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양가감정에 대하여>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양가감정 : 두 가지의 상호 대립되거나 상호 모순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 흔히 두 가지의 반대되는 가치, 목표, 동기 등이 공존할 때 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정서적 양가는 조현증(정신분열증)의 일반적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사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떤 사람이 무척 좋은데, 무척 싫기도 한 감정을 마주할 때 당황스럽다. 당황스러운 감정을 마주할 때 그 감정들을 한참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나는 왜 그 사람이 좋을까. 나는 왜 그 사람이 싫을까. 왜 한 사람에 대해 극단적인 감정이 생겨나는 걸까. 이 감정은 내 문제일까. 상대의 문제일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마음속에서 뒤엉킨다. 마음이 복잡해지면 현실까지 꼬이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양가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를 탓하게 된다.
분명 그 두 가지 감정을 일으킨 상황과 말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상황 속에 일어났던 일과 나눴던 말들은 모두 현실이다. 색이 비슷한 감정이 아니라 양극에 닿아있는 상황과 감정에 마음이 복잡하다. 지난밤에도 나는 양가감정 때문에 괴로운 마음을 마주했다.
한참 고민하고 또 고민하던 나는 내게 말했다. ‘괜찮아. 그 감정도 괜찮아.’라고 나를 다독였다. 정말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줘도 바꾸지 않을 거라고 말할 만큼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시간과 상황들이 쌓인 후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그 사람이 매우 싫다.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을 어떻게 한순간에 싫어하게 된 걸까. 어쩌면 나는 오랫동안 그 사람을 싫어했던 건 아닐까. 죄책감이 들었다.
너무 사랑하는 친구였고, 나를 많이 아껴주던 사람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만큼 우리의 감정은 나눠질 수 없을 만큼 회색빛으로 융합되어 갔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는 형태로 존재하던 우정은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진 유리그릇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네가 잘 되라고 그러는 거야. 내가 이렇게 해야 네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분명 나를 위한 말들과 행동이었다. 그런데 왜 그 말들이 내 가슴을 찌르게 된 걸까.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찔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오랫동안 나를 우정이라는 거울 반대편으로 숨겼다. 덕분에 우리의 우정은 최소한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럼에도 그 우정은 살짝 부는 바람에도 툭 하고 흔들려 조각이 났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좋아하고, 싫어하고 미워한다. 이 감정을 제대로 직면했을 때 당황스럽고 아팠다. 내게 많은 것을 주고, 사랑을 줬던 사람을 미워하고 있다는 걸 마주하는 건 쉽지 않았다. 내가 만들어놓은 우정, 상대를 배신하는 것 같은 감정에 죄책감을 느꼈다. 그리고 유쾌하지 않은 어두운 감정들이 매일 나를 휘감았다.
왜 나는 양가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아주 단순한 이유였다. 어릴 때 마주하고 생활했던 사람들과의 감정들이 항상 극단적이었기 때문이다. 한참 잘해주고, 달달 했다가 갑자기 뺨을 후려치고 소리를 지르는 식이었다. 덕분에 나는 자라면서 삶에 들인 사람들도 어릴 때의 사람들과 닮은 사람들을 선택해 삶에 들였다. 이 사실도 심리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됐다.
인간은 어릴 때 자라왔던 환경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사람과 상황을 선택한다고 한다. 문제인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어린 시절의 기본 값을 똑같이 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갑자기 불안과 두려움을 주는 상황과 사람이 없어지면 너무 불안해진다.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어떻게든 그 상황을 만들어낼 사람을 찾아내서 공간을 불안으로 불안을 채운다. 이것이 문제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은 오직 인생이 나락에 떨어졌을 때뿐이다. 이런 기본값을 가지고도 돈을 잘 벌고,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며, 인간관계에 문제를 전혀 느끼지 못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내면의 진짜 나는 조금씩 장기들을 부식시켜 간다. 멈추라고, 그만두라고 몸의 기능을 천천히 꺼서 결국 멈추게 만든다.
나는 불안과 두려움을 주는 상황과 관계들이 기본값(디폴트)으로 설정된 덕분에 무엇이 잘못된지도 모르고 인간관계라는 것을 형성했다. 덕분에 항상 비슷한 성격과 성향의 사람들과 상황과 이야기를 쌓았다. 그래서 오랫동안 중간 지대와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행복하게 웃거나, 눈과 귀를 닫고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리고 내겐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의 벽이 보통의 사람들보다 훨씬 웃자라 흉측하게 자라났다.
인내심의 허들의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나는 불쾌한 감정과 상황을 주는 사람을 견딜 수 있는 이상한 슈퍼파워를 갖게 됐다. 그것이 건강하지 않고, 나와 상대를 모두 망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내가 정말 원했던 시험에 실패하고, 꿈을 잃고서였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상황이 벌어지자 나는 변할 수밖에 없었고, 변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 상대를 위한다고 생각하며 참고 견디던 시간들이 오히려 나와 상대를 망쳤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기엔 지나온 시간들이 너무 길었고, 많았고, 나를 놓은 시간에 대한 수치심이 깊고 어두웠다. 수치심과 불안,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았다. 돌이킬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은 나를 계속 잠들게 했다. 그래서 나는 자고 또 잤고, 일어나면 욕조에 몸을 담갔다. 그런 시간을 꽤 오랫동안 보냈다. 그때의 시간을 지금 떠올리면 안도의 숨이 쉬어진다.
이제 어른이 되고 과거들을 돌아보며 양가감정을 드디어 정리한다. 두 가지 감정 모두 내 감정이고, 상대가 보여준 두 가지 감정을 만들어낸 말과 행동 역시 상대의 모습이다. 상대의 모습을 굳이 꾸며내고, 좋은 것으로 포장할 필요 없다. 내 감정도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상대의 모습도 원래 그렇겠거니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어른이 드디어 되어간다. 이제는 상대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상대에게도 바뀌게 될 시간이 오면, 혹은 오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몫이니 온전히 상대에게 돌려주고 내어준다. 그리고 나는 내 갈 길을 걸어간다. 내 삶이 드디어 소중하게 됐으니까. 이제는 온전히 내 삶을 살고 싶다. 힘이 남으면 그를 위해 기도해 줄 수 있는 넉넉함도 생겼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많이 알게 된 것은 어른은 죽는 순간까지 만들어져 가는 것이라는 거다. 단순히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사람은 어른이 되지 않는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들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마주한다. 3살짜리 아이 같이 행동하고 말하는 돈이 많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마주할 때 어른이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 역시 그 사람의 몫이고, 그 사람 문제다.
이제는 중간지대의 고구마같이 부드럽고, 텁텁해서 재미없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단짠 단짠한 음식보다 몸과 마음에 건강을 주는 영양소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뭐, 사실 친구가 이제는 없어도 상관없다.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생활에 문제가 전혀 없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다만, 사람을 매우 좋아하는 내게 좋은 관계와 아름다운 관계를 선물하고 싶을 뿐이다.
여전히 극단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마음이 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좋지만 싫고, 미울 때 나는 상대와 나를 바라본다. 상대가 걸어가야 할 길,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같을 필요는 없으니까. 좋은 감정도 싫은 감정도 그대로 두기로 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감정들을 가질 수 있는 것이 건강한 거라는 걸 배워간다. 이젠 양가감정을 주는 사람과 함께 길을 걷고 싶지 않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주는 것도 당연하지만, 상대 역시 내게 최소한 나쁜 사람으로 느껴지는 관계는 만들고 싶지 않다. 나의 감정과 몸을 이제는 내가 지키고 소중히 대하며 살아갈 거다.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 다 끝난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너무 많이 쌓이면 결국 감정뿐 아니라 몸까지 아프게 된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이제는 지난날처럼 아픈 밤들을 내게 주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기본값(디폴트)을 바꿨다. 바꾸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게 지난 몇 년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과 상황에 나를 두지 않는 것. 그게 가족이든, 친구든, 인간관계든 이제는 허락하지 않을 거다. 나도 행복하게 살고 싶으니까. 그래도 되니까. 내 인생은 당신을 위해 우연히 세상에 던져진 대용품이 아니다. 그러니 각자 잘 살아가자. 각자 최선을 다해 잘 살아주는 것이 서로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최소한 피해는 주지 않을 테니 말이다. 나는 이제 용기를 가지고 살 거다. 내 삶은 내가 바꾼다. 내 삶은 내가 산다. 내 삶은 내 것이다. 그러니 내가 원하는 사람과 관계를 내게 선물할 거다.
#나를지키자
#건강하게살자
#기본값바꾸기
#건강한삶찾기
#각자길을걷자
#나는나만책임지면된다
#용기있게살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양가감정에 대하여
2023. 11. 16. 08:03
반응형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