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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1. 30. 목. AM 5:18.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를 읽고 기록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책을 읽고 기록을 시작한다.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를 읽고 정신 건강 의학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눈으로 볼 수 없고, 진단도 쉽지 않은 정신 건강을 우리는 끊임없이 사수하기 위해 매일 노력하며 산다. 현대인에게 정신 건강은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스트레스와 복잡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매일 정신을 부여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눈에 보이는 상처가 아니기에 참 쉽지 않다. 나 역시 총체적인 건강을 지향하면서 정신 건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그 와중에 찾아와 준 책이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다. 다 읽고 오히려 더 고민에 빠지게 됐다. 정신 의학과 심리학의 경계만큼이나 정신과 신체의 건강의 경계를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신의학과 심리학이 나란히 손을 잡고 발전해 가야 하는 학문들인 만큼 정신건강과 신체 건강 역시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1. 신체질환과 정신질환의 경계가 무엇인가?

뇌는 신체인데, 뇌가 겪는 질환은 정신 질환에 속한다. 그렇기에 신체 질환과 정신 질환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촉망받는 기자였던 수재나 캐헐런이 스물네 살의 나이에 정신질환 오진을 경험하게 되고, 운이 좋게도 신체 질환임을 빨리 발견해서 원래의 삶을 찾게 된다.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그녀와 같은 질환을 겪었던 환자들이 오진으로 삶을 완전히 잃은 경우가 많음을 알게 됐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얼마나 아찔했는지 모른다. 의사 분들마다 진단이 조금씩 다르고, 쓰는 약이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는 오진으로 언제든 신체, 정신건강을 빼앗기듯 잃을 수 있다. 과거 나 역시 살인 사건 피해자가 되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으면서 정신과를 찾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정신의학에 대한 고민이 참 많았었다. 신체질환으로 인해 나타난 증후 때문에 정신과 약을 먹고 정신과적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언제든지 있다. 정신 의학에서 처방받은 약 때문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을 매체들을 통해 발견할 때면 안타까움과 두려움 마저 든다. 보이지 않는 질환이기 때문에 어떤 의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향후 치료와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재나 캐헐런이 한 “온전한 정신과 정신 이상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까?”라는 질문이 한동안 마음에 계속 떠다녔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질문이 로젠한 실험으로 이끌면서 나 역시 그녀를 따라 로젠한에게 닿았다. 뇌의 병과 마음의 병 사이의 경계선에 대한 물음이 책으로 깊게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2. 정신건강의학의 역사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책 속에서 따라가며 알게 된 정신건강의학의 역사가 아찔하게 느껴졌다. 과학과 의학, 그리고 의학이라는 믿음이 가져온 미신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있었을까. 우리가 밟아온 역사 속에서 과학과 의학은 끊임없이 발전하며 의학이라는 믿음 속에 자리 잡은 미신들을 제거해 왔다. 그래서 과거 의학이라며 자행된 희생들이 의학 역사에 오롯이 새겨져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현재 이뤄지고 있는 많은 정신의학 진단들도 가깝고 먼 미래에 제거되는 진단들이 있진 않을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언제든지 정신 문제를 겪을 수 있기에 나 역시 이 부분의 희생자가 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 정신과 약을 한 주먹씩 진단받아먹어야 했던 때가 생각나며 몸서리가 쳐졌다. 약으로 사람의 흥분과 두려움, 슬픔을 잠깐 낮출 수는 있지만 보이는 증상의 낮춤이 건강으로 가는 길이 아님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한 의사의 진단 속에서 나도, 우리도 언제든지 정신 의학의 희생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찔하게 새겨진 정신 의학의 역사가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뇌의 일 부분을 절제당하고, 전기의자에 앉아 척추와 목뼈가 부러지고, 약을 너무 많이 먹은 없던 신체질환까지 겪어야 했을 과거의 정신 의학 속 희생자들이 눈앞에 현실처럼 펼쳐졌다. 로즈메리 케네디에 대한 이야기는 분노를 넘어 아픔까지 느껴졌다. 언젠가 봤던 정신과 병동의 학대 영화들 속에서 봤던 영상들이 진실인 양 두려움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로젠한의 실험 속으로 파고든 저자의 탐구에 이끌려 책을 따라 다급히 쫓아갔다.


3. 로젠한의 실험 미스터리

법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로젠한이 스스로 정신 병원에 잠입한다. 그의 실험정신에 엄청난 감탄을 했다. 초반 부분에서 그의 행동과 글들을 따라가며 얼마나 흥미진진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가 투입한 8명의 가짜 환자들의 내용들이 정신 의학의 비리를 밝히는 듯해서 기쁨까지 느꼈다. 로젠한과 그를 둘러싼 정신과 병동이 대칭을 이뤄 선과 악을 그려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후반 부로 진입하며 이상함을 느낀다. 로젠한이 원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로젠한이 정신 의학에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일까.라는 생각에 오히려 그의 정신건강에 대한 의심을 하게 된다. 저자는 로젠한의 실험을 그림을 그리듯 차분히 설명해 간다. 정신 병원의 모습, 그 안에서 이뤄졌던 일들, 로젠한의 하루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건강을 찾고 싶은 착한 사람들이 오히려 병원에서 망가져 가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그러다 로젠한의 실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여덟 명의 가짜 환자를 저자가 찾아가는 모습 속에서 저자의 고민을 함께 하게 됐다. 로젠한이 대체 정신 의학에 무슨 짓을 한 것일까. 로젠한은 왜 끝내 실험 내용을 마무리하지 않은 것일까. 숨겨진 가짜 환자들의 내용은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 걸까. 로젠한 덕분에 전문 정신과 의료 병동이 줄어들고, 의사 수도 줄고, 오히려 정신의학이 퇴행하면서 치료를 받아야 하고 받을 수 있었던 환자들이 교도소에 수용된다. 오히려 범죄자가 되고, 정신 건강을 잃게 되고, 지켜져 오던 인권마저 말살된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 실험이 소설인지 실제인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저자가 만난 가짜 환자들의 유령들을 쫓으면서 로젠한이 정신의학에 뿌려놓은 독약에 몸과 마음이 떨린다. 저자가 430쪽 책 중반에서 ‘데이비드 로젠한의 개인사와 직업적 이력을 오랫동안 파고들었지만 나는 그가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르겠다. 데버러 레비 의사가 그의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혼란스럽다. 리 로스의 말처럼 그는 “살짝 다른 맥락에 놓이면 살짝 다른 사람”이 되었다. 어떤 면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그는 영웅으로도 악동으로도, 사기꾼으로도 카산드라(예언자)로도, 이타적 지도자로도 이기적 기회주의자로도 볼 수 있다. 430쪽.’의 글처럼 나도 로젠한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로젠한이 이뤄놓은 정신의학의 퇴행이 안타까웠다. 정신의학 역사 속에서 희생당한 희생자들만큼, 로젠한 실험으로 퇴출된 정신의학의 자리가 건강을 되찾고자 노력하는 환자들을 범죄 영역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4. 정신건강의 방향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을 읽으면서 조현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 피해야 하고, 무서운 질병이라고 생각했던 조현병이 오히려 쉽게 내려질 수 있는 병명일 수 있다는 시각을 갖게 됐다. 정신 의학의 역사만큼 오늘도 정신 의학은 심리학과 함께 나란히 발전해 가고 있다. 신체 질환이 정신 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도 의학의 발전 과정일 것이다. 그리고 정신 질환이 신체의 병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도 우리는 나이가 들어가며 철저하게 알게 되고, 배워간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과 신체 건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가 육체를 입고 살아가는 이 순간에도 신체와 정신은 모호한 경계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건강을 유지해 간다. 보이지 않는 정신의 상처를 해결하도록 하기 위해 신체는 기능을 멈춰 마음과 정신을 돌보도록 이끌기도 하고, 신호를 준다. 그러니 총체적인 건강을 위해 우리는 신체와 정신을 함께 돌보고 치유해 가야 한다. 로젠한이 정신 의학에 뿌려놓은 오물 덕분에 어쩌면 정신 의학이 오히려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로젠한 덕분에 정신과 병동의 순기능과 치료들이 오히려 훨씬 발전된 형태임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정신과 병동에 대한 오해도 많이 풀리게 됐다. 수재나 캐헐런을 따라가며 알게 된 진실과 질문들이 아직도 마음을 쟁쟁하게 울린다. 정신의학이 발전해 가는 만큼 개인인 나도 스스로를 지키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공부해 가야겠다. 는 다짐을 하며 책을 덮었다. 저자 덕분에 정신 의학사와 정신 건강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할 수 있어 멋진 시간이었다.


책을 보내주신 북하우스 출판사와 수재나 캐헐런 저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인디캣 책곳간님께도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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