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싶은 것이 많아진 어느 날>

잊는다는 것이 무엇일까. 기억은 무엇일까. 우리를 살아가도록 만드는 것들은 무엇일까. 요즘 건망증이 생겼다. 무엇을 하려고 장소에 갔다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잠깐 잊어버리는 일들이 생겼다. 잊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 되어버린 걸까.라는 생각이 들어 슬픈 마음이 든다.
망각의 축복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이 고통과 슬픈 기억을 잊어야만 삶을 계속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신이 주신 축복이라고 했다. 나는 이 축복을 얼마나 누리고 있을까. 유명 강사님이 어린 시절 받았던 스트레스와 타인들의 스트레스와 아픔을 내면화하면서 치매가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든 사람을 아우를 수 있는 아름다운 내면을 가지신 그분에게 닥친 일이 내 일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저렸다. 마음이 아플 때마다 그분의 영상을 찾아 듣고 일어설 힘을 얻을 때가 많았기 때문에 그분의 소식이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잊는다는 것은 정말 축복일지 모르겠다. 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인지장애가 아니라면 고통스러운 기억을 단순히 잊어 흘려보낼 수 있는 건 엄청난 재능이라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도 잊고 싶은, 잊어야 할 기억들을 붙들고 멈춰서 있는 구간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알게 되는 게 있다. 개인인 인간을 타인이 바꿀 수 없다는 것과 신조차 개인이 신에게 부탁(기도)했을 때만 바뀔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타인을 바꾸는 것보다 개인인 나를 바꾸는 것이 훨씬 빠르고, 쉽다는 것. 모든 일들은 나를 지키고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체험으로 깨달았다.
자기 사랑이 없는 타인 사랑은 모래 위에 지은 성처럼(사상누각) 언젠가 반드시 처참하게 무너진다. 문제는 무너질 때 나도 타인도 같이 모래 아래로 참혹하게 쓰러진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구할 수 없다. 그 사실을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에 오늘의 나는 누군가를 구하고 싶다는(그럴 수도 없겠지만) 생각이 들면 과거 사건들을 떠올리며 멈춰 선다. 그리고 언제쯤 고통의 기억들과 순간들을 온전히 감사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에 빠진다. 자연스럽게 잊어진다는 건 얼마나 축복인가. 요즘은 자연스럽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자연스러움이라.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과연 자연스러운 걸까.
얼마 전 읽었던 책에서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영화를 심리분석한 내용을 봤다. 나는 처음으로 마츠코와 그 영화를 좋아했던 친구를 결부시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면서 지난주를 통째로 그 생각만 하면서 보냈다.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야 보인다는 게 아쉬우면서 신기하고 고마웠다. 마츠코 영화 내용 전체가 구원자가 되고 싶어 하는 그녀와 구원받을 수 없는 사람 만을 골라 사랑하는 마츠코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오늘이 되어서야 영화 속 그녀를 통해 나와 친구를 봤다. 이 부분은 이번 주에 다른 글을 통해 다룰 예정이다.
가볍게 잊으면서 흐르듯이 살아가고 싶다. 그럼에도 잊지 않아야 할 것들을 잊어서 비슷한 일들을 반복할까 봐 두렵다. 그래서 나는 어떤 기억들을 붙잡고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 그 덕분에 내 마음은 항상 과부하 상태다. 성격적으로도 이미 HSP 중 가장 예민한 초예민자(23개 문항 중 21-22개)에 해당하기 때문에 망각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앞으로 살아가야 하니까.
내가 어찌하지 못하는 것들 앞에서 기억한다한들 뭐가 달라질까 싶을 때 나는 기도한다. 기도할 수 있다는 것, 기도할 대상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분이 예수님이시라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가. 나는 드디어 오늘 그분께 내가 잊지 못하는 기억들과 망각을 내려놓고 예수님의 도우심을 구한다.
나로 살아가자. 나 하나만 챙겨도 충분하다고, 나는 내 인생을 이제 내 것으로 살겠다고 다짐하며 오늘의 기록을 마친다. 내가 나 하나만 제대로 구해내도 나는 한 사람 몫 이상은 하는 거니까. 나 하나를 제대로 구하면 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는 주지 않을 테니. 나는 일단 나를 먼저 구하기로 했다.

1. HSP
Highly Sensitive Person (HSP)는 환경 자극, 감정적 경험, 사회적 상황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질을 가진 사람을 뜻합니다. 이 용어는 심리학자 엘레인 아론(Elaine Aron)이 1996년 처음 사용하였으며, 이는 성격 특성 중 하나로 간주됩니다. HSP는 병리적 상태가 아니며, 인간의 자연스러운 기질로 이해됩니다.
2. HSP의 특징
HSP는 엘레인 아론의 연구를 기반으로 4가지 주요 특성을 가집니다. 이를 D.O.E.S. 모델이라고 합니다:
가. D: Depth of Processing (깊이 있는 정보 처리)
모든 정보를 표면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깊게 사고하며, 사소한 일에도 의미를 부여함. 결정을 내릴 때 여러 가능성을 고려하고 오래 고민하는 경향이 있음.
나. O: Overstimulation (과도한 자극에 취약)
소음, 밝은 빛, 복잡한 환경 등 외부 자극에 쉽게 피로감을 느낌.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거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기 쉬움.
다. E: Emotional Responsivity (감정적 반응성 및 공감능력)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며, 높은 공감 능력을 가짐. 슬픈 영화나 음악에서 강한 감정을 느끼고, 다른 사람의 고통에 깊이 공감함.
라. S: Sensitivity to Subtleties (미세한 변화 감지)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세부 사항이나 환경 변화를 잘 감지. 타인의 표정 변화나 분위기를 민감하게 파악.
3. HSP와 관련된 심리적/사회적 특성
가. 감각적 예민함
밝은 빛, 소음, 냄새, 촉각 등 감각적 자극에 민감. 대중교통, 시끄러운 파티 등에서 쉽게 피곤해질 수 있음.
나. 높은 공감 능력
타인의 감정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공감. 때로는 자신의 감정보다 타인의 감정에 몰입하기도 함.
다. 스트레스와 불안에 취약
과도한 자극이 누적되면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에너지가 고갈됨. 긴장된 환경이나 갈등 상황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음.
라. 창의성과 직관력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문제 해결 과정에서 뛰어난 직관을 보임. 예술, 문학, 음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음.
4. HSP와 일반 민감성의 차이
HSP는 단순히 "예민하다"는 것을 넘어선 기질적 특성을 나타냅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심리적 기제로 설명됩니다: HSP는 감각처리 민감성(Sensory Processing Sensitivity, SPS)이라는 신경학적 특성을 가짐. 연구에 따르면 HSP는 뇌의 감정 처리 영역(예: 편도체, 미상핵)이 더 활발히 반응.
5. HSP의 장점
가. 창의적이고 섬세한 사고:
복잡한 문제를 깊이 분석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
나. 공감 능력: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하며, 인간관계에서 신뢰를 받음.
다. 높은 직관력:
상황의 미묘한 변화나 문제를 본능적으로 파악.
6. HSP의 도전 과제
가. 자극 과부하:
과도한 자극으로 인해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쉽게 경험.
나. 비판에 민감:
비판을 지나치게 개인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
다. 감정 조절의 어려움:
타인의 감정에 깊이 몰입하여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기 어려움.
6. HSP의 진단
HSP 여부는 엘레인 아론의 HSP 설문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질문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 혼잡한 환경에서 쉽게 피로를 느끼나요?
나. 다른 사람의 기분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나요?
다. 예술이나 음악에서 깊은 감동을 받나요?
라. 갑작스러운 변화나 상황을 싫어하나요?
이 설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면 HSP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7. HSP 관리 방법
가. 자신의 특성을 인정하기:
HSP는 결코 결점이 아니며, 고유한 장점이 있는 기질임을 이해.
나. 환경 조성:
소음이나 자극이 적은 환경에서 일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습관.
다. 감정 관리:
명상, 심호흡, 요가 등으로 스트레스 해소.
라. 혼자만의 시간 가지기: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
마. 긍정적인 관계 유지:
자신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7. HSP의 사례
HSP는 예술가, 작가, 상담사, 연구자 등 섬세한 관찰과 깊은 사고가 요구되는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명한 HSP로는 알버트 아인슈타인, 빌 게이츠, 마하트마 간디 등이 거론됩니다(기질적 해석).
8. 참고문헌
가. 주요 문헌
1) Elaine Aron (1997), The Highly Sensitive Person: How to Thrive When the World Overwhelms You
HSP 개념을 처음 소개한 엘레인 아론의 저서. HSP 특성, 생활 관리 방법, 연구 결과를 포함.
출판사: Harmony Books.
2) Elaine Aron (2002), The Highly Sensitive Person in Love: Understanding and Managing Relationships When the World Overwhelms You
HSP가 연애와 관계에서 경험하는 어려움과 장점을 다룬 책.
3) Elaine Aron (2005), The Highly Sensitive Child: Helping Our Children Thrive When the World Overwhelms Them
민감성이 높은 아이를 양육하는 방법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
나. 학술 연구 및 논문
1) Aron, E. N., & Aron, A. (1997). Sensory-processing sensitivity and its relation to introversion and emotionalit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3(2), 345-368.
HSP와 감각처리 민감성(SPS)의 개념과 심리학적 기반을 탐구한 논문.
2) Lionetti, F., Aron, A., Aron, E. N., et al. (2018). Differential susceptibility to environmental influences: The role of sensory processing sensitivity. Developmental Psychology, 54(10), 1781-1797.
HSP가 환경적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과 이를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
다. 온라인 리소스
1) Elaine Aron's 공식 웹사이트: HSPerson.com
HSP 설문지, HSP와 관련된 최신 연구 및 자료 제공.
2)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APA): *Sensory Processing Sensitivity (SPS)*에 대한 자료.
APA 웹사이트
3) Psychology Today: HSP 관련 칼럼 및 연구 요약 제공.
검색 키워드: "Highly Sensitive Person"
라. 국내 자료
1) 한글 번역본: 엘레인 아론 (1997),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
출판사: 나무생각.
엘레인 아론의 저서를 한국어로 번역한 판본.
2) 국내 심리학 서적 및 칼럼:
HSP와 감각처리 민감성을 다룬 논문 검색(한국심리학회, 학술연구정보서비스 등).
3) 네이버 건강/심리 상담 칼럼:
심리학자들이 작성한 HSP 관련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