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25. 수. AM 10:32.
<영혼의 스프 소고기 무국>
<기운내 남편>

요리법 : (일반 수저 기준) 무 절반을 깍둑 썰기, 소고기 끓는 물에 15초 삶고 물버리기, 우삼겹 사용함(소고기 양지살이 가장 맛있다고 함), 물 2리터, 다시마 2조각, 국간장 1, 멸치액젓 2, 다진마늘 1, 소고기, 무를 넣고 뚜껑 닫아 중간 불로 35분 동안 끓이기, 위에 뜬 거품 걷어내기, 35분 끓이기 뒤, 소금 1/3, 슬라이스 파 2, 후추 조금.

[사진서체 : 네이버 나눔 명조체]
1. 무 하나에서 시작된 저녁
소고기 무국이 먹고 싶다고 했던 게 생각난 건, 무 생채를 만들려고 하나 사뒀던 무가 있어서였다. 주말에 만들어 먹으려다 미루고 미루다 보니 어느덧 화요일이 됐다. 브런치 글 하나를 완성한 후, 남편 퇴근까지 1시간 넘게 남은 걸 보고 무국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실 무국은 ‘만든다.’라고 할 정도의 요리는 아니다. 라면을 끓일 수 있다면 누구나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무를 깍둑 썰어 국물 속에서도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소고기 양지살 대신 냉동실에 있던 우삼겹 400g을 사용했다. 마늘은 얼린 통마늘뿐이라 편 썰어 10개 정도 넣고, 마늘 가루도 티스푼으로 하나 넣었다. 무국이 팔팔 끓는 동안 무생채를 만들고, 밥을 데웠다.
우리 집은 일주일 먹을 밥을 미리 해두고 스테인리스 도시락통에 소분해 김치냉장고 칸에 넣어둔다. 그래서 햇반처럼 언제든지 꺼내 데워 먹을 수 있다. 그리고 건강을 위해 플라스틱 용기에 뜨거운 음식을 담지 않고,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땐 반드시 유리나 도자기 용기를 쓴다.
2. 집밥이라는 사랑의 방식
집밥을 주로 해 먹는 이유는 건강 때문이다. 요즘은 배달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가 대부분 중국산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어떤 기구로 조리되는지도 알 수 없기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최근 읽은 책에서 "요리를 해 먹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이라는 구절을 봤다. 사람들이 돈을 버느라 바빠 끼니를 대충 때우거나,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모르는 음식들을 먹는다. 그러다 결국 시간과 건강으로 교환한 돈을 병원비로 쓰게 된단다.
그래서 식재료, 조리 과정, 보관 용기에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 3달 넘게 식재료를 관리하면서 유기농 양배추를 산지 직송으로 사고, 식용유 대신 모든 요리를 유기농 기버터로 한다. 과자 대신 고기를 잔뜩 먹였더니 남편의 몸무게는 10kg 가까이 줄었고, 두 달 넘게 유지 중이다.
사실 남편은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따로 신경 쓸 시간이 없다. 그저 집밥을 든든히 먹고, 과자나 음료를 스스로 줄였을 뿐이다. 그랬더니 오히려 풍족하게 채워둔 과자 상자에는 손을 거의 대지 않는다. 부족한 것이 더 큰 집착을 부르는 법이니까. 마치 “돈도 없는 사람이 쓸데없는 데 써서 저축을 못한다.”는 말처럼, 음식도 그렇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덜 먹고 덜 쓰게 만든다.
나도 배달 음식은 달에 한두 번 먹을까 말까다. 집이 카페라고 생각하니 따로 커피를 사 마시는 일도 없고, 외식도 특별한 날에만(가령 결혼기념일 같은) 한다. 남편 역시 이제는 외식보다 집밥이 더 맛있고 편하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먹고 나면 소화도 잘 되고, 배도 편안해서 그런 것 같다.
남편은 어릴 때부터 장 누수 증상이 있어서 장이 매우 예민한 편이다.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설사를 할 정도라, 집밥과 영양제는 그에게 필수다. 남편 덕분에 건강 공부도 많이 하게 됐다. 역시 누군가를 위한 노력이 결국 나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나도 덕분에 더 많이 건강해졌기 때문이다.


3. 서로를 위한 안전기지
내게 가장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인 남편이 내 곁에 있는 동안 평안하길 바란다. 그래서 나는 남편이 집을 ‘안전기지(Safe Haven)’처럼 느낄 수 있도록 늘 배려하려고 한다. 남편 역시 내가 자신과 집을 안전기지로 느낄 수 있도록 아껴주고, 사랑해준다. 우리는 서로 노력하고 배려하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더 풍요롭고 행복해져 간다. 그래서 매일 감사하고, 매일 기쁘다. 아침이면 조심스럽게 남편을 깨우러 갈 때 뒤에서 안아주며 말한다.
“힘들지. 집을 위해 이렇게 노력해줘서 고마워. 네가 있어서 내 인생이 행복하고 풍요로워.”
남편이 빙긋 웃으면, 그 따뜻한 웃음이 내 마음속까지 들어온다. 어릴 적, 매일 아침 어머니가 나를 욕설과 고함으로 깨우던 기억이 있다. 그 경험은 긴 시간 내게 고통이었기에 지금은 그 기억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남편의 하루는 따뜻하고 평화롭게 시작되기를. 내가 싫었고 고통스러웠던 경험들은 그게 어떤 것이든 남편에게 주고 싶지 않다.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매일 배워간다. 오늘의 소고기 무국도 그런 마음으로 만든 음식이었다. 남편이 행복하게 먹어주는 그 표정 하나에 내 마음도 가득해 진다. 별거 없는 식탁 위 음식이지만 원하는 맛과 마음을 가득 담은 그릇으로 오늘도 사랑을 전했다.
잘 먹어줘서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