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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금요일에 한우와 함께 춤을>



등심, 갈비, 살치 3종 한우 1+ 세트를 대표 변호사님께서 선물로 보내 주셨다. 금요일 낮에 도착해서 남편과 금요일 밤을 불태우면서 먹으려고 기다렸다. 그런데 남편이 친구분들과 약속이 생겨서 나갔다.  

내일 먹을까 하다 신선함이 내일은 사라질 것 같아 먼저 먹기로 했다. 불타는 금요일에 불타는 소고기를 먹어야지. 라며 갈빗살을 구웠다. 그동안 나는 혼자 소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남편은 냄새에 민감해서 주말에는 냄새가 덜 나는 음식으로 부탁하기 때문에 어차피 한우를 금, 토, 일에는 먹을 수 없다. 평일에 소고기를 먹으려고 기다리면 4-5일이 훌쩍 지나가기 때문에 처음의 신선함이 사라진다. 그래서 오늘은 가장 신선할 때 내가 먼저 먹기로 했다.

자글 자글 익혀서 입에 쏙 넣었다. 불타는 금요일 밤의 즐거움이 한껏 느껴졌다. 들기름에 소금, 후추를 가득 넣고 한우를 찍어 먹으면서 남편과 남편 친구들을 생각했다.

대학 때부터 함께 피시방에 다니고 육개장을 나눠 먹던 사이였으니, 벌써 20년 지기다. 와. 참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이 드는 게, 엊그제 대학생이었던 것 같은데.라는 생각에 씁쓸함과 달콤함이 느껴졌다. 남편은 친구들이 모두 여자친구가 없어서(한 분은 있으셨던가..) 수업이 끝나면 거북이 같은 가방을 메고 함께 피시방에 가서 놀았단다. 덕분에 친구들과 추억이 참 많은 듯했다.

남편 친구분들은 신기할 만큼 전부 좋은 분들이다. 남편이 퇴근이 늦어서 먼저 저녁식사를 하시고, 근처 카페에서 기다리겠다고 하셨다. 모두 술을 안 드셔서 만나면 맛있는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한참 이야기를 하다 들어온다. 참 건전한 모임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다들 가정이 있고, 사회 활동을 하기 때문에(지역도 달라진 분들도 있으셔서) 겨우 1년에 몇 번 만나는 게 다다. 아쉽다.

친구분들이 7명 정도 됐던가. 남편과 친구분들을 보면 성격과 성향이 거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쩜 그렇게도 좋은 사람들만 쏙쏙 골라 모아 친구가 됐는지 정말 부럽고, 놀랍다. 그분들 중 한 분은 내가 내 친구도 해 달라고 할 만큼 좋은 분이다. 그분이 이번 주말에 서울에서 잠깐 내려오신 덕분에 급하게 모임이 만들어졌다. 나이들이 이제 있다 보니 만남도 대학 때처럼 쉽지 않아 참 아쉽다. 남편이 친구분들을 자주 만나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나는 사실 남편이 있는 주말도 좋지만, 혼자 주말도 잘 보낸다. 나가서 일주일 스트레스를 친구분들과 날려(?) 버리고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한다. 하하.

서울에서 내려오신 친구분께서 내 친구도 해 주신다고 하셔서(과거에) 감사합니다... 남편이 같이 가자고 했다. 굉장히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모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혼자 가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불타는 금요일을 1+ 한우와 함께 불타게 보냈다.

그동안 맛있는 건 함께 먹어야 제 맛이라고 생각해서 혼자서 소고기를 먹을 생각을 못했다. 그러다 보니 소고기를 선물 받으면 토오루 님 부모님과 나눠 먹었다. 이번엔 내가 다 먹기로 했다. 혼자서 한우를 구워 먹고 나니, 혼자 먹기에도 많지 않구나 싶어서다. 매일 조금씩 식사 때마다 구워 먹었다. 거실에서 상추도 키우고 있어서 상추 가득과 고기 가득을 먹어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며칠 후 남편과 살치살을 구워 먹었다. 먹고 나서야 남편과 내가 살치살이라는 걸 처음 먹어본다는 걸 알았다. 어찌나 고소하고, 부드럽고, 기름지고, 달콤하던지. 살치살이 이런 맛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지난번에 대표님께서 보내주셨을 때 살치살이 제일 비싸 보여서(그램 수가 다른 건 400, 500인데, 살치살만 300그램이다.) 토오루 님 어머니께 보내 드렸었다. 그렇게 몇 번 보내드리다 보니 살치살을 먹어볼 기회가 없었다. 살치살이 어디 부위인지도 몰랐다. 물론 지금도 모른다.

좋은 걸 받으면 내가 누리는 것보다 주변에 나보다 잘 누려줄 사람을 먼저 찾는 게 습관이 됐다는 걸 또 깨달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좋은 걸 보면 필요한, 필요할 사람을 먼저 떠올린다. 이번엔 필요한 사람으로 나를 먼저 떠올렸다. 장족의 발전이다. 정말.

불타는 금요일 밤 친구들을 만나러 간 남편을 생각하면서 무척 부러워하며 식사를 했다. 토오루(남편)님이 케이크 쪼가리 <?>를 먹을 때 나는 한우 1+를 먹으니까 하나도 부럽지 않지. 라며 의기양양하게 가득 먹었다. 혼자 먹는 한우는 정말 맛있었고, 금요일밤이 더욱 달콤하게 느껴졌다.

좋은 친구들을 어떻게 그렇게 쏙쏙 뽑아내듯 만날 수 있었는지. 예전에 남편은 자기가 친구를 가려 만나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런데 친구분들을 만나니 하나같이 비슷하셔서 나는 남편이 자연스럽게 가려 만나는 거 아니냐며 내 주변 사람들을 보여줬다. 나는 누군가 내게 친구요청 <?>을 하면 친구를 했었기 때문에 성격과 성향이 다 달랐다. 남편은 내 친구들을 보고 나서야 자신이 자기도 모르게 친구들을 가려 사귀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건강한 사람을 인생에 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살아가면서 더 많이 느낀다. 오늘의 나는 인생에 아무나 들이지 않기 때문에.. 이젠 정말 아무도 없지만. 나도 언젠가 남편 친구들처럼 좋은 사람을 가득 인생에 들일 거야 라며 맛있는 한우를 질겅질겅 씹었다. 내 인생은 이제 부드럽고, 기름지고, 달콤해질 거라고 주문을 걸면서 행복한 저녁을 보냈다.

한우 덕분에 남편이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잘 놀고 들어온 남편은 어찌나 건전하게 놀았던지, 카페에서 친구분들과 케이크를 먹고 통닭도 먹고 왔단다. 친구분들이 커피도 사주고, 통닭도 사줬다고. 다음엔 자기가 사야겠다고 말하는데. 그 긴 시간 동안 맥주 한 모금 안 마시고, 즐겁게 대화하는 그들이 참.. 부럽고, 부럽다.. (내가 졌다...)..

다음 날 남편과 살치살을 구워 먹었다. 남편이 어찌나 맛있다고 하는지, 기분이 매우 좋았다.

한우를 보내주신(게다가 무려 1+ 한우) 대표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대표 변호사님 덕분에 한우를 자주 먹고는 있는데.. 한우는 너무 비싸니까.. 다음에는 안 주셔도 됩니다.. ㅠ... 저는 호수산도 좋아요(쿨럭..). 오늘은 대표 변호사님께서 주말에 또 보내주신 과일 바구니가 도착했다.

대표 변호사님 덕분에, 남편 덕분에 참 호사를 누리는 삶 이로 구만. 기름진 백수생활 참 좋다. 고맙습니다. 두 분 모두. 그리고 하나님 고맙습니다.

인생에는 행, 불행이 사이클을 타며 온다. 오늘 한우를 먹었지만, 내일은 쌀 밥에 간장만 먹을 날도 올 테지. 그럼에도 이제 두렵지 않다. 이미 공부하면서 밥에 간장만 먹는 날이 허다했기 때문에 가난이 무섭지 않다. 내가 가까운 미래, 먼 미래에 돈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 된다면 정말 건강하고, 훌륭하게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매일을 보낸다. 잘 쓸 수 있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니까.

나도 대표 변호사님처럼 돈을 벌면 좋은 곳에 잘 흘려보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한우 덕분에 외롭지 않고, 행복한 금요일 밤을 잘 보냈다. 불행만 가득했다고 느꼈던 인생이 오늘 돌아보니 행복도 소소하게 가득했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매일 감사하고 행복하다.

나를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랑해 주시는 하나님을 태어나면서부터 만난 것과 나를 가장 많이 이해해 주고 사랑해 주려는 토오루(남편)를 만난 것만으로도 나는 과할 만큼 복에 복을 받은 사람이다. 인생에 한우가 없어도(있어도) 나는 어떤 순간에도 이제는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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