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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과 인생>


물가상승으로 이제는 김밥 세트를 구입해 직접 만드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됐다. 그래서 김밥이 먹고 싶으면 8천 원 김밥 세트를 구입한다. 8천 원이면 요즘은 김밥 두 줄 정도 겨우 살 수 있다. 재료를 사서 집에서 만들면 10줄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한번 재료를 사면 냉장고에 재료를 보관해 두면서 매 끼마다 먹고 싶은 만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적어도 3끼 정도는 거뜬히 해결 가능하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꼬마김밥을 가장한 일반 김밥을 가득 만들었다. 김밥을 만들기 전 가장 중요한 건 적절한 수분을 가진 고슬 밥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밥에 소금, 후추, 침기름(들기름), 매실액을 적당히 넣고 양념을 하면 김밥의 70%가 완성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밥을 잘못 안치면 아무리 맛있는 속 재료를 가득 넣어도 맛이 별로다. 그러니 좋은 쌀로, 적절한 수분을 가진 고슬 밥을 신경 써서 만든다. 요즘은 좋은 밥통 하나면 김밥용 밥을 안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예전에 봤던 책 중 김밥 사업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동네 김밥 집에서 전국 체인점 사업까지 한 사업가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다. 김밥을 만들 때면 항상 그분이 책에 담았던 글들이 생각난다. 그분은 김밥의 가장 기본이자, 핵심은 쌀과 밥의 수분도라고 했다. 그리고 그 책을 보면서 김밥을 참 많이도 만들었다. 여러 번 김밥을 위한 밥 안치기를 실패해 보면서 기본이 되는 밥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험으로 배웠다.

김밥도 그렇지만, 인생도 기본이 참 중요하다. 안 보인다고 해서 대충 하면 정말 중요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간관계든, 하루 생활이든, 집안일이든 아주 사소한 곳에서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김밥을 가득 만들어서 토오루(남편)님과 맛있는 식사를 했다. 김밥과 라면, 떡볶이만 준비했을 뿐인데 식탁이 참 풍성해진다. 김밥을 먹을 때면 김밥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생각난다. 그중 어릴 때 소풍날 아침 맡았던 고소한 김밥향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기억들을 따라가며 김밥을 먹으면 맛이 배가 된다. 참 음식과 삶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그러니 나도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김밥 향이 나는 소풍날 아침을 꼭 선물해야지.라는 마음을 먹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매일 마주하고, 함께 시간을 걸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 모른다. 매일 아침 그를 위해 커피를 내리고, 사랑을 속삭이는 행복한 아침을 선물한다. 그러면 나도 두배로 행복을 선물 받는다.

고소하고 맛있는 김밥을 만들어 나눠 먹으면서 김밥에 담긴 서로의 기억을 나눈다. 그리고 우리 만의 기억도 함께 쌓는다.

오늘도 행복했어요. 고맙습니다. 나는 많은 목표들이 있는 데 그중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사를 선물하고 사랑을 나누는 매일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그래서 김밥을 위해 밥에 신경 쓰는 것처럼, 나의 유일하고 소중한 가족인 남편을 사랑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랑이 아니라, 남편이 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살피고, 그것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사랑이라는 김밥을 만들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신뢰, 애정, 상대가 원하는 사랑을 가득 담아 정성 들여 매일을 열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매일 조금씩 맛있는 재료를 더해가면서 우리 만의 김밥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서로에게 행복을 선물한다.

그래서 나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삶이 풍성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매일 한다. 오늘도 행복했다. 무엇인가 할 수 있어서, 살아있어서, 나를 만나서, 내 삶에 그대가 있어서. 다양한 이유들이 재료가 되어 인생이라는 김밥이 풍성해지고, 풍요로운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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