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는 전이 있어야지>
명절에는 전이 있어야지 라는 생각에 일어나자마자 전을 만들었다. 사랑하는 내 가족 남편과 보내는 명절인 만큼 명절 분위기를 한껏 내고 싶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집에 있는 재료들을 꺼내 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침 김밥을 만들기 위해 사둔 재료들이 있어서 꼬지전을 만들 수 있었다.
남편이 좋아하는 김밥은 참치와 깻잎이 들어간 김밥이기 때문에 마침 깻잎도 냉장고에 가득 있었다. 깻잎을 가득 썰어서 참치에 넣어 전을 만들었더니 향과 맛이 좋았다. 어릴 때 전을 만들었던 힘든 기억들이 오늘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덧씌워져서 행복했다.
내가 먹고 싶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먹이고 싶어서 만드는 요리는 즐거움을 줬고, 놀이가 됐다. 누군가의 강요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그런지 힘든 일도 놀이가 됐다. 먹고 싶어서 만든 요리를 먹으니 더 맛있었다. 뒷정리가 좀 힘들긴 했지만, 맛있는 식사를 남편과 함께 먹어서 신이 났다.
전 요리 덕분에 오전 내내 방 문들을 다 열어두고 환기를 해야 했다. 다음에 전 요리를 한다면 옥상에서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명절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매 해를 보내고 있다. 나보다 타인의 감정과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행동했던 과거들을 모두 내려놓고, 이제는 나의 기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산다. 나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 상태에서 하는 타인 사랑은 결코 사랑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아서다. 오늘의 나는 내가 원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 그런 선택을 할 수 있게 오늘을 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 환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내가 원하는 만큼 조금씩이라도 채워갈 수 있는 건 얼마나 큰 복인가. 게다가 세상에서 나를 가장 존귀하게 대해주는 남편과 함께 사니 나는 복에 복을 받은 여자다. 행복은 살 수 없다는 말이 뻔한 말이지만 사실 정말 행복은 살 수 없으니까. 오늘의 행복을 위해 과거들이 존재했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는 마음도 이제야 든다. 그렇다고 과거를 완전히 내려놓을 순 없겠지만.
나를 사랑하고, 사랑을 주고 싶을 만큼 줘도 아깝지 않은 사람들을 내 삶에 들여갈 생각이다. 그래서 무엇을 나눠도 희생이 아니라 사랑이 될 수 있는 환경과 마음 밭을 만들어야겠다고 매일 다짐한다.
오늘을 시작하며. 오늘 점심에는 어제 남은 전을 마저 먹고 신나게 보내야겠다.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