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선물>
토오루(남편)님이 어린이날 선물을 준다기에 잠옷을 사달라고 했다. 마침 울랄라에서 할인전을 했고, 내게 없는 디자인으로 잠옷 3장(원피스)을 7만 원 초반 가격에 구입했다. 고맙고 행복했다.
울랄라 잠옷은 대부분 면 100%를 사용해 예쁘고, 시원하고, 편하다. 예쁜 잠옷을 입고 집에서 생활하면 기분이 매우 좋아서 뭘 해도 재미있다. 예전엔 나를 위해 뭘 사도 죄책감을 느꼈고, 마음이 어려웠다.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나를 위해 뭔가를 사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도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알았다.
그래서 과거엔 항상 내 걸 사려면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꼭 사야 했다. 그래야 죄책감이 덜어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를 위해 사고, 나를 위해 만들고,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해도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행복하다. 과거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했을 때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과거의 나를 생각하면 오늘의 나를 만나게 해 줬다는 생각에 안쓰럽고, 미안하고, 고맙다. 과거의 극단적인 내가 아니었다면 오늘의 내가 되기까지 참 어려웠을 거다. 많은 면에서 과거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다.
<오늘의 선택을 하기까지>
나는 항상 선택을 할 때 과거의 나를 생각한다. 그때 나는 이런 감정을 느끼고, 생각했겠구나. 그런 생각들을 하면 오늘의 내가 선택을 하고, 하루를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얻는다. 나는 오늘을 살아가면서 나만을 위한 선택들을 하려고 노력한다.
어릴 때 충분히 누려보지 못한 남의 날이었던 어린이날을 성인이 돼서 남편 덕분에 챙겨본다. 덕분에 어릴 때 느끼고 싶었던 즐거움을 이제야 누린다. 토오루 님 고마워요~! 남편의 어머니께서도 어린이날이라고 10만 원을 용돈으로 보내주셨다. 감사합니다~~!! 물론 나도 어버이날을 맞아 용돈과 선물들을 보내드렸다. 그 선물들에는 당연히 잠옷(2장)이 포함되어 있다. 어머니의 평소 잠 습관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장 적절한 크기와 디자인을 골라 보냈다. 토오루 님의 전언에 따르면 밖에서 입으면 안 되냐고 물으셨단다. 그 정도로 마음에 드셨다고 하니 정말 행복했다. 보낸 김에 화 언니 잠옷과 리본핀, 선물들을 보냈다. 내가 누리는 어린이날을 그녀도 즐겁게 느꼈으면 해서다. 물론 그녀는 이제 진짜 어린이가 있는 엄마가 돼서 상황이 달라졌겠지만.
토오루 님도 어린이날 선물 하나 고르시어요~ 호호. 내가 사드립지요~. 했지만 나는 사주지 못했다. 토오루 님이 도통 필요한 게 없으시단다. 오빠는 많은 부분에서 필요와 욕구에 느린 편이다. 그래서 나는 오빠를 관찰하면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부족한 게 무엇인지 잘 살피려고 노력한다. 연애할 때 엄청 추운 날에 홑겹 옷을 입고 나와 아무리 물어도 춥지 않다고 했던 그였다. 더운 날에도 가을 옷을 입고 있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덥지 않다고 하는 그를 10년 넘게 봤다. 춥고, 덥고, 배고프고, 몸이 아프고.. 기타 등등 필요와 욕구 문제에서 남편은 이상하리만큼 느리다. 그걸 그의 가족을 만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됐다. 어쨌든 이번엔 용돈도 필요 없고, 가지고 싶은 것도 없다는 그의 말에 나도 대충 넘겨버렸지만, 그가 필요한 게 있고 먹고 싶은 게 있다면 꼭 사주고 해 주는 편이다. 먹고 싶다는 음식은 꼭! 해주려고 노력한다.
<에니어그램을 공부하면서>
요즘 에니어그램 공부를 하면서 나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 테스트를 해 보니 2 유형이라는 걸 알게 됐고, 2 유형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으로 왜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했다. 그리고 성장, 발전을 하려면 4 유형과 합일을 이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4 유형은 내면에 시간을 많이 쏟는 유형으로 개인주의자, 보헤미안, 예술가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내면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자기 성찰, 자기 인식이 강한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4 유형은 타인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2 유형의 부족함을 메워준다. 2 유형이 역방향으로 갔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공부하니 그동안 내가 보였던 반응과 아주 비슷하거나 같았다. 그리고 치유되면서 보였던 반응도 4 유형과 같았다. 에니어 그램 공부할수록 정말 재밌고, 도움이 많이 된다. 그러고 보니 신기할 만큼 4 유형도 내 주변에 꽤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어쩌면 나는 4 유형의 좋은 점들을 매우 배우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나를 공부하면서 남편에 대해서도 공부 중이다. 그의 에니어그램 테스트도 마쳤다. 나와 남편 두 사람을 놓고 공부하니 능률이 더 많이 오른다. 오늘 나는 내면의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면서 산다. 4 유형이 특화되어 있고, 2 유형에는 현저히 결여되어 있는 내면의 소리, 자기 인식, 내면을 바라보는 것들을 매일 해 본다. 그런 일환에서 내 마음이 바뀌기 전에(잠옷이 많아 그만 사야 한다고 탓하는 목소리를 듣기 전에) 언른 잠옷 3장을 골랐다. 그리고 어린이날이니까라며 잠옷을 기다렸다.
잠옷이 왔고, 잠옷들을 세탁해 바람이 가장 잘 드는 곳에 널었다. 천천히 바람에 마르는 잠옷을 보면서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 나를 위해 무엇이든 선물하는 삶은 타인 만을 위해 선물하고 노력하던 삶처럼 재미있고, 행복하고, 달큼하다.
나를 살뜰히 보살펴 가려고 한다. 이 세상에 나를 나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오늘의 기록을 마친다. 어린이날은 참 좋은 날이다. 어른이 돼서야 선물을 받고 있지만, 어쨌든 어릴 때 누려보고 싶었던 것들을 조금이나마 천천히 누려 본다. 고마워요. 하나님. 고마워요. 토오루.
가끔 퇴행도 괜찮다. 퇴행을 통해 그 부분이 채워지면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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