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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피클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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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냄새가 나기 시작할 때 항상 피클 무가 먹고 싶다. 몇 주 고민만 하다 드디어 무를 샀다. 무 5개가 오천 원 밖에 되지 않았다. 피클 무를 담기 위해 쿠*에서 구매했더니 하루 만에 무가 배달됐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 후 피클 무를 담았다. 항상 했던 것처럼 종이컵으로 식초 3, 설탕 3, 물 4를 넣고 녹인 후 씻어 자른 무 위에 부었다.
물 4와 설탕 3을 넣고 설탕이 모두 녹으면 그 위에 식초 3을 붓고 섞는다. 그리고 무를 담은 통에 3분의 2 정도 붓는다. 무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에 완전히 채우면 안 된다.
정말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식초 무인데 정말 맛있다. 하루 정도만 지나면 바로 먹을 수 있다. 여기에 치자를 넣으면 노란 단무지로 먹을 수 있다. 여력이 된다면 올리브 잎을 넣으면 맛이 더 좋아진다. 나는 통후추가 있어서 통후추만 넣었다.
무를 먹고 싶다고 기도를 했더니 어머니께서 농사지으신 무를 보내주셨다. 기도를 해 놓고 잊어버렸는데, 무가 도착했다. 올해 무는 작년보다 더 달다고 하셨다. 기도 해 놓고 잊어버리고, 구매했는데.. 기도를 믿지 않았던 게 웃음이 났다.
갑자기 예전에 들은 설교 말씀이 생각났다. 비가 너무 오지 않아 목사님과 온 교인이 모여 매일 기도를 했단다. 그럼에도 하늘은 너무 쨍쨍했고 구름 한 조각 보이지 않았단다. 그럼에도 매일 기도를 했고, 그 모습을 본 목사님 아들이 우산을 챙겼단다. 목사님은 구름 한 점 없이 쨍쨍한 하늘을 보고 아들에게 말했다.
"비 구름 하나 없는데 우산은 왜 챙겨 나가니?"
"아빠가 기도했잖아요. 그러니까 비가 올 거니까 미리 챙기는 거예요."
그 순간 목사님은 기도를 하면서도 기도의 힘을 믿지 않았던 것을 회개했다고 한다. 그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고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 일화가 생각난 건 어젯밤 갑자기 무 부자가 되서다. 기대치 않게 무가 많이 생겨서 이걸 어쩌지 하는 순간, 무를 먹고 싶다고 기도했던 게 그제야 생각났다. 그래서 한참 웃음이 났다. 기도를 하면서도 기도의 힘을 믿지 않을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부끄러웠다.
아침에 일어나 무를 씻고, 깎은 후 잘라 통에 넣었다. 아주 간단한 작업이지만 맛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피클 무가 된다. 여러 가지 레시피들로 피클들을 만들어봤는데 이렇게 간단하게 하는 게 가장 맛있다. 이 방법은 유명한 셰프님의 영상을 보고 난 후 매년 만들어 먹고 있다. 소화도 잘 되고,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
식초는 가장 좋은 현미 막걸리 식초를 사용했다. 이 식초는 소화가 안 될 때 한 스푼만 먹어도 체한 기가 모두 사라지는 멋진 식초다. 이것도 매년 박스로 산다.
맛있는 무를 모두 담았고, 익기를 기다린다. 어젯밤에 토오루 어머니께서 직접 담으신 무 김치와 멸치 볶음을 보내주시면서 아버지와 함께 농사지은 예쁜 무도 가득 보내 주셨다. 당분간 매일 무만 먹어야겠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기도의 힘을 믿지 않아 죄송해요. 그리고 감사해요. 무를 가득 보내 주셔서요. 생각지 못한 행운 같은 선물에 기분이 좋다. 무 부자가 돼서 그런지 진짜 부자가 된 듯 기분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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