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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저녁들>

<너와 함께라면>



  주말 저녁 남편과 산책을 했다. 기분 전환 겸 대학교 교정을 뱅글뱅글 도는 산책이었다. 가끔 나는 남편에게 대학교 교정이 내 집 마당이라며 의기양양해한다. 왜냐하면 집 근처라서 마당이 없는 내겐 무료로 관리되고 사용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책로이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교정을 돌면 마음이 참 넉넉해진다.

  사실 남편이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학생 때처럼 가난을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남편이 다니는 법률 사무소가 곧 법무법인이 된다. 서울에도 이미 법무법인 사무실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곧 상호가 변경된다. 대표 변호사님 만세~. 남편은 대표변호사님 곁에서 성장과 발전을 많이 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하다.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몸과 마음에 습관이 돼서 나도 모르게 학생 때처럼 행동한다. 맛있고 저렴한 분식집을 발견하면 남편과 꼭 가고 싶고, 무료 쿠폰을 받으면 남편이 좋아하는 맛있는 케이크와 커피를 사주고 싶다. 그리고 좋은 것들을 보면 제일 먼저 남편에게 선물하고 싶고, 맛있는 요리법을 발견하면 가장 먼저 맛 보여주고 싶다. 남편은 가끔 우리의 생활 습관이 학생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사실 그렇기도 하고, 학생 때 진 빚(학자금 대출을 둘 다 받음)이 있기 때문에 아낄 수밖에 없기도 하다.

  함께 산책에 나섰다가 밥을 먹고 들어가자고 이야기하고 식당 앞에 섰다. 김치볶음밥 6,000 원, 오징어 볶음밥 6,000 원, 돈가스 정식 11,000 원 등 식당 들 앞에 세워진 메뉴와 메뉴 하단에 적힌 가격을 보고 여러 번 돌아섰다. 둘이 좀 먹었다 하면 2만 원은 써야 하야는데 2만 원이면 돼지고기 2kg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2kg이면 적어도 7끼에 돼지고기를 식단에 올릴 수 있다.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고 남편이 좋아하는 요리를 해 주겠다며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팜과 토스 고양이 키우기에서 수확한 무료 커피 쿠폰으로 커피를 사들고 마시면서 집에 왔다.

  함께 맛있는 커피를 한 모금씩 마시면서 집에 가서 무얼 먹을지 대화했다. 남편에게 나는 돼지고기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요리를 읊어줬다. 처음엔 카레였다가, 볶음이었다가 계속 메뉴를 이야기하며 바꾸다 간단한 간장 돼지 볶음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요즘은 카레 1 인분도 1만 원이 넘어가서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카레는 정말 간단한 요리기 때문이다. 카레를 먹는다고 하는 날이면 카레만 만들어서 김치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편하다.

  며칠 전 구입했던 신선하고 탱탱한 양파 한 알을 까서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 돼지고기와 볶았다. 원래 돼지고기 볶음은 돼지고기를 볶다가 양파를 넣어야 하는데, 남편은 부드럽게 익힌 고기를 좋아해서 처음부터 같이 넣고 볶는다. 이렇게 먹으면 거의 수육 같은 느낌이라 내겐 별로지만 남편은 좋단다.

  2만 원은 아꼈다고 이야기하며 함께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다. 남편과 함께 하는 저녁은 언제나 행복이 가득하다.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다니. 꿈속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 내게 일어났다. 그래서 나는 매일 하나님께 감사하다. 항상 삶이 비극적이지만 않다는 걸 남편을 통해 알아간다. 나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행복해져도 된다고 내 손을 꼭 잡은 남편이 내게 말해준다.

  고마운 사람, 다정한 사람, 나만의 사람, 나의 가족.

  남편이 곧 출근할 시간이다. 이제 남편이 좋아하는 아메리카노를 내리러 가련다. 오늘 파이팅. 건강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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