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앤락 살균 도마 세트 구입>
<마음에 들어서 가족 구성원들
것까지 사버린 사치쟁이 기록>








[사진 서체 : 네이버 나눔 명조체]
<도마 세트에 담긴 마음>
가끔 남편과 함께 굿윌스토어에 간다. 기부도 하고, 필요한 물건도 하나둘 골라온다. 없는 게 없고, 구경만 해도 즐거운 곳. 간식이며 밀가루, 식음료 같은 생필품들을 보면,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마음이 설렌다. 바구니에 한가득 담아도 지갑이 무겁지 않으니, 오히려 마음이 더 가벼워지고 뿌듯해진다.
엊그제도 남편과 굿윌스토어를 찾았다가 락앤락 살균 도마세트를 발견했다.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고, 오늘 아침엔 그 도마와 새 칼로 김밥을 만들었다. 칼이 얼마나 잘 들던지, 문득 예전 어머니의 무뎌진 칼이 떠올랐다. 흠집 가득한 도마들도 스쳐 지나갔다. 손에 닿는 새 도마의 단단하고 깔끔한 감촉이 유난히 기분 좋게 느껴졌다. 어머니께도 이 감촉을 전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도마와 칼을 깨끗이 씻고 열풍건조까지 마친 뒤, 만족스러운 마음이 올라왔다. 마침 며칠 뒤면 어버이날이니, 이 제품을 시어머니께 선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남편을 이끌고, 미리 모아둔 기부 물품까지 챙겨 다시 굿윌스토어를 찾았다.
기부 물품을 등록하며 직원분께 보여드리자, 다음 주 월요일에 바로 진열될 예정이라 하셨다. 직접 가져다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도 들었는데, 오히려 그 말에 내가 더 따뜻해졌다.
다행히 구입하려던 락앤락 도마세트가 아직 남아 있어서 바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원래 가격이 14만 원대인 제품인데, 3만 원도 채 안 되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행운인가. 게다가 내가 이미 사용해본 제품이라 자신 있게 고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머니 선물을 사고 나면 늘 시누이 언니가 떠오른다. 두 분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어머니께만 드리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정작 두 분은 아무렇지 않으시겠지만, 나는 늘 그런 부분에 예민해진다. 아마 어릴 적, 누군가 선물을 받는 걸 조용히 지켜보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언니 것도 함께 담았다. ‘세 개를 사도 하나 정가보다 싸잖아.’ 속으로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리고는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와, 하나씩 선물들을 정리했다. 남편이 모두 들고 갈 걸 생각하니 괜찮을지 걱정되어 물었더니, 어깨를 으쓱이며 자기가 알아서 잘 들고 가겠다고 했다.
나중에 락앤락 공식 사이트를 찾아보니, 이 도마세트는 도마와 칼, 가위를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는 구조였다. 다만 도마 3종만 따로 구입해도 2만 원이 넘는 가격이니, 오늘 이 모든 구성이 포함된 세트를 29,000원에 구입한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실속 있는 선물을 준비하고 나니, 마음이 든든하고 뿌듯하다.
무엇보다도, 오래된 어머니의 칼과 가위를 새것으로 바꿔드릴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다. 돌이켜보면, 선물이란 꼭 상대를 위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때로는 그걸 준비하는 나의 마음이 먼저 채워지는 것. 그래서일까.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았을 때, 그저 진심 어린 고마움 하나면 그것으로도 충분한 답례가 된다고 믿게 된다.
며칠 뒤 선물을 드릴 날을 떠올리며, 하나씩 포장을 준비해야겠다. 작은 쪽지에 짧은 메시지도 담아 넣고 싶다. 지금 이 순간, 참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하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