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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저작권이 있습니다.
무단 도용시 법적조치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
본 작품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단체, 종교,
지명, 사건 등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프롤로그  

가족 안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상처와 갈등을 그렸다. 그 과정 속에서 고통과 아픔을 겪었던 가족이야기다. 상처 없는 가정은 없다는 말이 있다. 90% 이상의 가정에서 드러내지 않는 상처와 고통의 과정이 세대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상처와 아픔을 가진 성인아이로 자랐다. 그리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녀에게 상처와 고통을 물려준다. 자유 소설은 한 아이가 태어나 구성원 안에서 희생자가 되어 자라는 과정과 치유여정을 담았다. 자신의 내면을 깊숙한 곳에 묻고 모습만 성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혜령이 다가온다. 자유는 모습만 어른이 된 혜령과 함께 치유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회복과 치유를 담은 성장 소설이다.   자, 이제 혜령과 함께 자유를 향해 떠나보자. 진정한 자유가 당신과 혜령에게 찾아올 것이다.  




자유

 

자유

 

11. 치러야할 대가

 

11. 치러야할 대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혜령은 공부에 의욕을 잃었다. 공부를 하려고 하면 둘째 관수가 대학에 보내지 않을 거라고 했던 말이 귀에 쟁쟁하게 울렸고, 생선 가시를 바르느라 혜령을 신경 쓰지 않던 범수의 얼굴도 떠올랐다. 혜령은 아무리 노력해도 인생이 풀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래서 혜령은 매일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잤다. 화장실에 가거나 점심시간 외에는 책상에 팔을 괴고 얼굴을 한쪽으로 뉘었다. 3 생활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았다. 담임선생님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쉬는 시간마다 혜령에게 왔다.

대학에 가려면 공부를 해야지.”

선생님은 혜령에게 영어 문제집을 한권 건넨다.

이거 출판사에서 보내준 건데. 봐 보렴. 선생님이 보니까 괜찮은 책이야.”

 

선생님, 어차피 집에서 대학 안 보내 준대요. 학교 갈 돈도 없어요. 어차피 안 될거 노력해야 뭐해요.”

 

노력하면 하늘도 열리게 되어 있어. 혜령아 눈앞에 있는 것만 해 보렴. 미리 포기 하지 말고. 선생님이 도와줄 수 있는 데까지 도와줄게.”

 

선생님은 혜령에게 쉬는 시간마다 와서 말을 걸었다. 그럼에도 혜령은 책상 위에서 얼굴을 떼지 않았다.

그래도 한번 해봐. 뭐라도. 괜찮아.”

혜령에게 지지대가 되어줄 가족은 없었지만, 마음을 보듬어 주려는 여러 명의 선생님이 계셨다. 그럼에도 혜령의 심장은 매일 더 추워졌다.

 

고등학교 3학년 담당 교무실 안. 수학 선생님이 혜령을 불렀다. 혜령은 반쯤 감은 눈으로 교무실 안으로 들어선다.

넌 과학계통이나 물리, 화학 전부 잘하는 데. 왜 수학이 안 되지?”

긴 생머리를 반으로 묶고, 동그란 안경을 쓴 선생님이 물으신다. 혜령을 따뜻한 손으로 한참씩 잡아주던 그 과학 선생님이시다.

하는 것만 보면 딱 이관데. . 이상하네.”

 

잘 모르겠어요. 이과가 맞다고 적성검사에도 나오는데. 수학만 하려면 마음이 어려워져서 잘 안돼요.”

옆에 있던 수학선생님들이 껄껄 웃는다. 3 담임선생님들이 의자를 돌려 혜령을 바라본다. 두 명의 수학 선생님이 혜령에게 말을 건넨다.

나중에 수학 잘하는 신랑을 만나면 되지.”

​​

한번 놓쳐서 그렇지 기초부터 쌓으면 될 거야.”

 

혜령의 어두운 표정에 선생님들의 표정이 머쓱해진다. 혜령은 수학 문제집을 받아들고 교무실을 나온다.

 

선생님이 수학시간마다 봐 줄게. 그러니까 열심히 하는 거다.”

 

안 할 건데요. 수학..’

 

혜령은 지독히도 수학을 어려워하고 싫어했다. 수학을 싫어하게 된 데는 나름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머리를 많이 맞아서 머리가 나빠진 게지. 어차피 대학 같은 거 못 갈 텐데..’

 

대학교 입시를 위한 원서 접수기간이 되자 반 아이들이 분주해졌다. 어디에 갈 건지 고민하느라 쉬는 시간마다 대화를 나누고 또 나눴다. 백희는 반이 바뀐 후부터 새로운 먹잇감을 찾았는지 혜령에게 발길을 끊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백희가 점심시간 혜령이 서 있는 줄에 같이 선다.

나랑 같이 밥 먹어. 너 아니면 나 혼자 먹어야 해.”

뭔 소리야. 내가 왜 너랑 밥을 먹어.”

백희는 혜령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같이 앉아 밥을 먹었다. 백희는 여러 명의 아이들을 괴롭혔는데 그 중 한 아이가 백희 때문에 학교를 그만뒀다. 그리고 학교를 그만 둔 아이가 얼마 전 학교로 백희를 찾아왔다. 그 날은 백희에게 가장 치욕적인 날이 됐고, 그 이후 아이들은 백희를 피해 다녔다. 아무도 백희와 말을 섞지 않았고, 같이 다니려고 하지 않았다. 덕분에 오늘 백희가 혜령을 찾아온 것이다. 매일 백희는 혜령과 밥을 먹었다. 혜령은 백희를 매우 불편해 했지만, 백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 너 정말 싫어. 왜 너랑 같이 다녀야 해. 그냥 좀 꺼져주라. 니가 생각해도 너무 하다 생각하지 않아? 나는 너 때문에 친구 하나 없는데 니가 이럴 일이야?”

너 아니면 혼자 밥 먹어야 해서 안돼. 니가 나랑 먹어줘야지. 너 밖에 없잖아.”

혜령은 백희의 뻔뻔함에 웃음이 나왔다.

 

니가 그러니까 백희지.’

 

혜령이 적극적으로 백희를 피해 다녔지만, 백희는 더 적극적으로 혜령 앞에 앉아 밥을 먹었다. 그러다 새로운 친구를 찾았는지 혹은 먹잇감을 발견했는지 인사도 없이 나타나지 않았다.

 

오늘은 없네.’

 

빈자리가 시원, 쓸쓸하게 느껴졌다.쉬는 시간 화장실에서 혜령이 이를 닦고, 손을 씻고 있다.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든 혜령과 백희가 거울에서 눈이 마주쳤다. 백희는 혜령을 보곤 말을 건냈다.

씨발, 뭘 꼴아봐?”

혜령은 어이가 없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일었다. 분노를 끌어내 혜령도 한 마디 던진다.

진짜 미친년이네. 정말.”

 

? 너 뭐라고 했어.”

 

진짜 미친년이라고

 

너 이리 와봐.”

 

혜령은 백희를 뒤로 하고 화장실을 나온다. 가슴이 너무 뛰어 나와야 했다.

 

천천히 걷자.’

 

혜령은 어린 시절 욕하는 엄마들을 보면서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그 이후 욕을 하면 어지러움 증을 느꼈다. 머리와 몸을 부여잡고 천천히 화장실을 나왔다.

 

쫀 것처럼 보이면 안 돼.’

그 후로 백희는 혜령을 볼 때마다 욕을 해 댔다. 혜령은 백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같이 욕하다가 쓰러질 순 없으니.’

 

혜령은 무시하고 백희 옆을 지나가기를 반복했다. 백희에 대한 미움이 점 점 커져갔지만 혜령에게 그 마음을 마주할 기운이 없었다. 주말에 시골에 들어가야 하나 라는 걱정만으로도 백희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방에 혼자 있을 경희를 걱정했다.

 

대학교는 정말 갈 수 없나. 내 인생은 이대로 끝나는 건가. 내가 그렇지. .’

 

혜령의 마음이 복잡했다. 그럼에도 다른 어려움들을 마주하기에 혜령이 직면한 짐들이 무거웠다. 혜령은 담임선생님이 들고 오신 원서를 채워 대학교에 보냈다. 담임선생님은 원서비를 주시면서 잘 될 거라. 어깨를 두드려 주셨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혜령은 드디어 대학생이 됐다.

돈 때문에 인생이 거지같았잖아. 나는 돈을 많이 벌거야.’

혜령은 대학교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한 시간 열심히 일해서 받는 돈은

1,600원 이었지만, 하루에 꼬박 꼬박 4-5시간 씩 일하면 학교 갈 차비와 김밥 한 줄 사먹을 돈을 벌 수 있었다.

 

그 무렵 시골 농장은 점 점 더 기울어졌고, 결국 폐업을 하게 됐다. 시골 농장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빚쟁이들의 전화가 매일 집에 왔고, 범수는 주마 주마하며 산이든 들이든 닥치는 대로 일을 다니기 시작했다. 어쩌다 아이들에게 만원씩을 나눠주긴 했지만, 대학생이 된 아이들에게 만원으론 버스비로도 부족한 돈이었다.

 

혜령은 아르바이트 첫 월급을 받아 그럴싸한 옷을 샀다.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옷 한 벌 살 여유가 없어 교복을 입고 소풍에 갔던 것이 한이 됐다. 혜령이 첫 월급으로 40만원을 받았다는 소식이 시골 가족들에게 알려졌다.

 

그 년이 돈을 받았으면 동생 빨간 내복이라도 해 줘야 제. 이래서 남의 자식 키워봐야 소용 없당게.”

둘째 관수의 부인이, 한길 엄마의 화를 돋우려는 듯 말을 뱉었다.

지가 이렇게 우리들이 살고 있는데 속이 있어야지. 들어보니 잘 먹고, 남자도 많이 만나고, 옷도 많이 사고, 엄청 사치스럽다드만.”

 

넷째 인수의 부인인 연기 엄마가 말을 거든다.

그년이 안 그럴라고.”

 

범수의 부인인 한길 엄마가 화가 끓어 욕을 뱉어내려다 참는다. 세 명의 엄마가 혜령에 대한 주제로 소통과 화합을 이뤄갔다. 그리고 얼마 후 혜령은 범수에 의해 시골로 불려갔다.

 

이번 주에 꼭 집에 와야 한다. 아빠랑 약속해. 아빠가 기다리고 있을랑게. 안 오면 안 된다.”

 

아빠, 이번 주에 제가 정말 바빠요. 다음 주에 가면 안돼요?”

 

이번 주에 가족들 다 모이니까. 안 오면 큰일 나. 알았지? 꼭 오는 거다.”

 

셋째 범수의 말에 혜령은 알았다는 대답을 했고, 가기 싫은 발걸음을 옮겼다. 시골 장터, 관수는 새로운 곳에 거처를 마련했다. 그곳에서 닭과 오리를 유통하는 일을 했다. 관수가 연 새로운 가게는 살림방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오랜 만에 식구들이 모두 모이기로 했다.

 

혜령이 범수가 알려준 시장터 가게로 들어서자 먼저 나와 있는 관수와 눈이 마주쳤다. 혜령은 방에 들어가 짐을 내려놨다. 방안에 옥석과 현이 엄마, 인수, 인수부인, 춘풍이 앉아있다. 한길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었고, 그 앞엔 혜령의 물품들이 가득 부어져 있었다.

 

여기 앉아봐라.”

 

손가락으로 가운데를 가르키며 관수가 말을 잇는다.

너 밤마다 남자 만나러 다닌다매? 돈도 물 쓰듯이 쓰고. 내가 다 들었다. 이거 니꺼지 봐라.”

 

넷째 인수 부인은 전 날 혜령과 연기, 경희가 사는 단칸방에 들러 혜령의 물건들을 바구니에 담아왔다.

제가 언제요? 남자친구도 없는데요? 돈도 없는데 무슨 돈을 물 쓰듯 써요? 누가 그래요?”

말대꾸 하지 말랬지. 연기도 그러고, 경희도 그러더라. 니가 완전 엇나간다고.”

혜령은 밖으로 나오라는 관수의 말에 따라 나간다. 관수는 칼을 가는 긴 봉을 들어 혜령의 머리를 내려친다.

이 년이 항상 말대꾸야. 어른이 말하면 잘못 안 했어도 네. . 하라고 말했냐. 안 했냐. 가르쳐도 소용이 없어. 어디서 어른 눈을 그렇게 똑바로 쳐다보래? 싸가지 없는 년. 내가 니 년 버릇을 다 고쳐줄 거야.”

관수는 혜령을 때리고 또 때린다. 방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관수를 거들 듯 자리를 지킨다. 범수가 시골 장터 관수 가게 앞마당으로 들어선다. 관수는 들고 있던 봉을 내려놓고 범수를 맞이한다.

 

갔다 왔냐. 내가 이 년 버릇 좀 고쳐주고 있었다.”

 

범수는 혜령을 한번 쳐다보고 방으로 들어간다.

 

니년은 항상 마음에 안 들었어. 누가 안경 쓰고 다니래? 내가 안경 쓰지 말랬지.”

관수는 더 이상 때릴 이유가 없어지자 아무 이유나 갖다 댔다. 시골 장이 서는 날이라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았음에도 사람들 틈에 껴 혜령은 서럽게 울고 또 울었다. 주변 사람들이 서러운 목소리와 눈물을 보고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보면서 지나간다. 울고 또 울다 혜령은 짐을 챙기기 위해 방으로 들어간다. 아무 일도 없던 듯이 옥석, 둘째 관수와 그 부인, 셋째 범수와, 넷째 인수와 인수 부인, 춘풍이 밥을 먹고 있다. 혜령은 짐을 챙겨 버스를 겨우 타고 집이 있는 곳까지 왔다. 도시에 있는 단칸 방에 들어가 혜령은 마침 집에 들어온 둘째 경희에게 물었다.

너랑 연기 언니가 그랬대매. 어른들한테. 내가 남자 만나고 다니느라 늦게 오고, 돈도 물 쓰듯 쓴다고 했다며. 너도 아닌 거 알면서 왜 그렇게 말했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언니가 또 늦게 들어오긴 했잖아. 나도 안 챙기고. 청소도 안 하고.”

대체 그거랑 그거랑 뭔 상관인데. 미안하다고 해.”

경희는 혜령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한달 전, 셋째 범수가 혜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방 주인 아저씨가 그러는데 이상한 종교 활동 한다며? 널 봤다던데.”

교회도 안 다니는데 뭔 소리예요. 경희랑 연기 언니가 다니는 거 같던데. 경희 멀리서 보면 저랑 비슷하대요. 제 옷 입고 다니니까 저로 착각했겠죠. 아마 경희일 거에요. 근데 이상한 종교 뭐요?”

그러냐. 너는 교회를 왜 안 나가고?”

나가봐야 뭐해요. 신도 없는데. 뭐 할라고 교회 같은 거 다녀요. 어차피 인생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지켜줄 것도 아니고.”

생각에 잠긴 듯, 셋째 범수가 잠깐 동안 대화를 멈춘다.

그래. 학교 잘 다니고 있고, 아빠랑 곧 보자. 용돈 주러 가마.”

.”

 

그리고 한달 후, 연기와 경희의 말을 듣고 셋째 범수가 둘째 관수 집으로 불렀다.

 

범수는 때때로 찾아와 과일을 사주고 용돈을 주고 갔다. 혜령은 범수에게 고마움을 느꼈지만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혜령이 대학교에 가자 범수의 아내는 결국 옥석을 참지 못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도시로 나갔고, 옥석은 또 집에 혼자 남았다. 그래서 셋째 범수는 혜령에게 올 때마다 시골에 혼자 남은 옥석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 범수가 찾아올 때마다 혜령의 어깨가 움츠려졌다.

 

혜령은 학교 생활을 하며 아르바이트를 했고, 몸이 많이 아파졌다. 더 이상 몸이 움직여지지 않자 드디어 병원에 갔다.

당장 입원해야할 거 같은데. 어떻게 걸어 다니고 있어요. 척추 쪽으로 대상포진이 와서.. 엄청 힘들 거 같은데.”

. 이번 주부터 중간고사라 입원 안돼요. 약 먹으면서 안 될까요? 시험도 봐야하고, 아르바이트도 가야해요.”

약을 주긴 할 건데. 엄청 힘들 거예요. 진통제 세게 줄 테니까. 너무 힘들면 꼭 다시 와야 해요.”

, 고맙습니다. 선생님

처방전을 들고 병원을 나온 혜령이 약국에서 약을 받았다. 그리고 편의점에 들러 삼각 김밥 샀다.

 

악착같이 살아 남아야해. 어차피 죽어봐야 남 좋은 일만 하는 거지.’

 

혜령이 왼쪽 다리를 질질 끌며 학교에 갔다. 그리고 학교가 끝나면 학교 근처에서 전단지를 돌렸다. 전단지를 돌리는 일은 아르바이트 중 수익이 가장 좋았다. 한 시간에 무려 2500원을 받았다. 4시간 꼬박 하고나면 손에 만원이 생겼다. 혜령은 돈을 받으면 집에서 굶고 있을 경희를 생각해 만원 피자를 들고 집에 갔다. 경희가 맛있게 먹을 걸 생각하면 없던 기운이 솟았다.

 

그 즈음, 넷째 인수의 딸 연기 언니는 경희를 이상한 종교에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연기와 경희는 둘만의 일기장을 주고받았다. 그들이 주고받는 일기장엔 작은 열쇠가 채워져 있었다. 경희가 연기 언니를 따르는 것이 좋아 보여 혜령은 궁금했지만 내버려뒀다. 혜령이 집에 오면 연기와 경희는 알 수 없는 말들을 서로 주고 받았다.

 

 

언니가 나를 안 챙겼으니까.”

 

그래서 경희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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