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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볶음 요리 드디어 남편 입맛에 맞는 레시피를 완성했다.>


<당장 이 레시피를 저장해 -! 토오루 님을 위한 레시피 완성>



    어제 (불과 몇 시간 전) 금요일 밤저녁 식사는 닭 볶음이었다. 구입한지 한 달보다 더 된 닭 한 마리가 냉동실을 열 때마다 내게 "지금이야."라는 말을 외치는 것 같아서 오늘 밤에는 기어이 먹었다. 아무래도 더 지나면 버리게 될 것 같아서 시간이 더 가기 전에 몸에 저장하기로 했다. 4천 원 주고 산 1kg 닭을 드디어 소진했다.

  퇴근 후 씻고 나온 남편이 내게 "오늘 저녁은 뭐야?"라고 기대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닭 볶음."이라고 대답했고, 아주 잠깐이지만 남편의 표정에서 가득 부푼 풍선이 바람 빠지는 듯한 느낌이 읽혔다. 짐짓 모른 체하고 뒤돌아서 식탁에 음식을 올렸다.

  간단히 상을 차리고, 바로 만든 닭 볶음 탕을 식탁에 올렸다. 남편이 정말 기대 없는 표정으로 한 입 먹더니(남편은 뼈가 있는 닭 볶음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 뭐지?"

라며 바닥까지 긁어먹었다. 덕분에 기분이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다.

"어떻게 만든 거야? 유튜브 레시피로 보고 만든 거야? "

"아니, 그냥 대충 냉장고에 보이는 양념 다 넣은 거야."

"레피시를 기억해? 다음에도 이 양념으로 먹고 싶은데. 재구매 의사 100프로야. "

  라며 남편은 자기 입맛에 꼭 맞는다며 지금 바로 레시피를 저장해 달라고 했다. 지금 저장해 두지 않으면 다음에 만들면 약간 바뀐 맛이 될 것 같다고 말이다(자주 그런 일들이 있었단다. 더 맛있게 한다면서 한두 가지 양념이 더 추가돼서 맛이 변해 속상했다고.).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던 남편은 아주 오랜만에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내가 이러니 바깥 음식을 먹을 수가 있나. 집이 최고야. 역시 집이 최고야."

  쌍 따봉을 여러 번 들어 올리며 내게 최고의 칭찬을 아낌없이 해 줬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바로 레시피들을 메모장에 저장했다. 다음에도 딱 이대로 해 주면 되겠다는 레피시를 드디어 발견해서 기뻤다. 보통 맛있다고 하는 레시피들을 그대로 따라 하면 남편은 양념 맛이 너무 진하다거나, 건강에 좋지 않은 듯한 느낌이 난다고 했다. 오늘 음식은 100% 만족이라니, 꼭 저장해두고 앞으로는 이 양념으로만 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식사를 다 마친 후 의뢰인이 주셨다며 들고 온 고급 과자를 먹었다. 그리고 어제 새로 산 원두커피도 내렸다. 과자가 정말 맛있어서 먹자마자 언니와 어머니가 생각났다. 남편에게 3단에서 1단만 먹고(9개), 2단(18개)은 어머니와 언니를 위해 보내드려야겠다고 했다.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하니 그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과거를 생각하면 때때로 삶에 어려움이 잔뜩 들어와서 힘겹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오늘의 삶을 살아가면서 평안과 행복이 무엇인지 매일 알아간다. 오늘의 행복이 과거의 삶이 알려준 행복이 아닐까 싶어 과거까지 감사하게 된다. 매일 먹고, 마시고, 자고, 입고, 생활하는 모든 것들이 은혜가 가득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어쩌면 남들만큼 부유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남들만큼 보여줄 것이 없는 삶일지 모르지만 그냥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고 감사하다고 내 마음대로 느껴본다.

  사실 과거에 비하면 오늘의 나는 많은 것들을 가졌다. 화장실이 밖에 있는 데다 안전하지 않았던 작고 허름한 방에서 오늘의 집까지(비록 월세지만) 옮겨오면서 지금 삶이 얼마나 안락하고, 안전하게 느껴지는지 매일 감사하다. 무엇보다 과거에 신경 쓰던 많은 것들이 지금은 마음과 몸에서 놓아진 덕분에 평안하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 오늘의 나는 과거처럼 나를 벼랑 끝에 세우지 않고,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나의 행복과 필요를 포기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책과 운동화(신발)와 옷은 사주면서(그 외에도 할 말이 정말 많지만) 내 것을 살 돈은 부족해서 책을 주워 쓰고, 5천 원 주고 산 슬리퍼를 1년 내내 신고 다니고 (시어머니께서 신고 다니던 신발을 물려받기도 하고), 일주일 동안 똑같은 원피스 두벌을 세탁해 돌려 입으면서 내 희생과 타인 사랑에 스스로 감동하며 살았던 때도 있다. 원래 자신의 것을 타인에게 무작정 사용하면 에너지 한정의 법칙에 의해 스스로는 거지꼴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돌아보면 그게 얼마나 자기 파괴적이고, 타인까지 파괴할 수 있는 잘못된 사랑이었는지 놀라곤 한다.

  결국 사랑이라고 잘못 생각하며 행했던 희생이 이자를 동반해 한꺼번에 삶을 어려움으로 덮쳐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타인 사랑은 자기 사랑이 동반된 상태에서 해야 한다는 걸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쉽게 타인을 돕지도 않고,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함부로 돕고, 무엇인가를 주는 것도 상대에겐 고마움보다 부담으로 작용해 관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삶을 정리해 가면서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사람들과, 어떤 것들을 삶에 채워가며 살아갈지 생각한다. 그 생각만으로 마음이 가득 부풀어서 행복해진다. 비록 별거 없어 보이는 삶이지만, 오늘의 삶이 내가 가장 원하고 또 원했던 가장 첫 번째 것이었기 때문에 일단 나는 모든 면에서 가진 사람이 됐다. 그러니 오늘의 나는 초라해 보일지도 모르는 내가 참 마음에 든다. 어차피 모든 걸 가진 사람은 세상에 없으니까. 나도 어느 부분에서 가진 게 있다면 없는 게 있는 게 당연한 거니까. 세상은 대부분 불공평해 보이지만 이렇게 공평하기도 하다. 완전히 빈 밥그릇으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지 않던가. 그러니 자기 밥그릇 안에 채워진 것들을 생각하며 비교할 필요 없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남편 고마워요. 다시 한번. 뭐든 만드는 걸 좋아하도록 취미를 주신 하나님 감사해요. 남편이 행복해하면 참 행복하다.  

  
[사진 서체 : 네이버 나눔 명조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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