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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스티커가 좋은 어른 아이>



  해외 배송으로 나비 스티커들을 샀다. 만원 무료배송이라 나비들을 가득 담았다. 배송은 약 7일 정도 걸렸고, 받아보니 정말 많아서 부자 된 느낌이다. 나비는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곤충이다. 고운 날개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고와지는 기분이 들어서다.

  나비를 보면 나도 언젠가 아름다운 날개를 펴고 나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상태가 애벌레인지, 나비 상태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이러든 저러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참 평안하다. 예전엔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 말할 만큼 멋진 날개를 가진 나비가 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오늘의 나는 그게 복일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잘 된다고 해서 영원히 잘될 수도 없고, 보잘것없어 보인다고 해서 인생 자체가 보잘것없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마다 가치관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잘 된다는 관점도 다르고, 부에 대한 개념도 다르니까 결국 판단은 자기 몫이다. 그러니 오늘이 내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인식하고 살아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비 스티커들을 보면서 저마다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스티커 함을 가득 채웠다. 어릴 때부터 스티커를 참 좋아했는데, 아이 몇 명을 낳아도 시원찮을 나이가 됐어도 여전히 스티커가 좋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느끼는 거지만 영원히 어른이 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외관으로는 나이가 들지만 속 사람은 영원히 어린아이인 사람들이 참 많은 느낌이다. 그 안에 나도 포함된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기 위해 행복을 가득 담은 커피를 만든다. 아침 인사도 빼놓지 않고, 간 밤에 꿈은 어땠는지, 몸은 어떤지 인사하면서 아침을 맞이한다. 매일매일 비슷한 것 같지만, 매일 다른 일상을 맞이하는 남편의 이야기들 덕분에 내 삶도 다채로워진다. 흰 종이에 아름다운 스티커들을 가득 붙이는 것처럼 내 이야기와 남편의 이야기들이 합쳐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의에서 법륜스님이 시청자에게 답변한 말이 삶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생각난다.

"그냥 살면 되지. 다람쥐가 뭐 생각하고 사나? 다람쥐처럼 그냥 살면 돼."

  그 말을 떠올릴 때마다 삶이라는 것이 살면 살아진다는 말이 더욱 실감 난다. 살다 보면 삶에 찾아왔던 불행도 행운도 제 역할대로 삶을 다채롭게 해 줄 거라는 생각으로 오늘을 산다. 고운 스티커를 공책에 가득 붙이면서, 오늘은 스티커 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오늘의 행복을 누린다.

  산다. 산다. 살아간다. 나와 함께. 하나님과 함께. 그리고 남편과 함께.

[사진 서체 : 네이버 나눔 명조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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