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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다.>



⁠1. 꿈 속에서 헤매다. 



꿈을 꿨다. 오랜 만에 학교가
배경으로 나왔다. 어두웠다. 
법대 뒷 골목은 왜 현실이든
밤이든 그리 어두운지 모르겠다.

등불하나 없는 곳에서 조금
더 밝아 보이는 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친구들
편으로 건너가기 위해 
바닥을 봤다. 두덩이로 나눠진
언덕을 건너야 했다. 깊고
어두워 보였다. 나는 건너려고
도움닫기를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두덩이 땅 사이 깊게 
파인 곳으로 데굴 데굴 
굴러 떨어졌다. 


떨어진 곳에서 기어나왔다. 
몸 이곳 저곳 상처가 났다. 
어떻게 나온지도 모르겠다.
나오자 반대편에 있던 친구들
중 두어명이 내 곁으로 왔다.
그녀들이 토오루를 찾는 걸 도와
줬다. 오른쪽 손가락 가운데가
세도막으로 부러져 있었다. 
부러진 손가락들을 모아
대충 끼워 맞췄다. 부스러진
손가락 뼈들이 날카로웠다.


오른손을 왼손으로 받쳐 위로 
들고 토오루를 찾아다녔다. 
나를 본 토오루는 손가락 윗 살
들이 많이 사라졌다며 가위를
빼들었다. 그리고 병원에
가기 전 자기 살을 잘라서
가져 간다고 했다. 내 뼈위에
붙여준다고 말이다. 

꿈 속에서 나는 그에게서
가위를 빼앗았다.  잠에서
깼다. 번쩍이는 가위가
얼마나 날카롭던지 심장이
흔들렸다. 한참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마음이 복잡했다.



2. 그랬었지.


토오루는 항상 그랬다. 
내 일에 누구보다 진심을
다해 화내 줬다. 언제든.
그리고 나의 가능성을 누구
보다 믿어줬던 사람이었다. 
내가 아프면 나보다 아파하고,
화가 나면 나보다 화를 냈다. 
자신의 행복을 쪼개서라도
내가 행복하길 바래준 사람
이었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래서 나는 막다른 골목
이라고 느낀 곳에서 그를
내 삶에 받아 들였다.
가족 보다 더 가족이 되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꿈에 나와 자신의
살을 잘라 내게 준다니. 나는 
놀랐다. 침대에 누워 한참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꿈이
내게 뭘 보여주려고 했던 
걸까. 나의 행복을 최선을 다해 
선택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이 들었다. 


과거 내가 했던 선택들에서
피해를 고스란히 토오루가
져야 했던 상황들이 떠올랐다.
내가 옳다고 느낀 것들에 
토오루는 보이지 않게 나를 
지지해 줬다. 그리고 비난
하지 않았다. 선택을 존중했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지지해 줬다. 그러나 내가
했던 많은 선택들 중 다수
토오루에게 심각한 피해를
줬다. 그때들이 생각났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내가 나를 포기하면 결국
그 몫을 지는 건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는 구나. 

나는 토오루를 지키기 위해
나의 행복을 지키기로 했다. 



3. 그 자리에 있어준 사람들

 


1년 만인가. 한번 연락없이
지내다 갑자기 전화를 드렸다. 
서울 목사님. 여전히 그녀를
찾는 사람은 많았고, 여전히 
바쁘셨다. 어딘가로 가고 있는
그녀와 한참 대화를 나눴다. 
아니, 일방적으로 내가 내 
이야기들을 늘어놨다. 최근에
이사한 이야기, 달라진 일상,
글쓰기 모임 등 한참 혼자
떠들었다.  어제는 그녀의
생일이었다. 생신 축하드린다는 
입 인사만 드리는 게 죄송했다. 


서울에 올라가면 맛있는
거 먹자는 내게 그녀는

"엄마가 사줘야지. 
맛있는 거 사줄게."

라며 내게 보고 싶다고 
말해주셨다.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나를
숨기기 전 마지막으로 그녀
에게 연락을 한 건 언제일까.
그럼에도 어제 만난 사이처럼
느껴졌다. 항상 같은 그 자리
에서 나를 위해 기도하고, 
서 있어준 사람. 그녀를 생각
하면 항상 눈물이 났다. 살면서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준 사람들
중 한 분이기 때문이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진짜 크리스천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알게 되고야 만다.

"보고 싶다. 딸.
엄마도 흘러가는 사람이야.
부담갖지 말고 예수님
안에서 샬롬이야. 샬롬."


내게 많은 걸 준 사람이다. 
준 것보다 받은 게 유일하게
많은 사람 중 한 분이다. 
다 갚을 길이 없다. 라는
표현이 얼마나 깊은지
또 알게 된다. 


어제 만난 듯 나를 안아주는 
그녀가 너무 고마워 눈물이 
났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나를 안아준 사람. 나도 그녀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깜(감)이 안 되서 안 될지도 
모르겠다. 역부족이다.
존경하고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 엄마는 항상 그런 
사람으로 내게 머물러 주셨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마음
으로 있어준 사람들.
토오루, 서울 목사님.

마음이 든든해졌다. 
한참 나도 모르게 허기가
졌는데 안 먹어도 배가
부르구만. . 고마워요. 


조금 더 쉬어가도 괜찮다.
조금 더 늦어도 괜찮다. 
내 속도대로, 천천히 굴러
가다보면 닿는 곳이 있겠지.

꿈 속을 헤매는 토오루 
곁에 누워 꿈이야기를 했다.

"너를 지키기 위해 
나를 지키기로 했어.
난 네게 내 행복을 위해 너를 
포기하게 하지 않을거야."


아침이 와 간다. 
오늘이 시작됐다. 

마음이 푸근하다.


#나답게살자
#괜찮아늦어도
#그자리에있어준사람들
#나도누군가에게그런사람이
#따뜻한사람이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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