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픽션
입니다.
본 작품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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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가족 안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상처와 갈등을 그렸다. 그 과정 속에서 고통과 아픔을 겪었던 가족이야기다. 상처 없는 가정은 없다는 말이 있다. 90% 이상의 가정에서 드러내지 않는 상처와 고통의 과정이 세대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상처와 아픔을 가진 성인아이로 자랐다. 그리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녀에게 상처와 고통을 물려준다. 자유 소설은 한 아이가 태어나 구성원 안에서 희생자가 되어 자라는 과정과 치유여정을 담았다. 자신의 내면을 깊숙한 곳에 묻고 모습만 성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혜령이 다가온다. 자유는 모습만 어른이 된 혜령과 함께 치유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회복과 치유를 담은 성장 소설이다. 자, 이제 혜령과 함께 자유를 향해 떠나보자. 진정한 자유가 당신과 혜령에게 찾아올 것이다.
자유
12. 신에게로 가는 길
12. 신에게 가는 길
침대에 앉은 혜령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대상포진으로 몸이 아파 걷기가 어렵게 되자, 혜령은 신에게 기도했다.
‘있으시다고 하니 말이나 해볼게요. 몸이 좀 낫게 해주세요. 너무 힘들어요. 너무 아파요.’
그 무렵, 넷째 인수의 딸 연기와 산돌의 둘째 경희는 매일 성경을 공부하러 간다고 했다. 경희의 얼굴이 밝아져가는 것을 보고 혜령은 신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성경 공부를 마친 후 돌아온 경희가 교회 사람들이 너무 좋다고 혜령에게 한참 풀어 놨다.
“우리 전도사님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 몰라. 교회 사람들도 너무 따뜻하고 가족 같아.”
혜령은 경희의 얼굴을 보면서 어린 시절을 생각했다. 힘이 들면 혜령은 자주 교회에 들러 한참 앉아 시간을 보냈다.
‘그래, 이참에 교회에 다시 나가는 것도 괜찮겠지.’
그 생각을 하자 심장이 쿡쿡 아프기 시작했다.
‘하나님, 당신이 있다고 생각 안 해요. 그래도 혹시 살아 계시다면 제가 당신을 사랑하도록, 제 인생이 행복해지도록 도와주세요.’
혜령은 기도 내용에 풋 하고 웃었다.
학교 교실 안, 교수님의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혜령은 잠깐 졸다 끝날 무렵 잠에서 깼다.
“조 모임 만들어서 발표할거에요. 다들 조를 이뤄서 주제를 선택한 후 제출하세요.”
웅성 웅성. 네 다섯 명이 팀을 만들어 교수님께 제출하고 나가는 모습을 혜령이 바라본다.
‘아, 나는 아는 사람이 없는데.’
혜령은 자리에 남아 주변을 둘러본다. 그때 여자아이 한 명이 혜령에게 다가온다.
“안녕, 나는 자영이야. 민자영. 조는 만들었어? 없으면 내 조에 너도 들어올래? 딱 한 명 비었거든.”
“아.. 응. 고마워.”
“이름이 뭐야?”
“혜령. 김혜령이야.”
혜령이 수줍게 웃어 보인다. 종이에 혜령의 이름을 적은 자영이 교수님께 종이를 제출한다. 교수님이 나가고 자영은 자리에 앉아 무엇인가 적고 있고, 그 곁으로 해령이 다가간다.
“나 나갈 건데. 넌 어디로 가? 밥은 먹었어? 저기 학교 앞에 닭 잘하는데 있는데 먹으러 갈래?”
닭이라는 말에 혜령이 잠시 머뭇거린다.
“어차피 나도 밥 먹어야 하고. 닭튀김이 대충 먹기 좋잖아. 가자. 내가 살 게.”
닭튀김 이야기를 하며 자영이 입맛을 다신다. 자영은 마지막까지 남아 수업 내용을 정리하고 책들을 챙겼다, 교실 앞 문 옆에 있는 스위치를 눌러 불을 끄고 나가던 자영이 혜령을 돌아본다.
“너 남자친구는 있어? 잠은 자 봤고?“
“어?”
자영의 눈빛과 목소리는 사람을 압도하는 무엇인가 있었다. 자영의 눈빛이 별처럼 반짝이고, 그런 자영의 눈을 보다 고개를 숙인 혜령의 얼굴로 자영은 고개를 숙여 혜령의 눈을 바라본다.
“너, 사람 눈 잘 안 보는구나? 사람들은 눈을 마주치지 않는 사람을 못 믿어. 그러니까 너도 당당하게 사람 눈 보면서 이야기해.”
“아.. 응”
혜령이 다시 고개를 들어 자영의 반짝이는 눈을 바라본다. 금방이라도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눈의 자영이 혜령의 손을 잡아끈다.
"통닭은 역시 언제 먹어도 맛있지. 여기 진짜 찐 맛 집이야. 여기 와 봤어? 나는 선배들이랑 왔었는데 정말 놀랐어. 닭은 정말 주는 게 많지 않아?"
자영이 혜령에게 한참 닭 이야기를 하더니 묻는다.
“근데 넌 매일 혼자 다녀? 하늘만 보고 걸어 다니길래. 하늘에 뭐 있나 하고 나도 몇 번 봤다. 뭐 하나도 없드만.”
혜령은 그제야 자영에게 이야기를 쏟아낸다. 감정의 벽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눈과 코에 물들이 번졌다. 자영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눈망울로 혜령을 바라본다.
“넌 근데 예쁜데, 착한 것 같네. 원래 예쁜 애들은 예쁜 걸 이용하면서 살던데. 넌 좀 다른 것 같아. 오늘부터 우리 친구하자. 친구. 자주 보자. 내가 닭 살게.”
친구라는 말에 혜령이 왈칵 울음을 쏟아낸다. 자영은 학교에서 유명하고 유망했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영어 회화, 글쓰기, 토론 대회 등 모든 면에서 탁월한 아이였다. 자영은 서울권 대학을 포기하고 전액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왔다고 했다. 가난한 집에 태어난 자영에게 이곳이 유일한 선택지였다. 자영은 천천히 혜령에게 언니가, 친구가 되어줬다.
“자영아, 집에서 전화가 왔는데.. 집이 넘어 간다고 사채 빚 좀 써 달래. 키워주신 아빠가 날마다 전화해서 갚을 건데.. 왜 안 해주냐고 하셔서..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키워줬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자꾸 그러시는데 마음이.. 안 된다는 거 아는데.. 해야겠지?”
"키워준 거랑 사채 빚 써주는 거랑 무슨 관련이 있는 거야? 그럴려고 키워줬대?
어이없네. 난 솔직히 니가 가족이라고 부르는 그 사람들. 가족이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는 정말 너를 생각해서 말하는데. 니가 사채 빚 써주고 나면 너 인생이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이니까. 하는 말인데. 너 사채 그거 해주면 나랑 친구 안 할 줄 알어. 그런 마음으로 거절해. 거절이 안 되면 전화번호를 바꾸고. 잠수를 타든지."
자영의 언성이 높아졌다. 혜령을 한참 나무랐지만 혜령은 자영의 말들이 고마웠다.
"근데, 마음이 너무 무거워. 무섭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몇 천이나 되는 거 같은데.. 시골 집이 넘어간대.. 갚는 다는데.. 내가 어떻게 그래.."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어. 너 그거 절대 안돼. 난 너 망가지는 거 못 봐."
저녁, 범수가 혜령에게 전화를 건다.
"그거 아무 것도 아니니까. 그냥 가서 해주면 내가 알아서 갚으마. 어려울 때 도와야지. 니가 살던 집이 넘어가는 거야."
범수의 전화를 받고 혜령이 범수의 아내 한길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아빠가 자꾸 사채빚을 써달라는데. 엄마가 좀 막아주시면 안 될까요?”
“나도 몰라. 나한테 이야기하지 마라. 나도 복잡하니까.”
뚜뚜. 전화가 끊기자 혜령이 망연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본다.
‘그래 세상에서 나를 유일하게 위해 주는 자영이 안 된다면 안돼. 이걸로 자영이를 잃는다면 나는 하나 뿐인 친구를 잃는 거야.’
혜령은 결국 범수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전화를 받지 않자 며칠 후 범수와 관수의 아들 현이 혜령을 찾아왔다.
“가서 찍기만 하면 돼. 아빠가 갚는다는데. 딸이 되가지고 어찌 그럴 수가 있냐. 아빠가 얼마나 너한테 잘해 줬는데. 니가 그러면 안 되지.”
혜령은 결국 사채사무실에 관수의 아들과 방문한다.
사무실 안,
“여기 서류에 쓰시면 되요. 여기 생년월일이랑. 쓰시고.”
사각 사각. 적는 소리.
“아직, 생일이 안 지났네요. 그럼 미성년잔데. 지금 빌리시면 사백만원 밖에 못 빌려드려요. 법이 그래요. 한 달 뒤에 오면 사천만원까지 바로 해 드릴 수 있어요. 어떡 하실래요?”
사무실의 실장이라는 사람이 범수와 관수의 아들 현이를 번갈아 본다.
“혜령아 일단, 오늘은 그냥 가고, 한 달 뒤에 다시 오자.”
셋째 범수의 말에 혜령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집으로 온다. 한 달 뒤 날짜가 되자 범수의 전화가 계속 걸려왔고 혜령은 범수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혜령은 매일 범수가 올 것 같은 시간을 피해 집에 들어왔다 빠르게 나갔다. 혜령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들어왔다.
⌜너 호적에서 파버릴 거니까. 그리 알아라.⌟
그날부터 범수와 혜령은 연락하지 않았다. 범수는 더 이상 혜령에게 아빠가 아니었다. 문자를 본 혜령의 심장이 따끔거렸다.
‘콱 죽어버려.’
범수는 혜령에게 마지막 문자를 남기고 연락을 끊었다.
자영은 큰 꿈이 있었고, 그 때문에 대학을 남들보다 빨리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나는 이 나라를 바꾸는 사람이 될 거야. 열심히 공부해서 반드시 합격하고 올게.”
자영의 눈빛이 반짝였다. 집이 어려웠던 자영은 몇 년 안에 반드시 합격해야 한다고 다짐하듯 말을 내어놓고 서울로 갔다. 혜령은 자영이 하는 일은 반드시 될 거라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기도해줘. 너 기도는 하나님이 잘 들어주실 거 같아.”
자영의 말에 혜령은 기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 혜령이 경희에게 물었다.
“너 요즘 교회 다니지? 열심히 다니는 걸 보면 정말 좋은 교횐가봐. 나도 데려가면 안돼? 나도 교회에 다녀야 할 거 같은데.. 기도할 것도 있고."
“아, 언니 내가 알아볼게. 우리 교회는 막 아무나 올 수 있는 데가 아니라서.”
‘요즘엔 교회에 다니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구나.’
그 날부터 혜령은 주변 교회들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십자가가 걸린 교회를 찾아보니 주변에 정말 많았다. 십자가만 걸려있으면 들어가서 예배를 들었다. 예배를 드린 게 아니라 한참 듣다 나왔다.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왔다.
‘좋은 교회에 다녀야 기도도 들어주실 거야. 자영이가 시험에 합격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려면 좋은 교회에 가야지.’
혜령은 눈에 보이는 교회 마다 들어갔다. 그럼에도 마음에 드는 교회를 찾지 못했다. 괜찮다 싶으면 헌금 바구니가 돌려졌다. 매주 일요일이면 다음 교회에 들어가 예배를 저울질 했다.
‘이상한 곳이네. 대체 정체가 뭐야?’
교회마다 설교도 사람들의 느낌도 모두 달랐다. 경희가 혜령을 위한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동안, 혜령은 작은 교회를 골랐다. 그리고 새벽 예배에 나가기 시작했다.
‘하나님, 솔직히 저는 하나님이 살아 계신지도 모르겠고, 하나님이 살아계셔도 절 도와줄 거라는 생각 안 해요. 뭐, 지금까지 그랬으니까요. 근데요. 자영이는 하나님을 정말 열심히 믿어요. 좋은 일도 많이 하고요. 그 아이는 정말 우리나라를 바꿀 아이거든요. 그러니까 하나님이 도와주세요. 그 아이의 앞길을 열어주세요. 그리고 생각나시면 저도 좀 도와주시고요.’
혜령은 조금씩 기도를 늘려갔다. 그리고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날마다 일어나 하루 세장씩 말씀을 읽고, 학교에 나갔다. 하루라도 빠지면 자영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웠다.
어느 날 자영은 혜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령아, 나는 너가 공부를 했으면 좋겠어. 학교에 근로 장학생 자리가 났다니까.
거기 들어가서 일하면서 공부 해.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아르바이트 하고 돈을
벌려고 해도 우리는 부자가 될 수 없어. 공부를 해서 자리를 잡아야 해. 난 너가 공부를 해서 더울 땐 시원한 데서 일하고 추울 땐 따뜻한 곳에서 일하게 되면 좋겠어. 어떤 공부를 할지도 생각해봐."
자영의 말에 혜령은 학교로 돌아왔다. 자영과 대화한 다음부터 혜령의 기도 제목도 늘었다.
‘하나님, 당신이 날 도와주지 않으신다는 거 저도 잘 알아요. 그래도요. 당신이 살아계신다면 당신이 느껴지도록 제 삶에 표지들을 주세요. 그리고 제가 무엇을 해야할지도 알려주세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뭘 해야 할지도 몰라요. 당신은 모든 것을 아시고 초월하시는 분이 잖아요.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제가 가장 기쁘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그리고 사람도 붙여주시고, 정확한 표지를 주세요.’
혜령은 날마다 새벽예배에 나가 기도했다. 그리고 자영을 위한 기도도 빼놓지 않고 열심히 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이거 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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