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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픽션
입니다. ​

본 작품은 가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단체,
종교, 지명, 사건 등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본 작품은 저작권이 있습니다.
무단 도용시 법적조치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프롤로그  

가족 안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상처와 갈등을 그렸다. 그 과정 속에서 고통과 아픔을 겪었던 가족이야기다. 상처 없는 가정은 없다는 말이 있다. 90% 이상의 가정에서 드러내지 않는 상처와 고통의 과정이 세대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상처와 아픔을 가진 성인아이로 자랐다. 그리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녀에게 상처와 고통을 물려준다. 자유 소설은 한 아이가 태어나 구성원 안에서 희생자가 되어 자라는 과정과 치유여정을 담았다. 자신의 내면을 깊숙한 곳에 묻고 모습만 성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혜령이 다가온다. 자유는 모습만 어른이 된 혜령과 함께 치유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회복과 치유를 담은 성장 소설이다.   자, 이제 혜령과 함께 자유를 향해 떠나보자. 진정한 자유가 당신과 혜령에게 찾아올 것이다.  




자유

 

10. 엇갈리는 마음

 

10. 엇갈리는 마음

 

관수는 식당을 비워주고 백수가 됐다. 도박 후 남은 돈으로 식당 식구들 월급을 주고 나니 주머니가 텅 비었다. 둘째 관수가 식당을 하면서 셋째 범수에게 외상으로 가져간 닭 값은 결국 치르지 못했다. 관수는 식당을 비워주고 나오는 길에 범수에게 전화를 건다.

 

. 형이다. 잘 하고 있지? 내가 이번 주에 집에 가려고 하는데. 그 날 집에 있냐?”

 

, 들어오소. 이번 주는 배달도 없응께. 글고 형수님도 있고, 춘풍이고 있고, 인수 네도 있으니까. 다 같이 다시 해 가면 되제.”

 

, 그래. 다 같이 식사 한번 하자.”

 

관수는 따뜻하게 반겨주는 범수가 고마웠다. 범수는 이번에도 관수의 입성을 한길엄마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중요한 결정은 가장은 하는 거니까.’

 

혜령과 넷째 인수의 아들 기석이 기숙사에 들어갔다. 기숙사 방은 7-8명의 아이들이 지내는 방과 1-2인이 사용하는 방으로 나뉘어 있었다. 1-2인용 방은 남녀 기숙사에 각 하나씩 있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불편한 혜령은 좋은 성적을 유지하겠다는 약속 하에 2인 방에 들어갔다.

학교생활이 시작됐지만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말수가 적은데다 사람 눈을 쳐다보지 못하는 혜령이 친구를 사귀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어느 날 반에서 가장 예쁘고 키가 큰 여자아이가 혜령 책상 앞에 섰다. 혜령은 물끄러미 여자아이를 올려다본다. 이름이 백희라고 했다.

, 오늘부터 내 라이벌이야. 너가 나보다 성적이 조금 높던데. 이번 중간고사에선 내가 반드시 널 꺽어줄 거니까. 그런 줄 알어.”

 

백희의 얼굴이 반짝 반짝 빛이 났다. 걸어가는 뒷모습이 미끄러지듯 가볍다. 당당하고 아름다운 백희를 보며 혜령의 얼굴이 붉어졌다. 눈에 띌 정도로 아름다운 아이였다. 혜령은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혜령은 매일 학교에 나가 공부를 하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했다.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무리를 지어 다니는 걸 혜령은 부러운 듯 바라봤다. 그러다 혜령은 밖으로 나갔다.

 

빵이라도 사와야지.’

 

뒷편 매점에 다녀오는 길, 백희가 다가온다.

 

빵이네. 그런 거 먹으면 살쪄. 날도 좋네. 저기 가서 이야기나 하자.”

 

혜령의 앞을 가로 막은 백희 덕분에 근처 벤치에 가서 앉는다. 한참 백희는 엄마 이야기를 했다. 백희는 엄마가 홀로 키운 아이였다. 백희가 어릴 적 백희의 아빠는 자리를 비웠다. 아빠가 도망가서 얼굴도 모른다는 백희는 호탕하게 웃었다. 혜령은 백희의 이야기를 듣다 엄마 이야기를 했다. 엄마가 돌아가셔서 친척 집에서 자랐고, 아빠가 있지만 도망간 거나 마찬가지라고. 백희는 엄마 만 있어도 문제없다고 한참 떠들었다. 혜령에게 아빠가 있다면, 백희에겐 엄마가 있었다. 쿵짝이 맞는 조합 같아 혜령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백희는 그게 뭐 대수라며 다른 이야기를 이어갔다.

백희는 그 날부터 혜령을 보이지 않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혜령 곁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백희가 괴롭히는 주체라는 걸 혜령은 알지 못했고, 인정하지 않았다. 어느 날부터 아이들의 눈초리가 매서워졌고, 혜령이 지나간 자리에 소곤소곤 귓속말을 하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쟤가 그렇게 이기적이고 자기 밖에 모른데. 소문 다 났잖아. 엄청 싸가지도 없고, 사람들이랑 말도 안 섞는 게. 지 잘난 줄 알아서 그런다더라.”

 

남자는 그렇게 꼬시고 다닌다며?”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핸드폰에 이상한 문자가 들어왔다.

여우같은 년, 우리 오빠한테 꼬리 치지마.

가만 안 둔다. 나쁜 년.

혜령은 문자가 오는 걸 보고 당황했다. 주변에 친구도 없거니와 꼬리를 칠 만한 남자도 없었다. 혜령은 남자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다. 남자 아이가 다가오면 몸을 오소소 떨었다. 그들과 혹시나 닿을까 멀리 떨어져 지나가기 일쑤였다.

혜령에 대한 이런 저런 나쁜 소문이 더 많이 생겨났다. 혜령은 아이들과 친해지겠다는 마음을 내려놨다. 그걸 아는지 백희는 더욱 과감히 괴롭히기 시작했다. 혜령의 책상 안 물건들을 다 꺼내 올려놓고, 시험 전 혜령의 공책을 복사해서 아이들에게 보란 듯이 나눠줬다. 백희가 아이들 앞에서 종이를 나눠주다 교실 안으로 들어오는 혜령을 발견하고 말을 건넨다.

 

너가 공책 정리 잘하니까. 내가 먼저 복사해서 나눠줬어. 잘했지? 애들이 너 정말 정리 잘한다더라.”

 

혜령은 쳐다보는 아이들의 눈을 슬쩍 본 후 자리에 앉았다. 백희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혜령은 얼굴이 붉어졌다. 그 후로 백희는 혜령의 물건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뒤진 후 당당히 쪽지를 남겼다.

이번 기말 때는 내가 너 눌러준다. 그런 줄 알어.

혜령이 친해지려고 하는 친구가 생길 것 같으면 언제 나타났는지 백희가 그 아이를 데리고 나갔고, 어디서든 나타나서 대화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 아이는 백희와 친구가 됐다.

 

혜령아, 어쩌냐. 애들이 너 엄청 욕해. 내가 아니라고 했는데도 막무가내야. 내가 너 지켜줄게. 걱정하지마.”

 

백희의 말에 혜령은 고마웠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는 소문의 주체가 백희라는 사실을 뒤늦게 혜령도 알게 됐다.

 

다음 학년의 반 배정이 있던 날, 혜령은 백희와 또 같은 반이 되어있는 걸 확인했다. 망연한 마음이 들어 굳은 마음을 먹고 교무실로 찾아간다. 이번엔 안돼.

 

교무실 안.

 

백희와 같은 반에 있으면 전학 갈 거예요.”

 

"백희가 있으니까 너가 열심히 공부하는 거야. 백희는 공부할 수 있게 청량제 역할을 해 줄 거야. 그래서 일부로 같은 반에 묶어놓은 건데. 좋은 상승효과가 있어서 선생님은 좋다고 생각해.“

 

그건 선생님 생각이시죠.”

 

물러날 곳이 없는 혜령은 전 담임선생님의 말에 바락 바락 대든다. 혜령의 전 담임 선생님이 한참 혜령을 설득한다. 혜령이 선생님의 말에도 교무실을 나서지 않자, 미술 선생님이 다가와서 묻는다.

"무슨 일이래요?"

"백희랑 혜령이 같은 반이 된 거 때문에 혜령이 반을 바꿔 달라네요."

"왜요? 백희랑 혜령이랑 무슨 일이 있대요?"

과학 선생님이 교무실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혜령의 곁으로 다가온다.

"백희가 많이 괴롭힌다던데, 선생님 모르셨어요? 다른 반으로 해 주셔요. 얼마나 괴롭겠어요."

반 배정을 맡았던 전 담임 선생님은 혜령의 표정과 주변 선생님들을 바라보다 백희를 다른 반으로 배정한다. 그제야 혜령은 안도의 숨을 내 쉰다. 그 뒤로 인수의 아이가 들어온다.

 

선생님, 저도 반 바꿔주세요.”

 

혜령과 같은 반이 된 넷째 인수의 아들 기석이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다. 혜령은 과학 선생님 자리로 이끌려 나온다.

너가 처음 입학할 때는 참 날쌔고 명랑했던 거 같은데.. 점점 어두워지고 몸에 살도 붙어가고.. 선생님이 걱정이 많다. 그래도 마음 놓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 선생님이 응원할게. 알았지?”

 

과학 선생님의 단아한 스커트에 올려져있던 손이 혜령의 손과 겹쳐진다. 따뜻하다. 얼굴을 푹 숙인 혜령이 선생님과 한참 손을 잡고 있다. 그리고 선생님이 주신 책을 들고 교무실을 나선다.

 

혜령은 바닥만 보고 다니는 일이 많아졌다. 심장이 시려운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그런 날이면 혜령은 많은 음식을 먹어야했다. 많은 음식을 먹은 날은 심장에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혜령은 많은 음식을 먹고 잠들기를 반복했다.그리고 자주 굶고 많이 먹는 일을 반복했다. 많이 먹은 날은 따뜻한 심장을 안고 잠이 들었다.

혜령은 주말이 되면 돌아갈 곳이 없고,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울었다. 관수의 사업이 사라진 후, 혼자 살게 된 산돌의 둘째 아이 경희가 장터 근처 집에 있다는 이야기를 범수를 통해 들었다. 주말이 되면 경희가 있는 곳에 갔다. 경희는 볼 때마다 더 많이 말라갔다. 천원 한 장을 들고 경희와 초코파이 한 박스를 샀다. 경희는 초코파이를 먹을 때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 후 농장 식구들이 모두 모이는 날이 잡혔다. 셋째 범수는 혜령에게 연락을 했고, 전화를 받은 후 혜령은 매일 매일 더 많이 아파졌다. 산돌이 재판 문제로 집에 돌아올 수 없자, 성철 엄마는 산돌의 둘째 아이인 경희를 기어이 밖으로 내쳤다. 경희는 제일 싸고 추운 집에 버려졌다.

나가라. 니 년이 왜 이 집에 있어? 니 집이 아니야. 당장 나가.”

둘째 경희는 자주 굶었고, 학교까지 2시간 거리를 매일 걸어 다녔다. 수도가 끊기고, 보일러가 끊겼지만 경희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었다. 어느 날 너무 배가 고파 경희는 농장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옥석의 집에서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는 말을 해 왔다. 경희는 배가 고파 이전 사람의 선물을 찾기 위해 장판을 들추고 또 들췄다. 매일 더 반질반질해지는 교복을 입고 경희는 학교에 갔다. 점 점 더 경희는 말라갔고, 겨울나무처럼 보였다.

 

이대로 사느니 죽는 게 나아.’

 

경희는 목을 손으로 조였다. 그 순간 서럽게 우는 혜령의 얼굴이 떠올랐다. 우는 모습이 너무 불쌍해 같이 울게 되는 혜령이 눈 앞에서 울고 있다. 경희는 목에 올렸던 손을 풀었다. 아무 것도 없는 방 안에서 둘째 경희는 울고 또 울었다. 경희의 울음소리가 방 안을 빙글 빙글 돌아 울렸다.

 

산돌이 돌아올 즈음이 되자, 성철엄마는 드디어 경희를 불러들였다. 그 사이 범수는 경희의 사정이 딱해 아주 좋은 입양처를 마련했다. 한복집을 하는 할머니였다. 경희의 사정을 듣고 자신이 키워주겠다며 경희를 만나준 고운 사람이었다. 경희는 처음으로 받아본 사랑이 너무 커서 밤마다 행복에 젖었다.

 

이제 나도 행복해질 수 있어. 나도 가족이 생기는 거야.’

 

혜령과 더 이상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신경 쓰였지만 언제든 어른이 되면 만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굳혔다. 경희의 마음이 매일 부풀었다. 경희는 차분히 준비를 해 갔다. 마지막으로 산돌의 도장만 받으면 경희는 따뜻한 할머니의 하나 뿐인 손녀가 될 수 있었다.

 

성철 엄마는 날로 환해져 가는 경희의 얼굴에 눈이 시어 그 집에 보내고 싶지 않았다. 경희를 보내지 않기 위해 성철엄마는 매일 밤잠을 설쳤다. 산돌에게 매일 딸 하나 키우면서 다른 집에 수양 딸 보내면 나중에 그 원망 어떻게 들을 거냐며 노래를 불렀다. 산돌은 성철엄마의 말이 그럴 듯해 그러마. 승낙했다. 종이를 들고 산돌 집에 방문한 범수는 도장을 받지 못했다. 이미 한복 할머니 집에서 지내고 있던 둘째 경희는 다시 성철 엄마 집으로 돌아왔다.

 

앞으로는 내가 잘 해 줄랑게. 그 집 갈 필요 없어. 내가 너 지낼 엄청 좋은 집 다 구해놨어. 그러니까 그 할머니 집에 갈 필요 없어. 아빠 밑에서 자라야지. 고아도 아닌데.”

 

경희는 매일 한복 할머니가 보고 싶었고, 할머니와 함께한 그 방이 그리웠다. 산돌과 성철 엄마는 한동안 돌아온 경희를 잘 챙겨주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몇 달 안 되 경희를 다시 시장터 방으로 돌려보냈다. 경희는 춥고 배고픈 방으로 다시 혼자 돌아왔다.

 

외롭고 추운 경희에게 어느 날 사촌 언니인 넷째 인수의 딸 연기가 찾아왔다. 찾아온 인수의 딸은 엄마가 되어주겠다며 경희를 포근히 안아줬다. 그리고 경희에게 손 편지를 써주고, 맛있는 과자를 가득 사줬다. 연기가 자주 찾아와 경희를 돌봐주자, 경희는 혜령보다 연기언니를 따르기 시작했다. 경희는 혜령을 사랑했지만, 혜령이 그만큼 사랑을 관심을 주지 않아 항상 서운했다. 그렇게 경희와 혜령이 하루만큼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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