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아 잠들기 어려운 새벽>
<감사한 마음을 기록으로 남기기>


<은발의 테리우스, 나의 스승님께>
아주 오랜만에(거의 3년 만에) 존경하는 교수님과 통화를 나눴다. 스승의 날을 맞아 조그마한 선물을 보내드렸더니, 고맙다며 직접 연락을 주셨다. 교수님은 늘 그렇듯, 작은 정성에도 따뜻한 마음을 담아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신다. 그 한마디 한마디가 늘 나를 감동하게 만든다.
교수님과 통화를 하면서, 여전히 이 늦은 나이에도 나를 믿어주시고 좋은 일자리를 추천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심지어 장차 기관의 ‘소장’ 자리에 적임자로 점찍어두셨다니... 그 말씀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올해는 꼭 마무리하지 못했던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럼에도 과연 내가 교수님이 말씀하신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정말 하나님의 은혜다. 감사한 마음에, 마음이 부끄럽다.
교수님은 내가 주머니가 비어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던 대학원생 시절, 법대 주관식 답안을 제대로 쓰는 법을 가르쳐주셨고, 밥도 사주시고, 책도 선물해 주셨다. 교수님께서도 대학원 시절에 어려움이 많아 정말 어렵게 공부를 마치셨다고 말씀하시며 늘 응원해주셨다. 교수님은 교수생활 내내 남들이 알지 못하는 많은 선행을 믿음으로 실천하시며, 어려움을 겪던 많은 분들을 남모르게 도우셨다. 겉으로 드러난 일도 많지만,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조용히 베푸신 일들이 훨씬 더 많다. 나 역시 교수님 덕분에 대학원 과정을 순탄하게 지나올 수 있었던 사람이다. 아마 나처럼 도움을 받은 제자들만 해도 한 트럭은 넘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정년퇴임하신 후, 무료 법률상담 기관을 설립하시고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시는 일을 하고 계신다. 100%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그곳은 많은 이들의 손길이 모여,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아름다운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나와 남편도 아주 적은 돈이지만, 매달 1만 원씩 기도와 함께 후원하고 있다. 너무 부끄럽지만, 우리의 기도로 정성을 더하고 있다.
살면서 별별 사람을 다 만났다. 이상한 사람, 미운 사람, 아픈 기억을 남긴 사람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내게 천사 같은 분들도 보내주셨다. 교수님은 천사분들 중 한 분이다. 교수님과의 오랜만의 통화였지만,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반갑고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 은발의 테리우스 같은 교수님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여전히 곳곳에서 활동 중이셔서, 교수님의 모습을 기사와 영상에서 몰래 찾아보곤 했다. 정말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걸 보여주시는 분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내 삶이 엉망이라며, 너무 지쳤다며 투정만 부렸는데... 돌이켜보면 내 인생엔 참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교수님과 통화 후 잔뜩 흥분했는지 잠이 들지 않아 옥상에 올라갔다. 노랗고 크게 떠오른 달을 바라보며, 내 삶에 보내주신 분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떠올렸다. 남편, 교수님, 서울 목사님, 그리고 다양한 모습으로 내게 스승이 되어주셨던 분들. 지나고 보니 나를 아프게 했던 사람들조차 결국엔 ‘삶의 스승’이 되어줬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은 조금 더 넉넉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 나도, 주신 사랑과 은혜를 기억하며 언젠가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늘 평안하시길 기도할게요.
[사진 서체 : 네이버 나눔 명조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