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을 먹고, 하는 이유>
남편은 매일 퇴근하면 전화를 한다. 이때 하루 일과를 묻고 점심식사로 무엇을 먹었는지 묻는다. 그리고 도착 30분 전에 저녁으로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묻는다. 남편은 매일 먹고 싶은 음식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출근 전 무엇인가 먹고 싶다고 말했어도, 퇴근길에는 항상 입맛이 변한다. 하루 일과를 어떻게 보냈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알아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면 더 편하겠지만, 굳이 묻는 이유는 남편의 선택을 존중하기 위해서다. 그날그날 기분과 몸 상태에 따라 먹고 싶은 음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최대한 남편의 입 맛을 고려해서 준비한다.
요리를 할 때면 음식으로 응원하기.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인간에게 음식은 얼마나 중요한가.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매일 스트레스를 견디며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음식을 다룬 드라마 중 고독한 미식가라는 제목의 일본 드라마가 있다. 한때 나도 깊게 빠져서 열심히 봤다. 퇴근 후 홀로 온전히 누리는 보상으로 주인공은 매일 자신에게 맛있는 음식을 선물한다.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에 가서 음식을 설명하고, 먹으면서 느낌들을 표현하는 것뿐인데 얼마나 재밌고, 입맛이 도는지. 덕분에 살이 듬뿍 올랐다.
우리나라 드라마 중에도 식샤를 합시다라는 음식 드라마가 있었다. 시즌 3까지 나올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드라마가 너무 재밌어서 시즌 3까지 모두 봤다. 드라마, 영화, 소설, 만화 등에서 음식을 내용으로 만든 것들이 참 많다. 어릴 때 봤던 요리왕 비룡 만화영화도 참 재밌게 봤는데 어쩌면 나는 이때부터 요리왕 비룡을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비룡만큼 요리를 잘하는 건 아니어도 정성스럽게 <?> 만든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
마늘. 양파. 대파. 낙지. 새우. 베트남 고추, 훈제 돼지고기. 통깨. 미역. 라면. 라면 수프를 넣어 짬뽕을 만들어 남편에게 선물했다. 그날의 피로가 모두 녹는다는 표현에 내면의 무능감이 완전히 채워진다. 어릴 때 칭찬에 굶주려서 그런지 나도 모르는 무능감들이 내 안에 가득하다. 어쩌면 그 무능감들을 채우기 위해 요리를 열심히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남편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나 자신을 위한 활동인 것이다.
남편이 원하는 음식을 목표로 요리를 하면서 남편의 선택을 존중하고, 내면의 빈 공간을 채우는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나는 요리하는 시간이 참 즐겁고 고맙다. 남편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고, 그가 내게 주는 칭찬도 고맙다.
먹고 싶은 요리를 선택하게 하는 이유는 상대의 선택을 존중하는 일을 통해 상대를 사랑하고, 상대의 자존감을 키워줄 수 있어서다. 그리고 사람은 자신이 선택한 것을 훨씬 더 맛있게 먹는다. 그러니 맛이 적당해도(적당히 맛없어도) 심리적 영향으로 최대의 맛을 선물할 수 있게 된다.
오늘 저녁엔 또 무엇을 먹게 될까. 어젯밤엔 찜닭요리를 권했는데 실패 <?>했다. 어제는 어제 만의 입맛이 있어서 다른 음식을 먹었다. 물론 그것도 참 맛있었다. 매일 무언가 하다 보니 기록으로 남길 것들이 많아 참 좋다. 이번 주엔 취미 생활 중 하나인 액세서리 만들기도 해 봐야겠다.
기록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