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만들어 먹기
토오루(남편)님은 평일에는 야식을 먹지 않는데, 주말이 되면 새벽에 배가 고프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주말에 주로 야식을 먹는다. 야식 메뉴는 토오루 님이 먹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묻고 메뉴를 선택한다. 이번(지난) 주말 새벽에는 알리오 올리오가 먹고 싶다고 해서 알리오올리오 스파게타를 만들었다. 사실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는 파스타 중 가장 만들기 쉬운 메뉴다. 다행히 그 메뉴를 토오루 님이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알리오 올리오에 넣을 새우와 오징어를 미리 구매했었고, 파스타에 가득 넣었다.
우리 집 파스타는 대부분 긴 면보다 샐러드용 파스타 면을 사용한다. 토오루(남편)님이 긴 파스타 면보다 샐러드용 파스타 면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유를 물어봤는데 먹을 때 편하단다. 샐러드용 파스타 면은 할인을 자주 하기 때문에 대용량을 천 원대에 할인할 때 미리 구매한다. 그래서 나가서 사 먹는 것보다 더 맛있고, 양도 많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서 식비를 엄청 아낄 수 있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가득 넣어도 한번 만들 때 재료비가 4천 원을 넘기지 않는다. 무엇보다 직접 해서 선물하는 요리는 아끼는 마음과 사랑을 전달할 수 있다. 오징어 한 마리를 다 넣으면 식감도 좋고 맛도 좋다.
맛있게 먹는 토오루 님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먹을 때마다 진짜 맛있다는 말을 계속해 주는데 그걸 듣고 있으면 정말 요리할 맛 난다. 먹고 있는 내내 하기 때문에 최소 열 번은 듣게 되는데 요리하는 사람에겐 최고의 선물이 된다.
맛있게 먹기
미리 만들어놓은 피클과 자색 양배추 샐러드,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는 최상의 조합이다. 그리고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다 만든 후 접시에 담고 그 위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가득 넣는다. 파스타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좋은 올리브유를 먹일 수 있어 아주 좋은 요리다. 사실 너무 쉬워서 요리랄 건 없다. 예쁜 접시를 가득 꺼내서 쓰더라도 설거지는 식기 세척기가 해 주니까. 나는 요리만 하면 된다. 그래서 요리하는 일이 정말 재밌다.
매일 뭔가 함께 만들어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나누고, 행복을 서로에게 전달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의 삶이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산다. 우리 둘 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무리하게 학자금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월세와 학자금 대출, 십일조, 기타 등등의 돈을 내고 나면 사실 남는 돈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남들처럼 엄청 부유하지 않고, 식재료를 살 때마다 50프로 이상할인하는 제품을 찾아다닌다.
그래도 맛있고, 행복한 요리를 해 먹일 생각을 하면 정말 즐겁고 행복하다. 대학원에 다닐 때는 매일 라면 위주의 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오늘의 나는 그 누구와도 삶을 비교하지 않고, 이전에 느끼던 두려움 속에서 살지 않는다. 대학원에 다닐 때는 매일 밤 두려움 속에서 생활했었다. 월세, 책값, 동영상 강의, 생활비, 시험료, 학자금 대출 원금과 이자, 끊임없이 내게 뭔가 받아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들과 기타 등등의 책임으로 매일 밤 걱정하느라 잠을 자지 못했었다.
이어진 생각
수면제도 먹고, 멜라토닌도 먹었지만 잠들지 못해 고통스러운 밤을 보냈다. 다행스럽게 그 밤에 나는 오디오 성경과 간증, 설교 말씀을 많이 들었다. 그때는 너무 간절해서 하나님 말씀 속에서 뭔가 해결책을 찾고 싶었기 때문에 정말 간절히 들었다. 그래서 잠들지 못하는 밤에 오히려 믿음을 쌓을 수 있었다. 그래도 안타까운 건 아무리 듣고, 생각하고, 기도해도 그 두려움들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거다. 어쩌면 두려움의 크기와 깊이가 더 컸었는데 그걸 줄여주는 역할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땐 정말 잠을 못 자고 걱정하느라 몸도 아프고, 마음도 매일 깨져 갔었다. 그 두려움과 스스로 만들어낸 생각과 걱정들이 학업에 많은 영향을 줬다. 그래서 아쉬움이 정말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뭔가를 해 봤다는 느낌은 있어서 나름 만족한다.
다시 알리오 올리오로 돌아와서 매일 저녁 토오루 님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 식탁에 올리는 음식은 아주 간단하고 대단할 것도 없지만 함께 먹는 사람, 나누는 대화들이 고맙고 행복하다. 오늘 밤에도 토오루 님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해 본다. 퇴근하고 나면 뭐가 먹고 싶은지 물어봐야지. 우리는 10년 동안 함께 공부하면서 아침, 점심, 저녁을 함께 먹었기 때문에 서로의 취향을 가장 잘 안다. 그리고 서로의 약한 점도 가장 많이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살고부터 더 많이 행복해졌다. 최근에 토오루 님이 먹고 싶어 하는 메뉴도 몇 개 더 생겼는데 그럴 때는 나의 요리 선생님인 유튜브 영상을 가득 보면 된다. 하하하.
오늘의 기록을 오늘, 미래의 나를 위해 남긴다. 기록을 통해 과거를 되돌아보고, 오늘을 살고, 내일을 기대한다. 이제 나도 늦은 점심 <?>을 먹어야겠다. 주방에 새로운 선반을 만들어 정리하느라 아침과 점심을 걸렀다.. ㅠ 이제 먹고, 저녁에 토오루 님과 또 먹어야지. 오늘이 참 감사하고 고맙다. 고맙습니다. 하나님. 고맙습니다. 토오루 님.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보잘것없지만 내 인생은 이제 잘 될 거니까 걱정하지 않는다. 어차피 걱정해 봐야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지난 10년이 철저히 알게 해 줬기 때문에 나는 걱정을 버렸다. 그래서 어쩌면 오히려 오늘의 내가 더 좋아졌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나는 더 이상 타인의 행복과 불행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나는 나를 행복하게 해 주고 책임지면 일단은 최선을 다하는 거니까. 나를 책임지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 매일 노력하며 산다.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를 제일 먼저 챙기고 내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내가 되게 되겠지. 일단 군만두를 맛있게 먹자.
#행복이여기에
#네가있어행복해
#고맙습니다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