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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길에서 배워가는 것들>


어릴 때부터 나는 나조차 힘들 정도로 굉장한 다혈질이었다(물론 여전히 다혈질이다.). 한번 폭발하면 주변 모든 것들을 태워 버릴 것처럼 적당함 없이 화를 냈다.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와 화를 어찌할 수 없어서 매일 화가 내면에 쌓였고, 화는 어느 순간부터 몸의 증상으로 나타났다. 나는 자주 아팠고, 화로 인한 증상으로 누워 있어야 하는 일이 잦아졌다(만성 천식, 만성 기침, 만성 기관지염, 만성 장염 등).


내가 하지 않은 일도 하지 않았다고 하면 오히려 더 혼나고 맞았기 때문에 억울했다. 상대가 지적한 일을 내가 했든 하지 않았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원통하고 분한 마음이 무엇인지 어릴 때 알게 됐다.


한 번은 누군가 어머니 지갑에 손을 대서 돈이 사라진 적이 있었다. 돈이 사라진 사실만 중요했지 누군가 가져갔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 일을 내가 하지 않았다는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 순간 화를 풀 상대로 내가 선택됐고, 사건의 진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화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고 깨달은 이유가 있다. 화가 나는 상황을 마주하면 나는 화만 내면 뒤끝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깔끔 <?>한 성격이었다(물론 스스로의 생각이었다.). 화를 뱉어내면 너무 개운했다. 그리고 개운함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죄책감을 병처럼 앓았다. 화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죄책감과 미안함에 상대의 눈치를 봤고 더 잘해주려고 했다. 화를 자주 내는 건 아니었지만 더 이상 견디지 못할 때가 되면 화는 불화산처럼 분출돼서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분출하고 나면 개운했고, 또 미안한 마음에 같은 일을 반복했다.

그러다 이 성격이 얼마나 문제인지 친부를 통해 여실히 알게 된 사건을 마주했다. 그때가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10살에서 13살 사이 무렵이었던 것 같다. 명절을 맞아 친부가 시골에 오셨다. 그날은 아버지와 아버지 동생 분 앞에 명절 음식을 가득 올린 상을 내가 놓아드린 날이었다. 예쁘게 구워진 전들과 예쁜 접시 위에 가득 올려진 맛있는 음식들과 과일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술잔도 놓였다. 그 상 자리 주변으로 할아버지와 친부, 아버지의 동생 분이 앉으셨다.

친부와 아버지 동생 분은 항상 만나면 죽을 듯이 싸웠으면서 그날도 당연하다는 듯 같은 상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듯하더니 말싸움이 어김없이 육탄전으로 번졌다. 두 분은 각자의 화를 이기지 못해 방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던져댔다. 두 사람의 화가 지나간 자리는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정말 망가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내가 치웠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다. 그런 일들은 한두 차례로 끝나지 않았다. 친척들은 친부가 망가트렸으니 내가 치워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전쟁터 같은 그 방에 나만 투입됐다. 오늘의 내가 그날을 돼 밟아가면서 왜 동생 분의 자녀 분들은 그 방을 치우지 않아도 됐는지 여전히 속상하다.


바상 바상하게 깨진 유리 조각들과 뒤엉킨 음식들이 지금도 생각난다. 그리고 그날 손끝에 가볍게 찔린 유리조각이 가슴에 박혔다. 그리고 나는 그날 방을 치우면서 스스로 다혈질라며 결과에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성격을 고쳐야겠다고 처음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친가라고 부를 만한 사람들이 내게 자주 친부와 내가 얼굴이든 성격이든 판박이처럼 닮았다고 했다. 손톱 못 생긴 것까지 닮았다고 했으니, 처음엔 칭찬인 줄 알았다가 금세 의도가 칭찬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다혈질이라는 성격 뒤에 숨은 분노>


아버지는 심각할 정도로 다혈질이었고, 화가 나면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아마 신마저(신은 오직 인간이 자유의지를 신에게 내려놨을 때에만 인간에게 간섭하신다.) 아버지를 말리지 못했을 거다. 아버지는 화에 대한 책임을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아버지가 진 책임에 대한 대가가 있다면 돈이었다. 시골을 떠나기 전 돈 봉투를 놓아두고 갔는데 그 돈봉투 덕분에 나는 더 많은 욕을 들어야 했다.

아버지의 화는 대형 산불이 난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것을 다 태워야 끝이 났고, 모든 것들이 다 타버린 후에야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완전히 타버린 곳에 남아 복구할 일만 남은 사람들 중 특히 나에게 아버지의 잔해가 엄청난 고통으로 남았다. 아버지는 매일 술을 마셨고(기본 소주 한 병) , 술을 마시지 않은 날이나 낮에는 수줍음이 많은 새색시처럼 말이 없으셨다. 심지어 순진해 보이고, 다소 안타까워 보일 정도로 마음 쓰이게 하는 외모를 가지셨었다.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지 안타깝다고 해야 할지 그는 자신이 지닌 멋진 외모 덕분에 참 많은 유익을 얻었다. 그 외모에 속아 숱하게 용서하고 안타까운 선택을 한 사람들이 다수 생겼으니 말이다. 친부는 젊었을 때부터 열등감을 채우기 위해 5개 사의 신문을 매일 읽고, 뉴스를 보고, 역사를 공부하고, 화장실에서까지 책을 읽으셨다. 그걸 칠십을 바라보는 오늘에도 여전히 하고 계신다. 멋진 외모와 높은 지능, 정갈한 말씨(오직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만), 두툼한 지갑에 가족이 되기를 선택한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가족 구성원이 된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됐다. 

아버지를 닮아 그랬는지, 아니면 내면에 분노가 많아서 그랬는지 나 역시 화를 참지 못했다. 화가 나면 세상에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로 나와 주변을 미워했다. 그리고 점차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할 수 있을 법한 나이가 돼서는 친인척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분풀이 용도로 이용됐다.  그 이용객 중 한 명이 친부였고, 사실 친부는 술이 거하게 취하면 전화를 걸어 몇 시간이고 화를 내고 신세한탄을 했다. 이런 일들은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을 앞둔 전 날에도 지속됐다. 친부와 주변 친인척들과의 경험을 통해 나는 다혈질이라 그래라든지, 화를 잘 내지만 뒤끝이 없다는 말이 핑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얼마든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너에게는 그래도 된다라며 함부로 대하기로 한 선택을 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릴 때부터 마주한 대부분의 어른들이 내게는 그래도 된다라는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의 결과가 나에게 다혈질과 급한 성격을 가져다줬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분노들이 가득 쌓여 내게도 그들과 비슷한 성격과 성향이 형성됐고, 나는 이 성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했다. 

 

 


<회피성 성격을 고치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나는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았다. 정말 화가 나는 일이 있고, 뚜껑 <?>이 열릴 만한 사건이 있어도 꾹꾹 눌러 담을 뿐 내색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 웃고, 상대에게 더 잘하려고 노력했다. 마음에 일어나는 분노와 아픔을 대면하지 않기 위해 회피하기 시작했다. 회피의 한 방법으로 상대에게 더 잘해주려고 했고, 화를 내야 하는 상화이 되면 어김없이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내면에 분노가 계속 쌓여가자 신체 장기 곳곳이 고장 나기 시작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280이 넘어서고(고등학교 무렵부터 계속됐다. 병원에서 검사를 해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 나는 굉장히 마른 아이였다.) 매일 배가 아팠고, 각막에서 껍질이 일어나는 등 다양한 자가면역 증상을 겪었다(모두 병원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후회하고 싶지 않고, 친부와 닮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인내심이라는 방패 뒤로 나를 숨겼고, 스스로를 파괴했다. 회피라는 선택의 결과는 다양한 방향으로 인생을 굽이치게 만들었다. 화를 내지 않고, 화를 낼 상황에도 못 내는 데다, 나쁜 상대를 오히려 편안하게 해 주니 나르시시스트의 먹잇감으로 아주 훌륭한 대상이 됐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파괴의 결과를 혼자만 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의 내가 과거를 돌아보니 결국 내 인생뿐 아니라, 내게 와줄 미래의 아이 인생까지 굽이치게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된다. 내 성격 때문에 파괴된 인생은 아직도 아이를 갖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고, 내가 꿈꾸던 삶도 잃게 했다. 내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숱하게 이용하고, 아프게 했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말로는 항상 나를 위해서라고 하면서(생활에 필요한 것들도 가끔 공급해 줬지만, 항상 그 이상으로 가져갔다.) 그 누구보다 내가 잘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그런 마음으로 나를 대했다는 걸 이제야 받아들이게 됐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말만 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상대가 내뱉는 사랑한다는 말도 검증하고 또 검증한다. 오늘의 나는 오직 상대의 행동과 결과들이 가져온 열매를 본다. 아낀다고 말하면서 상처를 가득 안겨주는 상대가 있으면 언제든지 내 인생에서 제외시킬 수 있는 힘을 드디어 갖게 됐다. 과거의 나는 상대가 아무리 나를 함부로 대해도 관계를 잃을 것이 두려워 아무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그리고 말과 행동들이 가져올 죄책감이 두려워 더 깊은 곳으로 나를 감췄다.

착하고, 이용하기 쉽고, 쉽게 용서하고, 받아낼 것이 많고, 화를 내지 못하는 내가 갑자기 능력이 생겨서 둥지를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들은 도와주는 척하며 교묘하게 내 인생을 방해하고 내면을 파괴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들도 하나님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며 나름대로 품고 또 품으려고 했고 그들의 인생과 감정까지 책임지려 했다. 그러나 관계라는 건 일방의 아름다운 마음 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갔다. 나라는 사람은 없어지고 그 안에 타인이라는 존재들만 가득 찼다. 그들은 나는 죽고 예수만 사는 삶 안에서 예수의 자리까지 차지하고 내게 더 많은 것들을 요구했고, 더 이상 줄 것이 없어지자 완전히 어둠에 잠겼다.

공부를 하는 순간에도 그들은 필요와 욕구를 위해 사랑을 속삭였고, 내가 감당하지 않아야 할 일도 당연히 내가 해야 한다고 했다. 내가 가진 종교와 신념들을 적당히 버무려 내게 그들의 필요를 채울 것을 요구했다. 예를 들면 여행을 가는 날을 말해주면서 새로운 옷이 필요하니 내가 가서 사 와야 한다고 하거나(내가 가진 것을 내놓으라고 한다거나), 시험 기간이 다음 날인데 당연히 내가 가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그리고 공부를 한참 하고 있고 중요한 시기에도 와서 당연히 마늘을 까야하고(가서 마늘을 깔 때까지 전화와 문자를 계속했다. 심지어 같은 이야기를 한 달 내내 들은 때도 있다.), 집안 대소사를 챙겨야 한다는 등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하늘까지 쌓였다. 정말 여전히 할 말이 많다. 그때는 왜 내가 당연히 그 일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모를 정도로 내면이 망가졌다. 다혈질을 고치려다 회피성 성격을 얻고, 그 성격으로 인해 더 많은 내면의 파괴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걸 이제는 안다.

가스라이팅을 당했든,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방식대로 살았든 마지막에 그 선택들을 한 나를 오랫동안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숱한 시간 동안 잘못된 선택을 한 나를 벌하는데 많은 시간과 힘을 사용해 스스로를 아프게 해야 했다. 당시엔 사라지고 싶어서라고 생각했지만, 오늘 다시 생각해 보니 그렇게 해서라도 존재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내면을 해체해 가면서 더 많이 알게 된 게 있다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살고 싶었다는 것이다.

 

<드디어 각성하다>


어린 시절 자라온 대로, 가족들이 나를 대하는 대로 나는 숱한 타인들과 비슷한 관계를 맺었고, 그 관계의 패턴은 남자친구의 가족들과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리고 오랫동안 며느리가 아닌 여자친구였음에도 며느리 역할 이상을 해야 하는 이상한 관계 구조를 만들었다. 심지어 어머니의 친구 분들이 나서서 여자친구 시절부터 버릇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고 알려줬다고 했다. 그 행동은 내게도 상대에게도 당연한 것 이상으로 여겨졌다. 무엇보다 화를 내지 못하고, 수용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성격과 성향은 상대가 나를 어떻게 했든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내가 믿는 신이 효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십계명에 써 놓았다는 것도 그들이 나를 사용할 수 있는 당연한 구속구가 됐다.

옛 말에 열 손가락 중 깨물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관계에선 안 아픈 손가락이 반드시 있다. 안타깝게 그 안 아픈 손가락이 내가 됐고, 어린 시절 어쩔 수 없이 만난 가족들 뿐만 아니라 성인이 돼서 만난 사람들과도 같은 관계 구조와 내용들을 재연했다. 그러니 새삼 억울할 것도 없고, 아플 것도 없었다. 고통과 아픔이 당연히 내 몫이라고 스스로 받아들였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심리 공부를 하면서 사람은 상대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지를 보고 그대로 모방하기 때문에 상대를 탓하기 전 내가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단순히 상대가 나빠 서라 보다(나빠서기도 하다.) 단순히 내가 그렇게 대해도 되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나쁜 사람도(범죄자도) 상대를 봐가면서 대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나에게 나쁘게 대하던 사람이 누군가에겐 천사 같은 존재라는 사실이 나를 더 많이 아프게 했다.

어쩌면 차라리 다혈질로 살았더라면 인생이 훨씬 편안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했다. 화만 내고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비슷하게 돌려줘볼까라는 생각도 했다. 심리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건 진정하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쉽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타인에게 쉽게 상처를 주고, 화를 풀어내는 사람들이 깊은 상처를 가진 경우가 많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타인 사랑도 불가능해서 상처를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것들을 깨달아가면서 타인에게 상처 주는 것을 기피하는 내 성격이 어쩌면 저 깊은 곳 어딘가에서는 나를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서였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나를 다시 사랑의 공간으로 데려와 줬다.

내면의 상처가 너무 깊고, 자기 사랑이 없어서 타인에게 상처를 줘야 하고, 상처받은 상대를 봐야만 스스로의 내면 상처를 들키지 않을 수 있는 사람들이 하필 주변에 많았다. 그런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았던 것이 신의 은총이었을까, 신의 시험이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들 덕분에 심리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인이 돼서 내게 상처를 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났을 때 그들은 자기변호로 각자 어린 시절의 아픔과 상처를 내어놨다. 자기도 아픔이 많다고,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다며, 모든 사람은 죄인이라고 말했다. 결론은 그러니 사랑하고 용서해야 한다는 말로 귀결됐다. 자기변호를 하기 위해 아주 손쉽게 그들은 종교와 하나님을 이용했다.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오히려 그들이 진심으로 불쌍해졌다. 이제는 정말 잃을 수 없고, 잃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많아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하나님의 진정한 사랑을 그 많은 시간 동안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하나님의 사랑까지 이용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드디어 했다.

 

<나의 약한 면도 사랑할 수 있는 내가 되다>

 
나는 다혈질 성격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오늘의 나는 그 성격을 억압하고 억누르고 없애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적절히 사용한다. 어떤 상황에서는 반드시 화를 내야만 총체적인 건강함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화도 잘 내고, 함부로 내지 않기 때문에 죄책감도 갖지 않는다.  옳은 분노와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화의 힘(에너지)을 가지고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이제야 깨닫는다. 어쩌면 하나님은 내면의 불을 제대로 사용하고 다룰 수 있도록 내게 숱한 어려움과 비슷한 사람들을 삶에 허락하셨는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들 덕분인지 감사의 마음이 흘러넘친다.

완벽주의, 급한 성격, 다혈질, 그리고 그 성격들을 올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인내심까지 하나님은 그것들을 두루 갖출 수 있도록 시간과 비슷한 사람들과 형편을 허락하셨다. 그러니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든 이제 정말 감사할 수 있다. 그 사람들도 하나님이 오늘의 나를 만들려고 보내준 빨간 모자를 쓴 엄격한 조교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훈련이 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젠 더 이상 같은 훈련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참 마음이 가볍다. 이제 나는 내면의 불을 가진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한다. 다혈질이라 죄책 감고 분노를 기본값으로 가지고 살아야 했지만 적절한 훈련들을 거치고 보니 오히려 내가 가진 장점이 됐기 때문이다. 

진짜 화를 내야 할 상황에서 적절하게 불을 사용해 나를 지키고, 내 주변을 환하게 밝힐 수 있게 됐으니 그동안의 일들이 충분히 이해되고, 넉넉히 받아들여진다. 나는 이제 내면의 불을 적절히 받아들여가면서 천천히 오늘과 내일을 걷는다. 그래서 나의 약함을 결국 강점과 강함으로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주 넉넉한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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