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덮밥을 만들면서 생각정리>
이연복 셰프 님의 계란덮밥을 그대로 따라 해서 만들었다. 완두콩은 없어서 병아리콩을 넣었다. 그래도 정말 맛있었다. 남편이 정말 맛있게 먹어서 완벽히 따라 하기 위해 다음 날 팽이버섯을 샀다. 팽이버섯을 사면서 남편이 좋아하는 목이버섯도 샀다.
말린 국산 목이버섯을 사서 물에 담가 뒀다가 소스를 만들 때 같이 넣었다. 목이버섯은 쫄깃한 식감과 맛이 좋아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다. 목이버섯에는 식이섬유도 많아서 몸에도 좋다. 국산과 중국산 목이버섯의 가격이 2-3배 정도 나는데 남편이 먹을 거라 국산을 샀다.
요리를 하는데 드는 시간은 5분 정도다. 정말 만들기 쉬운 요리가 아닐 수 없다. 평소 요리를 더 쉽게 하기 위해 기본 재료들을 잘 정리해 둔 덕분에 더 빠르게 요리를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계란덮밥을 만들었을 때는 첫 번째 만들었을 때 보다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었다. 연습이 됐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소스를 만들 때 목이버섯을 가득 넣었다. 목이버섯을 넣었기 때문에 소금 간을 살짝 더했다.
기본 밥에는 멸치가루, 표고버섯가루, 새우가루를 커피 스푼으로 1스푼씩 넣고(전부 국산으로 샀다.), 거기에 참기름, 들기름, 참깨, 간장, 매실액, 조미김을 넣고 비볐다. 남편이 말하길 어릴 때 먹었던 보크라이스(상품명) 가루를 넣어 만든 맛이 난다고 했다. 어찌나 잘 먹던지 기분 좋았다. 볶음밥보다 더 맛있었다. 나도 덕분에 맛있게 먹었다.
덮밥 위에 올라가는 달걀부침은 접시에 따로 담아 그 위에 소스를 부었다. 밥 위에 조금씩 소스와 달걀부침을 올린 후 양념 깻잎을 올려 먹으니 꿀 맛이었다. 아무래도 이 음식은 자주 해 먹을 음식이 될 것 같다.
요즘은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요리들이 유튜브에서 전부 찾아볼 수 있어 좋다. 쉽고 간편하게 알려주고, 누구나 있을 법한 재료들로 요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구독 버튼을 눌러두니 좋아하는 요리사님들의 요리들이 수시로 유튜브에 떠서 무료할 때 본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멍하게 있고 싶을 때 요리 영상을 자주 본다. 그러면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엌에 가 있다. 뭐든 마음만 있으면 배우고 실천할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세상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 줄 수 있어 행복하다. 어릴 때 항상 했던 고민이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였다. 어릴 때부터 진짜 가족이 갖고 싶었기 때문에 사랑하고, 사랑받는 관계를 꿈꿨다(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간절하게 바랬다.). 제대로 된 부모님이 안 계셨고, 결핍을 많이 경험했던 유년 시절 덕분에 나는 나중에 신랑을 만나면 신랑의 부모님을 꼭 내 부모님처럼 사랑할 수 있고, 사랑받는 분들을 만나겠다고 다짐하고 오랫동안 기도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항상 그리 달콤하진 않다. 아무래도 내가 가진 것이 없어 더 그렇겠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정신과 선생님이셨던가, 심리학자 선생님이셨던가. 그분의 강의에서 시어머님들 중 며느리에게 '내 딸이 되어다오.'라는 말을 하는 분들이 계신다고 했다. 그러나 정말 딸이 되려면 그 딸이 사랑도 못 받고, 엄마라고 할 만한 사람이 존재했어도 그런 관계를 경험하지 못한 결핍을 가져야만(실제로 존재해도 나쁜 엄마였거나,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거나) 시어머니를 온전히 엄마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사랑하고, 사랑받는 참 엄마가 존재하는 며느리에게 시어머니들이 딸 같은 며느리, 딸이 되어다오.라고 한다면 며느리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현실은 학대하는 엄마가 한 명 더 생기는 거라고.
그 말을 듣고, 내가 왜 그리 과거 남자친구의 부모님과 남편의 부모님에게 집착했는지 깨달았다. 나는 엄마가 정신적이든, 실질이든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어머니들 중에는 딸 같은 며느리라면서 정서적으로 학대하고, 함부로 대하시는 분들도 꽤나 있으신 것 같다. 그러니 수많은 며느리들이 정신과와 심리상담센터를 찾겠지. 그리고 관련 영상이 그리 많을 수밖에 없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법륜 스님 강의에도 정서적, 육체적으로 학대받은 며느리들의 상담이 꽤 많기 때문에 그분들의 목소리와 마음에 참 많이 공감했다. 그리고 많이 배웠다.
오늘의 나는 오늘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하고, 내가 즐겁고, 사랑할 수 있는 상대와 즐거움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매일을 산다. 나는 남편과 매일 2시간 이상 수다를 떨기 때문에 내겐 남편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이자 가까운 사람이다. 그래서 남편에겐 어떤 말도 할 수 있고, 공감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남편이 행복해하면 나도 모르게 행복이 전염돼서 들어온다. 과거에 어떤 가족을 경험했든, 어떤 가족을 꿈꿨지만 뭐가 이뤄지지 않았든, 오늘의 나는 유일한 가족인 남편만 있으면 충분, 충만하다는 생각을 하며 매일을 산다. 그러니 피곤해도 매일 아침 일어나 남편을 살뜰히 챙기고, 쾌적한 공간을 위해 집 안을 꾸준히 정리하고, 정돈한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내 것이 아닌 것은 일찌감치 내려놓고, 오늘의 행복을 감사하며 매일을 살아간다. 기도했던 것들 중 대부분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뤄지지 않은 것에도 하나님의 섭리와 사랑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하나님은 옳으시니까. 내가 가장 행복해할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아시는 나의 아버지시니까. 하나님께서 내게 이뤄주시지 않은 것들 덕분에 나는 이제 더 이상 현실에서 아빠, 엄마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하나님 한 분으로 충분하니까. 이젠 하나님과 토오루(남편), 내가 있으니 모든 것이 감사하고, 만족스럽다. 그리고 하나님은 토오루(남편)님을 내게 보내주셨으니 그것 만으로 나는 이미 복에 복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추가로 붙이자면 요즘 같은 세상에 나 같은 과거 이력을 가지고 있고(집안이 엉망인), 심리적으로 결핍되고, 돈도 없고, 직업도 없고, 나이도 많은 여자를 사랑하며 행복을 선물하는 남자가 얼마나 있겠는가 라는 생각을 매일 한다(나도 20대에는 내가 이 나이에 직업이 없을 거라는 걸 상상조차 못 했다. 커리어우먼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잘못된 곳에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쓴 덕분에 내 인생을 스스로 망친 케이스라고 해야겠지.). 유튜브에는 결혼 관련 채널이 많이 있어서 30-40대 분들의 결혼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러면 나는 거기에 발가락 하나도 못 넣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리고 커리어우먼이 됐다고 해서(전문직이 되어도) 30대 중 후반이 되면 결혼시장에서 좋은 조건이 못 된다는 것, 사랑은 꿈속에서만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았다. 그러니 나는 결혼시장에서 보면 최저 등급도 받을까 말까인데도 세상에서 나를 가장 존귀하다 말하는 남편과 살고 있으니, 일단은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살 날이 구만리니 직업을 위한 준비는 이제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어차피 요즘 시대에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으니까. 참 다행인 세상에 태어나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태어날 때 가진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로또 몇 장 정도는 가지고 있었으니 대한민국 이 시대에 태어난 게 아니겠는가 싶어서다.
오늘 글은 여기서 끝. 남편 자랑 많이 해서 미안하지만, 우리 남편 정말 좋은 사람, 배울 점이 많은 사람, 존경할만한 점을 많이 가진 사람이다. 이제 주말이니까 남편과 신나게 놀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