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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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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기에 걸렸다
감기에 걸린 지 6일 차 이제야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래서 글을 남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병원에 가기 위해 준비를 했다. 이번 감기는 병원에 가지 않으면 낫지 않겠구나라는 위험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병원에 갔는데 이거 왠 걸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먹기 시작하자 바로 호전됐다. 첫날에 올 걸 하며 매일 후회했다. 매일 얼마나 아팠는지 모른다. 정말 잠도 못 잘 정도로 뒹굴고, 숱하게 이불과 옷을 흠뻑 적시고, 눈물 콧물 다 뺐다. 코로나 이후 이렇게 아픈 게 오랜만이었다. 병원에 갈 준비를 하면서 머리를 곱게 말리고 예쁜 핀을 머리에 달았다. 나갈 때는 그래도 사람 같이는 하고 나가야지 라며 얼굴에 화장도 곱게 했다.
* 미용실에 다녀왔다
이번 남편 휴가 때 유일하게 했고, 잘한 일은 미용실에 간 일이다. 거의 1년 반 만에 미용실에 갔다. 10월에 가겠다고 가격까지 물어보고 약속해 놓고, 미루고 미루다 보니 23년의 끝자락이 됐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미용실에 가서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매직 스트레이트를 하고 왔다. 덕분에 정말 차분하고 예쁜 머리카락을 갖게 됐고 외출 준비가 가벼워졌다. 머리를 말리기만 해도 아름다운 머릿결이 완성된다.
내가 긴 머리를 고수하게 된 이유는 긴 머리가 관리하기 훨씬 편해서다. 아마 할머니가 돼서도 긴 머리일 것 같다. 앞 머리카락과 뒷 머리카락 자르는 일도 집에서 대충 하고, 염색도 집에서 대충 한다. 대충 해도 잘 된다. 신기할 만큼 검정 색상이 잘 어울려서 오징어 먹물 염색약을 사서 대충 발라도 미용실에 가서 한 것처럼 잘 된다. 한국인의 특성상 머리카락이 검정에 가까운 색이라 얼룩이 생겨도 아무도 모른다. 집에서 웬만한 건 다 해결하다 보니 미용실에는 1-2년에 한 번밖에 가지 않아 미용비가 적게 든다.
예전에 좀 더 편해보려고 긴 머리를 짧은 단발로 자른 적이 있다. 자른 후 다시 길 때까지 고생을 많이 했다. 머리가 짧으면 관리가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시간이 2-3배 더 걸렸다. 머리를 말리는 시간만 적게 걸릴 뿐 머리를 동그랗게 예쁘게 말고 손질하려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긴 생머리만큼 드라마틱하게 예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 이후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게 됐다. 미용실에 가기 전 2달이나 고민한 이유는 얼마 전 다이슨에서 엄청난 매직기가 나왔다는 소식을 알게 되서다. 좋은 매직기를 살 것인지, 미용실에 갈 것인지 선택하는 데 오래 걸렸다. 그러다 마침 남편이 미용실에 가야 할 때가 되기도 해서 따라갔다가 내 머리도 하고 왔다. 덕분에 용돈 주머니가 비었지만 나름 만족한다.
나이가 들수록 고운 피부와 고운 머릿결이 인상의 많은 부분을 좌우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깔끔하게 하고 다니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미용실 원장님께는 10월에 간다고 해 놓고 고민을 진하게 하다 12월 말이 되어 버렸다. 시간 정말 빨리 흘러간다. 참.. 요즘은 시간이 너무 빠르다.
원장님이 남편의 머리카락을 잘라주시는 동안 처음 뵙는 디자이너님이 내게 물으셨다. 머리를 이렇게 기는 이유가 있냐고 잘라본 적은 있냐고 여러 번 물으셨다. 대답을 할지 말지 고민하다 사진까지 보여 드리면서 알려 드렸다. 보여 드리며 설명을 덧붙였더니 정말 그렇다며 긴 머리가 오히려 편하겠다고 동의해 주셨다. 머리를 길면 평소에는 비녀 등과 같은 헤어 액세서리로 머리를 틀어 올릴 수 있다. 그러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깔끔하고 가볍게 생활할 수 있어 편안하다. 그런데 머리가 짧으면 묶기도 애매하고 틀어 올릴 수도 없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기는 이유는 남들이 어깨선을 넘기는데 오래 걸린다며 그걸 거지존이라고 부른다는데 나는 그 구간이 허리 까지라서다. 허리까지 머리를 길면 그 이상은 거의 길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게 머리를 등 중간 부분으로 자르면 엄청난 속도로 다시 허리까지 길어 버린다. 아주 오랫동안 긴 생머리를 해 와서 그런지 머리카락도 중력의 무게를 나름대로 유지하는 듯하다(이것도 내 생각이다. ). 오랫동안 매직 스트레이트를 했는데 머리카락은 유전자 그대로 부드러운 반 곱슬로 자라 나온다. 남편은 직모, 나는 부드러운 반 곱슬. 둘이 바뀌면 정말 좋을 텐데 유전자는 가끔 필요를 참 많이 벗어난다. 그래서 나는 머리를 펴고, 남편은 내 머리 느낌을 주기 위해 기계로 손질한다. 남편은 내 머리카락이 참 예쁘게 자란다는데 나는 내 머리카락이 참 마음이 안 든다. 남편은 곱게 말고, 나는 곱게 피고 있는 장면은 그래서 더 재미가 난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매직 스트레이트를 하고 예쁜 직모 상태로 굳게 하려면 72시간이 걸린단다. 그래서 미용실에서 나온 순간부터 스톱워치를 72시간 맞춰두고 70시간이 됐을 때 머리를 감았다. 이번 방문에서 원장님 말씀하길 3-4달에 한 번씩 와서 스트레이트를 해야 머리카락이 상하는 걸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해서 달력에 날짜를 표시해 뒀다. 표시해 뒀지만 가게 될지는 또 모르겠다. 고민하다 6개월이 흘러 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지난번 머리를 한 후 1년 반 만에 미용실에 온 것도 사실 나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갔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요즘 시간의 흐름이 예전과 좀 다르다.
* 진짜 자유
아침에 머리를 곱게 말리고, 핀을 꼽으면서 미용실에 참 잘 다녀왔다는 생각을 했다.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흩날리면서 외출에 나섰다. 가벼워진 머리만큼 마음도 가볍다. 오늘 아침엔 꿈속에서 드디어 무의식의 감옥에서 벗어난 꿈을 꿨기 때문에 기분이 더 좋았다. 감옥처럼 느끼던 장소와 사람들로부터 동생과 함께 도망 나왔다. 그래서 정말 마음이 이상할 정도로 가볍고 개운하다. 가볍고 예뻐진 머리카락처럼 마음이 가볍다. 마지막에 동생과 도망 나올 때 나를 붙잡고 있었던 망령 같은 사람이 소리를 지르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큰 일 났어. 이제 저거 다시는 안 올 거야.'라고. 신기한 꿈이었다. 몸도 마음도 자유로워진 오늘. 처음 보는 사람도 이상하리만큼 반갑고 예뻐 보인다.
감기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지난 5일에 비하면 오늘은 컨디션 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감기에 걸리지 않게 조심해야겠다. 겨울 감기도 정말 오랜만이었고, 이렇게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도 오랜만이었다. 더 이상 몸도, 마음도 아프고 싶지 않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니까. 나는 나를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도록 도와줄 거다. 날이 참 고운 날이다. 오늘은 마감인 서평도 쓰고, 책도 많이 읽고, 행복하게 보내야지.
#감옥에서벗어나다
#참된자유
#머리를했다
#나는내가참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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