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사는 기쁨>
내가 걷는 길은 포장되지 않은 구불구불하고 돌이 많은 길이었다. 그래서 잘 포장된 도로를 걷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참 밉고, 부러웠다. 그런데 이제와 돌아보니 구불구불하고 돌이 발에 차이는 길을 걸으며 배운 것이 훨씬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핑계 댈 거리도 많고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걷는 길도 누군가에겐 잘 포장된 도로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토오루(남편)님과 함께 주말을 보내면서 구슬프게 '개똥벌레' 노래를 불렀더니 한달음에 달려와 안아준다. 참 개똥벌레 노래 참 구슬프다(나는 개똥벌레~ 친구가 없네.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 걸.. 이런 가사다.). 그러면서 어쩌면 평행우주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평행우주가 있다면 다른 우주에 있는 나라는 존재는 변호사도 되고, 잘 나가고, 부자에, 부모님도 다 계시고, 형제자매 간 우애도 좋고, 멋지고 신나는 하루들을 보내는 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봤다.
<당신이 있어서>
그러다 나를 안고 있는 남편을 돌아봤다. 사람이 모든 것을 다 가질 순 없다고, 그 평행우주에 있는 나라는 존재는 토오루(남편)가 없을 거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면서 여기 있는 내가 오히려 좋아졌다. 같은 길을 걸어야만 당신(토오루)을 만날 수 있다면 그래 나는 이 길을 다시 선택할 것 같다. 과거를 생각하면 부유하지 않았고, 자꾸 실패했기 때문에 연인을 떠나보내야 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결혼식 할 돈도 없고, 부유하지 않아 공부를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던 내가 오히려 좋아진다. 결혼을 미루고 미루다 토오루(남편)님을 드디어 만났기 때문이다. 연인을 떠나보낼 때마다 나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기 때문에 그분들께도 감사한다(그렇다고 많지 않다. 전부 결혼을 전제로 사귀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 떠나 주신 것에도 감사한다. 덕분에 오늘의 토오루(남편)님을 만났으니까. 정말 고맙습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좋은 사람이 되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헤어지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것도 정말 중요하다. 우리는 떠나는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만나는 기간 동안 좋은 경험이 많았어도, 뒷모습이 아름답지 않은 사람은 떠올릴 때마다 욕 <?>이 나온다. 그건 연인뿐 아니라, 가족, 친구, 지인 모두 마찬가지일 거다.
<나로 살아가는 오늘>
사랑하는 사람과 오늘을 살아가는 내가 참 좋다. 지금 바로 보이는 것이 없고, 가진 것도 별로 없지만,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그냥 나는 오늘의 내가 좋다는 거다. 예전의 나는 화려하고 젊고 아름다웠 <?>지만 항상 채울 수 없는 갈급함이 있었다. 그리고 매일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아 뭔가가 되어야만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들 덕분에 나는 오늘을 충분히 누릴 수 없었고, 감사할 수 없었다. 입으로는 감사를 이야기해도 진정한 감사가 무엇인지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몰랐다. 그냥 이것저것 아름답게 덧 씌워진, 덧 씌워질 나를 기다리면서 조건형으로 스스로를 사랑했다. 그러니 변호사가 되지 못하고, 될 수 없는 내가 됐을 때 그 충격은 세상 모든 것을 잃는 듯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뭐. 되든 되지 않든 바뀌는 게 없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어차피 뭐가 됐더라도 오늘의 내가 나를 완전히 이해하는 순간은 오지 않았을 거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러니 지난 기간을 주신 신께(예수님) 진심으로 감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어차피 직업이라는 것도 AI가 본격적으로 일상에 들어오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있고, 달라지게 될 테니. 실패도, 아픔도 경험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얼마나 내가 소중하고, 가질 수 없는 시간과 경험들을 얻게 된 것인지 이제는 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오늘을 온전히 내 것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누구의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는 나로 살고 싶다. 그런 면에서 토오루(남편)님은 정말 내가 나로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얼마나 예쁜 말들을 내게 해 주는지 가끔 눈물이 줄줄 난다. 정말. 나도 예쁘고, 좋은 말들을 가득하는 내가 되어야겠다고 남편을 보면서 생각한다.
오늘 하루를 살자. 온전히. 나를. 오늘을 사랑하면서 살자.라고 내가 내게 오늘을 허락하면서 오늘을 시작한다. 이제 나는 나로 사는 게 참 즐겁고, 기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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