각하지 못한 돈이 산돌에게서 혜령에게 전해져 왔다. 혜령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혜령이 계절학기를 이수하기 위해 다른 대학교로 출발했다. 계절학기를 이수하던 중 교수님으로부터 책이 도착했다.
“이 책이 필요할 거네. 우편으로 보내니. 잘 보고 나중에 학교에 다시 반납하면 되네.”
짧은 편지와 책이 도착했다. 혜령은 편지를 품에 안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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