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2024. 1. 16. 화. PM 5:50.
<선반 설치하기>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제 창고와 주방에 선반을 설치했다. 일 년 동안 생각만 하다 드디어 실천에 옮겼다. 선반이 사실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었다. 온라인 홈플러스에서 선반 50% 할인전을 자주 하고, 그때 사면 4단 선반을 3만 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받고 보니 5단 선단을 살걸 그랬나 싶지만.. 5단 선반은 50% 할인을 해도 4단 선반과 가격 차이가 두 배다. 왜 한단 차이가 2배나 난다는 말인가. 싶지만.. 생산자 입장에서 뭔가 있겠지.라고 생각만 하다 4단 선반을 구매했다. 4단 선반 두 개를 6만 원에 구매했고, 홈플러스 무료배송으로 오전에 받았다. 그동안 선반이 없어도 생활에 불편이 없어서 선반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다 1년이 지나갔다.
오랫동안 생각을 했기 때문에 선반 설치 장소와 정리할 물건들이 모두 머릿속에 있었다. 덕분에 설치도, 정리도 빠르게 끝났다. 설치하고 나니 설치하는 게 훨씬 나은데?라는 생각이 들어 설치를 미뤘던 게 오히려 아쉬웠다.
주방이 그리 넓은 편이 아니라서 선반 옆에 재활용 통 4개와 쓰레기 통을 뒀다. 나는 나름 재활용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 오히려 선반 옆에 통들이 있어서 편리했다. 1주일에 한 번씩 큰 봉지에 묶어 내놓기 때문에 냄새가 나지 않게 하려면 재활용 통 안에 넣는 것들을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 보통 재활용기(플라스틱)들도 씻어서 넣거나, 식기세척기에 돌려서 버린다. 비닐봉지들도 모두 씻어서 버리고, 치약도 전부 가위로 잘라서 내부를 깨끗이 씻어 버린다. 덕분에 재활용 통을 일주일에 한 번 묶어 버려도 냄새가 나지 않고, 곰팡이도 피지 않는다. 한 번은 종이류를 묶어 들고나가다가 종이를 가져가시는 분과 마주한 적이 있다. 그때 그분은 내 종이를 바로 가져가시면서 어디서 이렇게 좋은 종이들을 모아서 가져왔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 열심히 모아서 가져왔다고 했다. 내가 종이류를 내놓는 날은 그 아주머니와 자주 마주해서 정말 신기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보니, 재활용 정리에 이상한 강박증이 생겼다. 깨끗하게 제대로 정리할수록 나도 모르게 자존감 <?>이 올라간다. 뭔가 내가 멋진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달까. 물론, 토오루 말고는 아무도 모르지만.. 토오루 님(남편)은 자주 너무 심하게 재활용 정리를 한다며 혀를 내 두르곤 한다. 아무도 이렇게 안 한다고 말이다. 나처럼 하면 지구가 '너~~~~~무 깨끗해지겠다'며 한참 같이 웃는다. 아무튼 습관이 무섭다고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편해졌다. 아.. 강박증이 생겼나 보다. 좋은 습관, 좋은 강박증은 참 여러모로 좋은 부분이 있다.
아무튼 오랫동안 나의 숙원사업이던 선반 설치를 마쳤더니, 주방이 정리됐다. 물건들이 훨씬 잘 보여서 물건을 가지러 창고까지 갈 일이 없어졌다. 한번 물건을 구매하면 정말 오래 사용하는 편이라 큰 물건들은 잘 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우리 집에는 기본 10년이 넘은 물건들이 꽤 많이 있다.). 사진에 보이는 전자레인지는 12년은 된 것 같은데 (더 넘었을 수도 있다.) 아직도 정말 잘 된다. 삼성 만세~
<냉장고 두대>
주방에 냉장고가 두대라 조금 불편하다. 구형 냉장고는 이사 올 때 냉장고가 없는 내게 집주인(회장님)이 선물해 주셨다. 원룸에서 내 키보다 작은 소형 중고 냉장고를 사용했는데 집주인(회장님)님이 주시겠다고 해서 두고 왔다. 집주인(회장님)님이 주신 냉장고를 잘 사용하고 있는데, 토오루 님 어머니께서 신형 냉장고를 사주겠다고 하시는 바람에 토오루 님 절반, 나 절반(통장 깨짐 ㅠ) 해서 샀다.
토오루 님 어머니는 토오루 누님의 결혼으로 혼수 준비를 해 주시면서 가전과 가구들을 모두 사주셨는데, 우리에게도 뭔가 주고 싶으셔서 냉장고를 사주겠다고 하셨다. 남매 모두에게 비슷진 않아도 뭔가 해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참 아름다운 마음이다. 다만, 언니의 풀세팅 가전과 가구 구매로 토오루 부모님의 경제 사정을 알게 돼서 구매해 주시겠다는 가전과 가구를 전부 거절했다. 하필 사주겠다고 하실 때 한참 언론에서 자식들 때문에 실버세대들의 주머니 사정을 다루는 내용들이 많았다. 자식들의 무리한 결혼 문화와 혼수 때문에 부모님들이 가난의 절벽에 서게 됐다고 말이다. 그걸 보고 참 많은 공감을 했다. 부모님들도 최소한 100세까지는 살아야 하는 시대에 이제 60대이신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빚잔치로 전부 해주고 나면 그들도 살아가는 길이 막막해진다. 하필.. 그런 내용을 어쩌다 많이 보게 됐다. 백수는 참.. 시간이 많아 뉴스 볼 시간도 많다. 참.. 집주인(회장님)이 주신 냉장고도 오래됐지만, 사실 토오루 님 부모님 냉장고도 너무 오래돼서.. 냉장고 이야기가 나온 김에 아이패드를 사려고 모아두던 통장을 털어서 토오루 님 어머니 냉장고를 사드렸다. 다행히 아직도 내가 사려고 기다리는 아이패드가 안 나왔다. 우하하하.
아쉬워하고, 속상해하시는 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냉장고, 식기세척기, 세탁기 등등을 모두 할부로 샀다. 사주려는 마음도, 거절하는 마음도 서로를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음들이라 가전과 가구들을 볼 때마다 고맙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들어오는 돈은 항상 같은데 무리하게 가전과 가구를 샀기 때문에 매달 할부 잔치 중이어서 아쉽고, 고마운 마음은 이걸 전부 무리해서라도 사주고 싶어 하던 토오루 부모님의 아름다운 마음을 알아서다. 사실 눈 딱 감고 다 사달라고 하면 나도 편하겠지만, 내가 그렇게 이기적이지 못하다. 오랫동안 혼자 공부를 하면서 사람이 생활하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돈이 어느 정돈지 알게 돼서 경제관념이 어쩔 수 없이 확실히 생겼다.
그래도 침대는 정말 비싼 제품이라 절반이라도 주고 싶다고 하셔서 서로 매달 서로 할부 잔치 중이다. 나도, 토오루도 양가에 손을 벌릴 형편이 되지 않아서 결혼식도 한~참 뒤로 미루고(나는 할 생각이 없다. 돈도 없고, 결혼식에 와 줄 구 가족도 없으니까.) 가구도 원룸에서 사용하던 걸 그대로 다 가져왔는데... 토오루 부모님의 아름다운 마음 덕분에 최신 가전들이 집에 많이 들어왔다. 뭐 사용해 보니 좋은 가전을 사서 오랫동안 사용하는 게 정말 좋다는 걸 알게 돼서 감사하다. 매달 아껴 쓰고, 할부금을 잘 내면 되니까... 내다보니 생각한 건데 10년 동안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에 시달려서 그런지 나는 돈 빌리는 것도, 빌려주는 것도 정말 싫다. 물론 한국장학재단 덕분에 대학원에 다녀서 고마운 마음도 있다.
아무튼 구형 냉장고와 신형 냉장고 두대가 작은 주방에 있다 보니 주방이 좀 좁아졌다. 구형 냉장고를 집주인님(회장님)께 가져다 달라고 할 수 없는 이유가 이걸 가져가려면 사다리차를 10만 원 주고 빌려야 하고, 좋은 마음으로 빌려주신 건데 미안해서 그냥 쓰기로 했다. 구형 냉장고 덕분에 약들과 많은 양념들을 신선하게 전부 보관할 수 있게 됐다. 구형 냉장고 안에 모든 요리 양념들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어떤 요리든 할 수 있다. 요리를 집에서 해 먹다 보니 요리에 필요한 양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됐다. 간장, 식초, 식용유부터 시작해서 30여 종 정도 기본양념재료가 구비되어 있다. 하나씩 모아서 넣었는데 어느새 전문 요리사가 된 것 같다. 해 보니 생각보다 내가 요리를 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튜브 요리사들 만세~
<나를 위해>
선반 설치도 유튜브를 영상을 찾아봤다. 역시 유튜브엔 없는 게 없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설치해서 실패 없이 한 번에 성공했다. 뒤로 뒤집어서 순차적으로 조립하니 뚝딱 만들어졌다. 정리하고 싶었던 물건들을 모두 정리하고 차 한잔 하면서 주방을 둘러봤다. 아. 이제 요리 좀 하는 집 같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이곳에서 하루의 시작과 끝이 있으니까 너무 만족스럽다. 남들처럼 으리으리한 집도 아니고, 그리 넓지도 않고, 내 집도 아니지만(월세) 나는 내 인생 중 가장 좋은 집, 편안한 집에 살고 있다. 언젠가 나도 내 집을 마련해서 살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진한 커피 한잔을 했다. 돈은 없지만 내가 원하는 집을 매일 눈팅한다. 사실 매달 내야 하는 가전과 가구 값 기타 등등 덕분에 신혼여행 갈 돈도 없다. 언젠가 우리도 신혼여행도 가고, 좋은 집도 사고, 결혼식도 하고, 애도 낳고.. 할 수 있겠지. 순차적으로 천천히 해 나가야겠다. 이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고, 사실 나만 없는 형편인 건 아니니까. 모두 자기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살고 있으니. 나도 그렇게 살면 된다. 다행히 크게 원하는 것도 없고, 갖고 싶은 것도 없다. 한국 장학재단과 원룸 월세에 오랫동안 시달려서 그런지 나는 엄청나게 멋진 가방과 액세서리류 보다 매달 살아가는데 필요한 돈이 부족하지 않은 게 정말 감사하고 좋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내 필요와 욕구를 먼저 살피고, 최대한 나를 보살피면서 하나씩 해 나가려고 한다. 그런 일환으로 편리한 선반을 집에 두 개 들였다. 주방도 창고도 예쁘게 정리돼서 참 마음에 든다. 물론 볼 사람은 나와 토오루뿐이지만, 내가 보니까. 내가 아니까. 나를 위해 선반을 샀고, 설치했다.
#4단선반
#선반설치하기
#나와잘살아가기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