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게시글은 <앤, 아직도 나는 네가 필요해> 책을 썸머 작가님으로부터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앤, 아직도 나는 네가 필요해>를 읽고 기록
2024. 12. 4. 수. PM 3:00. - 2024. 12. 6. 금. PM 2:37. 완독. / <앤, 아직도 나는 네가 필요해> 읽기 시작 / 썸머 지음 / 좋은생각
읽고 기록.
'세상에는 사람의 수만큼 각기 다른 슬픔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세상엔 다양한 아픔이 있고, 그 아픔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꽃을 피워낸다. 그리고 아픔을 가진 사람들 중엔 꽃이 피다가 져버리는 사람들이 있고(져버린 꽃에서 악취가 나기도 한다.), 오히려 더 활짝 펴서 꽃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행복과 즐거움을 선물하는 사람도 있다. 후자의 사람이 되는 건 사실 굉장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걸 날이 갈수록 깨닫는다. 인간에겐 누구나 아픔과 슬픔이 있지만, 그 아픔과 슬픔을 통해 성장하고 풍성한 꽃을 피워내는 건 굉장히 어렵고, 고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깊은 곳에 묻고, 현실적으로 심리적으로 평생 도피하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반드시 꽃을 피워내고, 세상에 둘도 없는 하나뿐인 아름다운 꽃이 되어 모습과 향기로 세상을 아름답게 밝히고 물들인다. 그렇게 환하고 아름답고 풍성한 꽃을 피워내고야 만 사람이 바로 썸머다.
자신의 아픔으로 꽃을 피워내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 저자인 썸머를 처음 알게 된 건 우연히 듣게 된 유튜브 채널 덕분이다. 당시(약 3년 전) 나는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감정적 늪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그때 할 수 있는 건 불을 꺼둔 방에서 오디오 성경을 듣거나, 유튜브 채널들을(심리 관련한) 아무거나 재생하는 일이었다. 마음이 답답한 느낌이 극단적인 우울한 상태로 이어져 결국 정신건강의학과까지 찾아갔다. 아주 위험한 상태였다. 그 당시 나는 우울증과 관련된 심리 관련 영상을 무작위로 재생하면서 귀로 듣는 일을 주로 했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어려울 만큼 완벽히 마음이 무너진 상태였다. 모든 것들로부터 멀어진 건 둘째 치고라도 스스로부터 멀어진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나를 용서하지 못했다는 걸 그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그때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안성맞춤으로 내게 '썸머의 사이다 힐링' 채널을 가져왔다. 그래서 그날부터 언제 만들어졌을지 모를 영상들을 하나씩 듣고, 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많은 양이었다. 나중엔 저자의 강의들까지 모두 봤으니, 내가 그녀의 영상과 책을 탐독한 건 엄청난 시간과 힘이 들어갔다고 단언할 수 있다. 사실 나를 위한 일이었으니, 이렇게까지 자랑할 건 아니지만, 그때 나는 하나하나 듣고, 생각하고, 기록하면서 작은 성취를 쌓아갈 때였으니(들은 것 공책에 적고 동그라미 치기) 스스로 그날들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썸머님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게 된 후 비슷한 영상을 제작하신 분들과 전문가들의 영상을 추가로 듣고, 책을 찾아봤다. 그때부터 나는 방의 불을 켜고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성공지향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되지 않은 나를 견딜 수 없었고, 용서할 수 없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사실 가장 문제는 나 자신이었다는 걸 알지 못했던 때였다. 그렇게 나의 잘못과 나와 관련된 사람들의 잘못을 찾아가면서 천천히 내면을 치료해 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녀의 영상과 강의, 책들을 읽었다. 지금도 그녀의 책들은 가장 중요한 책들로 우리 집 거실에 꽂혀있다. 그리고 그녀가 추천한 책들까지.
처음 내게 경계선이라는 단어를 알려준 사람, HSP, 코디 펜던트, 공의 존자, 나르시시스트, 가스라이팅이라는 개념을 알려준 사람. 그래서 오늘의 나를 만든 일등 공신이 서머님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러니 나는 그녀도 모르는 심리적인 빚을 그녀에게 진 셈이다. 그래서 이번 책도 참 오랫동안 묵상하듯 읽었다. 그동안 맺어 왔던 관계들 속에서 내가 정신적으로 학대받고 있었을지도(있었다는)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법학 공부를 했듯이 순차적으로 내 인생과 우리 집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나까지 3대의 인생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런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에 인생을 통틀어 가장 깊이 묵상한 사람이 썸머님이었고, 썸머님의 인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번 여행과 빨강머리앤을 담은 그녀의 에세이 집이 궁금했다. 후에 모르게 구입해서 조용히 볼 생각도 했는데, 아주 감사하게 작가님께서 나를 기억해 주시고 보내 주셨다. 정말 여전히 따뜻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앤을 사랑했던 이유는 그 어떤 인생의 역경과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상상력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꿋꿋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147쪽.' 썸머님이 왜 앤을 이렇게까지 사랑할까.라는 생각을 했던 때가 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은 나처럼 숨겨진(숨겨진 게 맞을까?) 독자들을 위해 나와야 할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여행을 좋아하고, 빨강머리 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초심자에게도 아주 행복한 여정을 마음으로 걷게 해 줄 책이다.
썸머님의 글들을 보면서 왜 빨강머리 앤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됐다. 사실 나는 썸머님과 비슷한 연배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 빨강머리 앤 만화 영화를 접했었다. 그런데 빨강머리 앤의 외모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끝까지 본 기억이 없다. 오히려 썸머님과 반대로 마법 소녀가 나오는 만화 영화만 골라봤다. 내가 보내야 했던 유년 시절에서는 동화 같고, 환상적이고, 현실을 도피하게 해줄 만한 요소들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나는 고아원에서 5살까지 자라다가 나를 원치 않았던 양부모님(아버지 형제분들)에게 입양됐고, 심지어 입양된 곳의 아이들보다 외모가 좋지 않아, 얼굴만 허옇고 주근깨가 가득하고, 금방이라도 부러질 만큼 마른 아이였다. 그러니 내 외모를 아주 충실하게 반영해 주는 앤이 마음에 들 리 없었다. 그때 나는 친인척 사람들이 내 외모가 별로라고 한 만큼(실제로 말할 수 있지만, 내 외모는 괜찮은 편이다.), 스스로의 외모가 매우 싫었던 아이였다. 그러니 예쁘고 아름답고, 환상이 가득한 세계로 떠나는 마법 소녀 물만 골라 봤다. 그리고 어른이 돼서는 얼굴 가득 피어있는 주근깨를 피부과에서 레이저로 지워냈다.
썸머님의 이번 책을 읽으면서 빨강머리 앤의 줄거리와 마지막 화까지 완벽히 완독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앤이 곱고 멋진 데다, 앤을 담은 소설이 이렇게나 아름다운 책이었던가. 내 기억 속 빨강머리 앤은 주근깨 가득하고, 깡마른 데다,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일 뿐이었다(어린 시절 나와 완벽히 외모가 거의 일치한다. 나는 머리색까지 갈색이었고, 자기주장이 강해 얻어맞는 일이 허다했다.). 그런데도 앤은 나와 달리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아이였다. 그러니 화가 나서 앤을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썸머님의 눈을 통해 바라본 빨강머리 앤은 진실하고, 현실적이며, 스스로를 지키고 사랑하는 멋진 아이였다. 그리고 앤을 사랑하는 썸머님 역시 그러했다. 썸머님의 어린 시절을 앤의 눈을 통해 다시 바라봤다. 썸머님은 책의 제목을 "앤, 아직도 나는 네가 필요해.'라고 지었지만, 사실 썸머님은 앤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독립적이고 멋진 분이다. 어쩌면 이 제목은 나와 비슷한 심리적 결핍을 가진 분들에게 친구를 소개해 주는 마음으로 지은 것은 아닐까라는 즐거운 생각을 해 봤다. 그리고 안나의 일기에서 안나의 심리, 정신적 친구인 일기장 속 키티 (Kitty)처럼, 앤은 썸머님에게 과거에도 심리적, 정신적 친구였고, 지금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마음으로 예쁜 친구를 소개받았다고 생각하니 참 즐겁고 행복한 마음이 든다.
썸머님의 인생을 이번 책을 통해 다시 들여다보면서 생각한 건, 타인에게 모진 말을 들어도 평생 가슴에 못이 박힌 듯이 먹먹한데, 낳아준 어머니로부터 '머리 검은 짐승 등'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던 딸은 어떠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먹먹했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고 책을 썼을 때는 분명 자신을 위해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다 스스로의 결핍이 천천히 치유되고, 그 과정들이 비슷한 심리적 결핍과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공감과 치유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와중에 나도 치유의 시작과 마무리를 할 수 있었으니까 참 고마운 분이다.
이번 책 속에서 등장한 사진들과 앤의 소설 배경이 되었던 곳들을 사진을 통해 바라보면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에 갔다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참, 아름다운 곳이구나. 행복이 묻어 있는 곳이구나. 한참 동안 마음이 따뜻했다. 그녀는 자신의 상처와 슬픔을 꽃으로 피워냈고, 그 과정과 여정을 앤의 이야기에 가득 담아냈다. 그러니 이 책은 그녀가 피워낸 꽃의 향기가 가득 담겨있다. 이번 책에서 썸머님이 내면 아이를 만나는 과정을 열심히 봤고, 나 역시 나의 내면 아이를 다시 만났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까지 2주 가까이 걸렸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그녀가 피워냈고, 앞으로 내가 피워낼 꽃을 그렸다. 그래서 책 덕분에 참 아름답고 귀한 시간을 보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현재와 미래에 살고 있고, 그렇게 살 수 있도록 자신의 인생을 내어준 사람. 썸머.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책을 덮었다. 언젠가 썸머님이 앤을 찾아 먼 나라까지 간 것처럼, 나도 용기를 가지고 내가 만든 성에서 나와 진짜 세상에 살고 있는 그녀를 언젠가 꼭 만나러 가야겠다. 그녀는 소설 속 주인공이 아니고, 현재를 살아가는 진짜 인물이니까 말이다.
책을 보내주신 저자 썸머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 내면 아이를 더욱 깊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앤을 다시 만나게 됐어요. 참 아름답고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맙게 생각해요. 앞으로의 당신의 삶이 아름다운 꽃과 향기가 가득하길.
<"하느님은 하늘에 계시고 이 세상 모든 것은 평안하도다."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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