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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생신을 준비하면서>

2023년 6월 어머니 생신이 지난 후 2024년 3월까지 돈을 모았다. 1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매달 조금씩 모아 드디어 금은방에 갔다. 한 달 반 전에 갔다가 모은 돈이 부족해서 돈을 더 모아서 온다고 하고 물건을 예약 하고 왔다. 그런데  그 사이 168,000원이 더 올랐다고 했다. 이것도 현금으로 했을 때라고 하니 실제로는 20만 원 이상 올랐다는 걸 알게 됐다. 그냥 적당히 용돈으로 드릴까 하다 매달 용돈을 쪼개 모은 것이 아까워서 구입하기로 했다.

하필 내가 갔을 때 최대치로 금 가격이 오른 상황이었다. 그래서 매장에서 한참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구입하고 나왔다. 구입하고 나오면서 이번 달 또 힘들겠네..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래도 좋아하실 걸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18K 팔찌로 3.5 돈이라고 했다. 무게 덕분에 착용했을 때 다른 제품들보다 가장 안정감이 있고, 편안한 느낌을 줬다. 어머님은 액세서리를 24시간 착용하고 계시기 때문에(반지, 팔찌, 목걸이 모두) 편안함이 중요하다. 이 제품은 두툼해서 끊어질 염려가 없어 좋았다. 내가 가진 팔찌들은 얇아서 끊어지는 일이 잦아 as를 보내곤 했다. 이것도 정말 귀찮은 일이다.

작년 생신 때 천연 토르말린 반지와 기타 선물들을 드렸었다. 그리고 올해는 간편하게 하기로 했음에도 매년 하던 습관이 남아 또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돈을 매달 모아 용돈과 좋은 선물을 드리기로 했다. 해년마다 대표 선물 한 개와 20-30개  물품들을 1년 동안 모아 한꺼 번에 드리곤 했다(물론 남편이 본가에 갈 때마다 선물도 따로 드렸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선물을 할 때마다 항상 과하게 했다. 그래서 지금은 선물을 해야 할 분을 토오루 님 부모님만 하기로 하고, 나머지 관계들은 모두 정리했다. 타인들을 위해 1년 내내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과했고, 내게 많은 부담을 줬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가끔은 안 받고 안 주는 게 나은 관계들도 있다. 선물을 구입하고 나오면서 6월이 될 때까지 선물을 더 추가할 것인지 고민했다. 그리고 이번엔 본 선물에 들어간 돈이 많아 나머지는 덜어냈다. 사실 마음을 먹어도 쉽지 않았다. 본가에 갈 때 보내드리면 되니까 라며 선물들을 줄였다.


내 어머니가 살아계셨어도 참 잘해드렸을 텐데. 어머님 선물을 준비할 때면 항상 만 3살 무렵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립다. 살아계셨으면 50대 후반이셨을 텐데. 내 어머니는 나를 19살에 낳으셨다. 그래서 살아계셨어도 엄청 젊고 아름다운 분이셨을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얼굴도, 마음도 정말 고운 분이었다고 들었다.

어머니 생신 선물을 생신 전날까지 준비했고, 토오루(남편)님에게 전달을 부탁했다. 하필 나는 당일 새벽부터 매우 아파서 배웅도 제대로 못했다. 케이크를 사놓고 냉장고에 뒀는데 소고기는 챙겨 보내놓고 케이크를 잊어버렸다. 그래서 남편이 오후에 와서 다시 가져갔다. 선물을 가기 전날 모두 포장해 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이 시댁에 간 당일에 나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아팠기 때문이다.

나중에 어머니께서 기쁜 마음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보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보면서 왠지 모르게 얼마 전 봤던 고부열전의 시어머니 영상 편지 같아서 한참 웃었다. 어머니의 손가락과 팔에 매년 보내드렸던 물품들이 모두 착용되어 있었다. 잘 사용해 주셔서 감사했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쁜 마음들을 보내주셔서 내 개인 기록들에 저장해 뒀다.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봐야겠다. 예전엔 생신을 챙기실 분들이 많아 1년 내내 많은 분들의 생신을 걱정하고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게 생각난다. 많은 것들에 책임을 느끼던 그때의 나를 오늘의 내가 돌아볼 때면 왜 그렇게까지 했나 싶다. 아마, 인정과 사랑을 얻고 싶어서였겠지. 하지만 결국 내가 원했던 인정과 사랑은 얻지 못했다. 모든 것이 내 욕심이었다는 것과 뭐든 과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걸 알았다(내게도 타인에게도 부담을 주니까.). 그리고 어느 순간 어떤 사람들에겐 내가 그들에게 하는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이 되는 걸 봤다. 배려와 사랑이 권리가 되는 순간을 볼 때면 너무 속상하고 아프고 화가 났다.

어머니 생신 선물을 준비하면서 12년 동안 최신형 핸드폰을 써보지 못한 남편의 구형 핸드폰을 우연히 봤다. 갑자기 화가 나서 모아뒀던 적금 통장 하나를 깨서 남편 핸드폰을 사줬다. 타인들에겐 그렇게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면서 내 옆의 소중한 사람의 눈은 보지 못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요 며칠 남편이 새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하는 걸 보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남편 어머니께서도 행복해하시는 걸 보니 좋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올해처럼 과하진 말자고 다짐했다. 남편과 데이트 비용과 가까운 곳에 여행 갈 비용까지 아끼면서 어머니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과연 어머니께 좋은 일일까 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일단은 내게 좋은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내가 아끼고, 힘들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한에서 하는 것이 내게도 타인에게도 복이 되는 일이니까.

내가 직업을 가지지 못해서 대학원에 다니면서 진 학자금 대출을 남편이 대신 갚고 있다. 게다가 남편의 학자금 대출, 월세, 십일조, 기타 등등을 낸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무리해서 사주신다고 했던 가전들을(시댁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우리 돈으로 어쩔 수 없이 구입한 데다 시댁에 사드린 가전들과 기타 공과금까지 모두 내고 나면 손에 남는 것이 거의 없다. 여행도 가지 않고, 카페는 천 원-2천 원 하는 곳만 가고(무료 쿠폰을 받아 쓰는 경우가 더 많다.), 식비에 들이는 비용도 아끼는데 아직 모을 수 있는 돈이 거의 없다는 게 아쉽다. 매달 통장 상황을 볼 때마다 직업이 없는 것이 속상할 때가 많다. 뭔가 부업을 해야 하나 싶은데 남편은 그런 생각이 들 때 공부를 하라며 나를 다독인다. 그래서 노산을 걱정하면서도 아이를 낳지 못하고 있다. 결혼식을 하지 않겠다는 것도, 신혼여행도 필요 없다고 한 것도 모두 내 선택이었다. 남편은 일단 간단하게 예식을 치르고 가까운 데라도 신혼여행을 가자고 하는데 그때마다 나는 빈 통장을 보여준다. 빚내서 뭔가 하고 싶지 않다. 빚은 나와 남편의 학자금 대출 만으로 충분하다.

매년 돌아오는 명절과 어버이날, 생신들을 챙기는 것도 사실 부담된다. 우리 사정에서 뭘 할 수 있겠나 싶어서다. 남편 직장이 좋은데도, 들어갈 데가 많으니 아낄 수밖에... ㅠ ㅠ.. 오랫동안 공부한 게 가끔 한탄스럽고, 스스로를 잘 되게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타인들에게 몰빵 하느라 스스로를 망친 나를 또 탓하게 된다. 또 한편으론 이 성격에 공부라도 한 게 어딘가 싶다. 공부라도 안 했으면 얼마나 더 테이커들에게 휘둘렸겠는가 싶어서다. 다른 집 보다 챙길 곳이 이젠 정말 적고, 남편 기본급이 괜찮으니까. 내가 사치만 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며 오늘을 산다.

생신 선물을 준비하고, 명절을 준비하고, 누군가의 경사들을 챙기면서 타인보다 나와 남편을 가장 먼저 챙겨야 한다는 걸 내게 주지시킨다. 과거에 했던 잘못들을 이젠 반복하고 싶지 않으니까. 더 이상 가깝고, 먼 미래에 타인들 때문에 아무것도 갖지 못하고,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진정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오늘의 나를 바꾼다. 타인들이 무엇을 원하든 그건 타인의 문제고, 내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으로 경계를 긋는다. 그럼에도 2 유형을 가진 내가 경계를 긋고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성격과 성향을 바꾸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러니 오늘도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해야겠다.

나를 이끄시는 분도, 지키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니. 당신께 모두 맡긴다며 오늘의 나를 하나님께 맡긴다. 예수님 사랑해요. 고맙습니다. 집이 생겼고(월세지만), 공부할 수 있는 마음과 여유가 있고, 사랑하는 남편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어머니께서 무척 좋아하시는 걸 보니 오히려 아끼고 모은 것이 만족감을 줬다. 하나님, 제게 많은 것들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년 생신을 일 년 내내 준비했었다. 그걸 10년 넘게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좋은 게 보이면 장바구니에 담는다. 선물 주는 것도 습관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들이다. 사실 내 친 어머니였으면 훨씬 더 많이 드렸겠지.라는 생각이 들면 일찍 돌아가신 어머님이 참 보고 싶다. 일 년 내내 준비한 선물들을 생신 때 전달할 때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1년 고생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참 오랫동안 선물을 준비하면서 어머니의 취향과 마음을 많이 알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어머니의 삶을 참 많이 알게 됐다. 행복해 보이는 누구에게나 말 못 할 사정이 있다는 걸 살아가면서 참 많이 느끼고 알게 된다.

건강하세요. 남편 낳아주셔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항상 행복하시길 기도할게요. 선물 기록들을 살펴볼 때(대부분 비공개) 스스로 놀랄 때가 많다. 이렇게까지 많이 준비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싶기도 하고, 드렸을 때 어땠지?라는 생각에 한참 감상에 잠긴다.

선물을 드릴 수 있고, 행복하게 해 줄 상대가 있을 때 선물은 참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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