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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충망과 중문 설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




[사진 서체 : 네이버 나눔 명조체]

중문 너머, 선한 만남의 시간

  지난주, 내가 사는 집에 중문과 방충망이 설치됐다. 벌써 이 집에서 살아온 지 3년이 되어가는 중이라, 집의 장단점이 제법 눈에 보인다. 그동안 지내며 아쉬웠던 몇 가지 중 하나가 바로 중문과 방충망이었다. 조심스럽게 집주인님께 방충망 문 설치 가능 여부를 여쭤봤더니, 흔쾌히 해주시겠다고 하셨다. 그것도 중문과 방충망 둘 다 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정말 감사했다.

  지난 주 이 지역 최고 목수님이 오전 9시에 오셔서 점심시간을 포함해 오후 2시 반까지, 단 한 번의 쉬는 시간도 없이 완벽하게 설치를 마치고 가셨다. 나는 그 사이 시원한 음료와 커피를 준비하고, 거실에 앉아 집주인 어르신과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문가의 손길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장인의 품격’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는 깔끔한 마감이었다. 그냥 '잘했다'가 아니라, ‘완벽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결과였다.

  집주인 어르신은 요즘 8권째 시집을 준비 중이라고 하셨고, 그중 일부를 직접 낭독해주시기도 했다. 삶의 이야기도 들려주시고, 좋아하시는 음악도 함께 들려주시면서, 나를 손님이 아닌 인생 후배로 대해주셨다. 집주인 님은 지역에서 꽤 성공하신 사업가 분이고, 시어머니의 친구 분이시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시어머니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세월이 묻어나는 다양한 경험들을 나눠주셨다. 그 모든 시간이 너무 진하고 귀한 배움으로 다가왔다.

  처음엔 단순한 설치 하루였지만, 그날은 단지 집 구조가 바뀐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구조도 조금은 따뜻하게 정리된 하루였다. 인생의 한 자락을 함께 나눈 듯한 시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밀도 높은 하루였다.

  70대 중반이신 집주인 어르신은 50대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동안이시고 에너지가 넘치셨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삶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존경받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었다. 말이 아닌 삶으로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가만히 자리 잡았다.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영향을 주고받는 일은 언제나 나를 조금 더 넓게 만든다. 중문이 설치된 것보다 더 값졌던 건, 바로 그런 ‘만남의 문’이 열린 일이었다. 집주인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중문이 꽤 비싼 설치물이라는 걸 알기에, 아마 내 돈으로는 쉽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언젠가 진짜 내 집이 생긴다면, 그 집에는 이미 중문이 설치되어 있기를. 아니면, 꼭 그 최고 목수님께 다시 부탁드리고 싶다.

  중문과 방충망을 볼 때마다 그날의 따뜻함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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