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결혼기념일>
혼인신고를 한 날 비가 굉장히 많이 왔었다. 그때 비가 어찌나 많이 왔던지 토오루(남편)님은 정장 바지가 다 젖었고, 나는 원피스와 구두가 다 젖었다. 이날 신었던 구두는 비에 가득 젖어 완전히 망가져서 버렸다.
혼인신고서를 쓰러 간 날 입기 위해 노란색 나비 원피스를 샀다. 비가 가득 오는 날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토오루(남편)님의 회사 근처로 갔다. 어릴 때 소풍 가는 날, 운동회 날 자주 비가 왔었는데 그때마다 교장 선생님은 축복의 비라고 하셨었고, 그 말이 생각났다. 비가 많이 오지만 비가 내리는 만큼 하늘의 축복을 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축축하게 젖은 원피스를 입고 걸어 다녀도 오히려 개운하고 행복했다.
토오루 님과 혼인신고서를 쓰러 가기 전 3달 동안 기도를 했다. 이 사람과 내가 평생 동안 함께 할 수 있을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결혼일지, 하나님께 기도로 축복과 허락을 구하고 또 구했다. 그리고 기도 응답일지도 모를 행복한 꿈을 주셨다.
7월 7일, 기억하기 좋고, 견우와 직녀가 생각나는 날이라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드는 날이었다. 이 날은 친구가 아름다운 날짜라며 추천해 준 날이다. 혼인신고를 하던 날에 입으려고 예쁜 나비가 가득한 노란 원피스를 샀다. 마침 25만 원(정가) 원피스가 이월되고 또 이월돼서 3만 원에 팔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원피스라서 이날 입기 위해 다이어트까지 했던 게 생각난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원피스를 친한 친구에게도 선물했다. 친구도 예쁘다며 잘 입고 다녔던 것 같다. 과거에 나는 마음에 들면 물건이든, 옷이든 두 개씩 사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습관이 있었다.
축복을 받고, 축복을 해 줄 가족 하나 없이 나는 부모님 대신 하나님께 기도했다. 오래전 나의 아버지는(낳아주신) 내게 결혼은 알아서 하라고 하셨기 때문에 결혼에 대해 물어볼 사람이 친구뿐이었다. 그래서 하나님께 기도했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날들 동안 참 행복했다.
행복한 날. 오늘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이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토오루(남편)님과 영화 데이트를 하고, 커피점도 가고, 맛있는 식사도 했다. 행복했다. 토오루(남편)님과 함께 사는 날들 동안 정말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고, 같이 살수록 더욱 고맙고, 행복하다.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 매일의 행복을 선물 받다니.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다.
하나님이 내게 보내주신 사람. 나는 세상에서 가장 나와 잘 맞는 사람과 매일을 산다. 포근하게 안아주고, 나를 가장 이해해 주려고 노력하고, 인정과 사랑을 가득 주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사람. 내 남편. 남편 덕분에 나는 정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산다.
처음 만남을 시작하기 전에도 나는 하나님께 기도로 허락을 구했었다. 그때 어두운 방에서 둥근달이 크게 떠올라 햇빛처럼 밝게 터져 온 세상이 밝혀지는 꿈을 꿨다. 그래서 그때부터 남편이 나를 부르는 이름이 루나(달)고, 나는 남편을 토오루(透: 비쳐 보이다, 투명하다, 투과하다, 通(또는 徹): 통하다, 뚫다, 꿰뚫다, 관철하다 등 일본이름)라고 애칭을 정했다. 토오루 이름은 그때 당시 남편이 좋아하는 소설의 남자 주인공 이름이었다. 지금도 나는 남편을 토오루라고 부르는데, 남편은 나를 룰룽이라고 부른다. 루나를 빠르고, 귀엽게 부르다 룰룽이가 됐다. 룰룽이라는 애칭도 발랄한 나와 잘 어울리는지 남편의 본가 식구님들도 가끔 그렇게 부르셨다. 아마 룰룽이라는 뜻을 룰라 랄라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성격이 워낙 룰루랄라스러워서 루나보다 룰룽이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에 어떤 친구들은 내게 랄라 씨라고 부르기도 했으니까. 혹은 돌핀(엔도르핀의 줄임말)이라고 불렀으니 룰룽이라는 이름이 루나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결혼기념일을 맞이하니, 기분이 좋다. 내게도 이렇게 소중한 날이 생기고, 소중한 사람이 있다니. 나는 참 복에 복을 받은 사람이다. 힘들 때 나를 안아주고, 따뜻한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주는 내 남편. 나는 남편에게 가장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그가 내게 와서 꽃이 되어준 것처럼. 나도 그의 꽃이 되어 아름다운 향기로 품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랑해. 고마워. 하나님 고맙습니다. 이렇게 행복한 날들이 내게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하나님은 이렇게 아름답고 귀한 날들을 예비하셨구나. 싶어서 과거의 아픔들도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든다. 과거의 기억들 덕분에 오늘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으니까. 그래서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결혼기념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