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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마음도 습관입니다

책을 읽고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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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4. 16. 화. AM 12:56.
- 2024. 4. 17. 수. AM 10:38. 완독.

<우울한 마음도 습관입니다>
를 읽고 기록.

박상미

저녁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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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마음도 습관입니다》 책을 다 읽었다. 오늘 아침에는 평소보다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옥상에서 준비 운동도 하고, 맛있는 토마토 주스도 한잔 했다. 기분이 좋아서 좋은 책을 꺼내 들었고, 마지막까지 읽었다. 행복을 스스로 끌어들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는 하루들을 보내고 있다.

요즘 키우고 있는 버섯들에게 물을 주고, 콩나물들에게도 물을 줬다. 두 권의 책을 번갈아 읽으면서 과거를 되짚어 봤다. 내 인생을 스스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했다. 그러다 나를 항상 도와주던 친구 한 명이 생각났다. 분명 그 누구보다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던 친구였다. 어느 날 꿈속에서 그 친구를 만났고, 꿈속에서 본 친구의 모습은 현실에서 인지하는 모습과 달랐다.

구불구불한 시골길에서 자동차에 올라탄 내가 있었다. 그 옆자리에 친구가 앉아 있었다. 나는 실제로(현실에서) 운전 면허증이 없기 때문에 운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옆 자리에 앉은 친구가 내게 운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줬다. 이렇게 해. 저렇게 해. 친구의 말을 들으며 앞으로 가는데 오히려 운전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에게 알아서 운전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친구가 자동차에서 내려 자동차 앞 왼편에(내 시야에서) 서더니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말을 안 들으니 자동차를 뒤집어 버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 자동차는 서 있던 시골길에서 30센티도 못 가고 전복됐다. 자동차가 뒤집히고 의기양양하게 허리에 팔을 올리고 서 있던 친구의 표정이 보이면서 잠에서 깼다.

그런 꿈을 꿨던 때가 있었다. 분명 나를 위해서 많은 것을 해주고 사랑해 준다고 생각했던 친구였다. 그런데 꿈속에 나타난 친구는 현실의 모습과 달랐다. 왜 나는 친구의 모습을 꿈에서 그리 그려낸 것일까. 그 생각을 오랫동안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됐다.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해 준다고 하는 모든 노력이나 애정들이 사실은 상대의 발전을 오히려 저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타인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있다는 만족감과 기쁨을 얻기 위해 애정을 주고, 자신은 주는 사람이라는 사실과 우월감을 느끼면서 오히려 상대방에게 의존하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해 주고, 상대를 구해주는 행위가 의존이라니 처음에는 이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누군가를 위해 끊임없이 주고 만족하고, 그 대가로 얻은 만족감과 애정에 의존하는 거라니.  

나는 오랫동안 극단적 코디펜던트로 살아왔기 때문에(구 가족들 덕분에 코디펜던트라는 병을 얻었고, 나는 이 사실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병적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다.) 누군가를 위한다며 참 많은 행동과 노력을 했다. 상대를 위한다고 했던 것들도 이제와 돌아보니 상대의 의존성에 기댄 의존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순간 느낀 수치심과 불안이 얼마나 컸던지 그걸 느끼고 싶지 않아 한참 동안 눈을 감아야 했다. 내가 파괴될 것 같은 수치심을 느낀 것이다. 내가 살아왔던 과거와 살고 있는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부정당하는 기분이 느껴졌다.

꿈속에 나타난 친구는 나를 위해 참 많은 것을 해 준 사람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게 참 많은 상처를 준 사람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받은 것도 고맙고, 받은 상처도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아리송하다. 대체 왜 그런 말을 하고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친구를 생각하면 고마우면서도 참 불편하고, 불안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친구에 대한 감정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너무 많은 것들을 받았고, 나를 참 많이 사랑해 준 친구에 대해 나쁘다고 평가하기에도, 그렇다고 마냥 좋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았다. 심리학 책을 읽고, 심리학 관련 공부를 하고 나를 정리하면서 친구에 대한 감정과 친구가 갖고 있는 불안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에서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새로운 문이 열린 기분이었다. 그때 기분을 말하자면 설렘보다 두려움과 수치심, 불안, 공포가 먼저 엄습했다. 그 이유는 보고 싶지 않았고, 듣고 싶지 않고, 인지하고 싶지 않았던 부분들이 여실히 드러나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너무 사랑했던 사람, 사랑했다고 생각했던 사람, 세상 모든 것을 줘도 바꾸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 그리고 구 가족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인간이 얼마나 무지할 수 있는지 알게 됐다. 이래서 경험과 배움이 중요하다고 하는구나라는 것도 알게 됐다. 경험만이 아니라 배움도 정말 중요하다.

오늘의 나는 과거를 돌아보며 누군가를 통했어야만 내가 성장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굳이 누군가가 아니었어도 사람은 자기 발전 단계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나아갔을 텐데. 오히려 그 누군가 때문에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도 하고, 발전 단계를 제대로 거치지 못하기도 한다. 내가 누군가를 돕는다며 오히려 상대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했던 것처럼. 내가 오히려 상대를 방해했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몰랐다. 왜냐하면 나는 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주는 사람은 받는 사람에 비해 보이는 양태가 주는 자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기 어렵다.

과거의 나는 안타깝고, 불쌍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지나치지 못했었다. 그게 구원자 증후군이었다는 걸. 그리고 그건 증후군을 넘어서 병적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됐다. 나의 병적 에너지를 받은 상대방도 사실 마냥 고맙고 기쁘기만 했던 건 아닐 거다. 어쨌든 뭔가를 끊임없이 주고, 도와주니까 고맙기는 했을 거고 그러면서도 불편하고 불안했을 거다. 그 도움에 의존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잘못된 의존성이 길러졌을지도 모른다. 헬리콥터 맘들이 오히려 자녀를 망치는 것처럼 말이다. 헬리콥터 맘이 길러낸 자녀들은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그들은 극단적 우울과 극단적으로 낮은 자존감 속에 빠져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기 스스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무가치함이 그들이 갖고 있는 기본 값이라니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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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맘 : 평생을 자녀 주위를 맴돌며 자녀의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발 벗고 나서며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엄마들을 지칭한다. 헬리콥터맘이라는 개념은 우리나라 교육에 있어 엄마들의 뜨거운 교육열의 단면을 가장 잘 나타내어주는 치맛바람에서 파생된 것으로, 헬리콥터맘은 착륙 전의 헬리콥터가 뿜어내는 바람이 거세듯 거센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자녀 주위에서 맴도는 어머니를 빗댄 용어다(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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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국 고장극을 좋아해 자주 본다. 언젠가 봤던 (제목 기억 안 남) 중국 드라마에서 여 주인공이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구해주는 장면이 있었다. 그 친구를 도와주면서 여 주인공은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했다. 자기가 구해준다면서 말이다. 그 친구는 도움에 정말 감사했고, 둘은 소울 메이트 같은 친구 사이가 됐다. 그 후 그 친구가 또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돼서 여 주인공을 애타게 찾았다. 그런데 하필 여 주인공에게 일이 생겨 도와주지 못한다. 덕분에 친구는 나락보다 더 나락으로 떨어져 깊은 고통을 겪는다. 그 후 친구는 여 주인공에게 분노를 하면서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라며 탓을 한다. 그 후 친구는 여 주인공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원수의 도구가 된다. 그 장면을 보면서 구원자 증후군도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분명 여 주인공이 친구를 도와준 건 맞다. 그런데 그 여 주인공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걸 반복하다 보니 친구는 스스로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당연히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상대의 일로 당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도움만 받았던 친구가 원수가 된 것도 이해되지 않았지만, 친구에게 의존성이라는 깊은 병을 갖게 해 준 것이 여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한편으론 이해가 됐다. 의존하다 보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돼버린 것도 여주인공의 과한 도움 때문이었던 것이다. 오히려 정말 상대를 위했다면 상대가 스스로 걸어갈 수 있도록 자립심을 빼앗아서는 안 됐던 거다. 그러니 과한 도움을 줬던 여주인공도 잘못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후 나는 누군가를 돕고 싶거나, 구하고 싶을 때 그 장면을 떠 올린다. 내가 도와줌으로 오히려 상대가 자력을 잃게 하는 것은 아닌지. 물건을 살 때 항상 그 생각을 먼저 한다. 이 물건이 상대방에게 필요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그 돈으로 내 걸 사 버린다. 그리고 상대가 필요하면 사겠지.라는 생각으로 자리를 급하게 뜬다. 과거의 나는 항상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했던 물건들을 발견하면 구매한 후 선물하는 게 매일의 일상이었다. 내 선반에 쌓여있는 립스틱과 옷장 가득한 잠옷을 볼 때마다 얼마나 내가 상대를 돕고 싶고, 상대에게 애정을 받고 싶었는지를 봄을 통해 다시 깨닫는다. 립스틱과 잠옷을 보면서 나의 구원자 증후군과 상대를 구함을 통해 만족을 얻으려는 의존성을 또 깨달을 때 마음이 뜨끔하다. 그래서 나는 립스틱을 볼 때마다 경각심을 갖는다.

누군가의 선택과 자율과 자력을 빼앗지 말자고 다짐하고, 그러면서 나의 한정된 자원을 가장 먼저 내게 먼저 줘야 한다는 사실을 내게 재인식시킨다. 그래야 상대를 구하기 전 나를 먼저 구할 수 있고, 나를 먼저 구해야만 그 힘으로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거라고 내게 말을 건넨다.

오늘 아침 《우울한 마음도 습관입니다》 책을 다 읽고, 앞으로 습관을 어떻게 들여갈지 생각했다. 생각 습관, 하루 습관. 천천히 좋은 습관을 하나씩 내게 선물하면서 하루를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남을 구하기 전 가장 먼저 나를 돌보고 구하는 것 그것이 요즘 내가 가장 염두에 두고 실천하는 습관이다. 그래서 쌓여있는 립스틱과 잠옷이 어쩔 수 없었던 거라고 스스로를 변호해 본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또 타인의 욕구를 채우느라 오늘도 나의 의존성과 상대의 의존성을  병들게 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립스틱과 잠옷을 볼 때마다 내가 남이 아닌 나의 욕구와 마음을 먼저 챙겼다는 것에 오히려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밝혀둔다. 누가 뭐라 건 일단 내가 행복하니 됐다. 고 말이다.

#우울한마음도습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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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성극복
#코디펜던트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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