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평일에 혼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내겐 외로움이라는 친구가 항상 붙어 다닌다. 친구를 만들고 싶어도 친구가 생기면 흘러가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어느 순간 친구 삶에 내 모든 초점이 맞춰진다. 그래서 나는 나와 친구를 하며 살아간다. 일단 내가 지금 이뤄야 할 것이 있으니 혼자 충분히 시간을 보내면서 내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다.
외로움과 친숙하게 지내다 보면 무료할 때가 많다. 누군가의 말도 듣고 싶고, 쓸쓸하기도 하고. 그럴 때 유튜브에 들어가서 자주 듣는 채널 중 하나가 남인숙 작가님의 어른 성장 학교다. 그녀의 말을 듣다 보면 참 깨닫는 것이 많다. 과거도 재정리할 수 있고, 현재의 삶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남인숙 작가님의 책이 이북에 있어서 바로 보기 시작했다.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라니. MBTI 자격증을 따고, 유튜브에서 수많은 MBTI 영상을 보고, 전문 기관에서 MBTI 검사도 받았다. 그런데 여전히 나는 내가 내향인지 외향인지 모르겠다. 일주일 동안 만나는 사람이 남편 한 명임에도 전혀 외롭지 않게 잘 살아가는 걸 보면 내향인 것 같기도 하고. 밖에 나가면 만나는 사람들마다 내가 외향이라고 말하는 걸 보면 극외향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에너지가 많단다.
태어나서 자라온 때의 내 모습에 대한 간증을 들어보면 극단적 외향인 듯한데, 오늘의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너무 지쳐서 혼자 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럴 때면 내향인 것 같기도 하다. 한 전문가는 어릴 때 타고난 것이 진짜 성향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전문가는 자라면서 만들어진 게 진짜라고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전문가는 최근 3년 내의 모습에서 보이는 성향이 진짜 성향이라고 해서 전문가마다 외향, 내향에 대한 평가가 다르다. 무엇보다 전문 기관에서 검사한 검사지에 외향과 내향의 점수차이가 2-3점 밖에 나지 않아서 중간인 것 같은데, 또 어떤 심리 전문가는 점수가 중간에 있어도 중간인 성격은 없단다. 그래서 나는 그냥 내가 외향인지, 내향인지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던 중 남인숙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나도 외향에서 사회화됐거나, 내향인데 사회성 버튼을 눌러 생활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 덕분에 외향, 내향에서 자유로워진다. 외향이든 내향이든 일단 오늘의 나는 사람 만나는 것도 좋고, 사람을 만나면 엄청난 외향형 사람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고, 사람을 만나고 나면 기운이 쭉 빠져서 혼자 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도 확실하다. 그러니 사회화와 사회성 버튼을 알아서 켜고 끌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기로 한다.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을 읽고 있으니, 또 그녀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져서 유튜브로 날아간다. 하루 종일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만 있어도 힘들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나이대 분들을 만나도 사람들은 자기의 속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아주 어린 시절 이야기까지 꺼낸다. 한번 만나면 2-3시간 잡고 이야기하는 건 기본이 된다. 그래서 요즘 나는 사람을 자꾸 피하고 있다. 화 언니는 내가 남들보다 공감능력이 탁월하고 잘 들어줘서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했는데, 한편으로 맞는 말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사람은 누군가 자기 이야기를 맹목적으로 들어준다고 해서 자기의 속 이야기, 트라우마, 상처까지 이야기하고 울지 않기 때문이다.
타고난 건지, 신이 안타까운 내 삶에 부어준 특별한 재능인지 모르겠지만 신기할 만큼 그런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어쩌면 어릴 때부터 다양한 어른들에 둘러싸여 살다 보니 개발된 능력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내 삶의 3대 이야기와 남편의 3대 이야기를 모두 알고 있다. 시어머니와 대화를 많이 했고, 그러면서 그녀의 삶과 시아버지의 삶까지 모두 알게 됐다. 왜 지금의 성격과 성향이 된 건지도 많이 이해하게 됐다. 그런 덕분에 부부 심리 상담사 공부를 하면서 도움을 받았다. 부부심리상담사에서 교수님이 말씀하길 양쪽 3대를 모두 알아야 한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어머니, 삼촌, 고모, 작은 엄마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고 자랐다. 그들이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내게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자라서는 친구가, 주변 사람들이, 지나가다 만난 사람이, 교회 안에서, 남편의 어머니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나눴다기보다 일방적인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오늘의 나는 적당히 사람을 피하면서 산다. 듣기 싫으면 가볍게 이야기하고 돌아서면 되지만, 돌아서서 집에 왔을 때 그 미안함이 나를 공격할 때가 있다.
그리스도 교에는 도처에 있는 예수님을 모른 척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곧 죽겠다고, 눈물이 쏟아져 피를 흘리고 있는 상대가 있는데 내가 시간이 없다고, 듣기 싫다고 집에 돌아와 버리면 내가 나를 공격하고 상처 준다. 그 순간 수치심과 죄책감을 스스로가 부여한다. 그러니 내가 나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생길 때까지 적당히 사람을 피해서 살아가고 있다. 내향이든 외향이든 오늘의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이면서 살아간다. 그러면서 내가 듣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을 천천히 내게 선물하면서 산다.
그러던 하루 들에 만난 남인숙 작가님의 책이 참 귀하고 고맙다. 즐겁게 일어야지. 벌써 절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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