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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지만 타인입니다>


원정미 지음

서사원


가족이라는 단어는 뭔가 목에 돌이 걸린 것처럼 불편함을 줬다. 가족이 주는 느낌이 참 따뜻하지 않았다. 무겁고, 불편하고, 아픈 느낌을 줬던 단어가 오늘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따뜻한 느낌을 준다. 가족이 되고 싶고, 가족이 갖고 싶었던 나는 거의 30년을 헤매고 또 헤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마음에 확 하고 박혔다. 읽고 싶어. 읽어야 할 것 같아.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오늘부터 읽기 시작한다.

가족이 되고 싶어서 내가 할 수 있는 노력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었던 과거가 있었다. 그리고 노력을 비웃듯 가족이 되었으면 했던 사람들은 나를 더 많이 이용하고 아프게 할 때가 많았다. 내 잘못이 아닌 것을 내게 덮어 씌우기도 하고, 자신들의 싸움에 나를 세워두고 희생양으로 삼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싸움이 끝나면 언제나 그랬듯 따뜻한 가족적 느낌으로 내게 달콤한 말과 맛있는 음식을 제공했다. 가족이 주는 메시지는 항상 극과 극이었다. 얼어붙을 정도로 차갑고 날카롭거나, 녹아내릴 만큼 달콤했다. 덕분에 나의 건강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노예가 되어 들쭉날쭉 했고 급기야 모든 알레르기를 갖게 됐다.

사람 알레르기. 사람들은 실제로 사람 알레르기를 겪고 있지만 그게 사람 알레르기인지 알지 못한다고 한다. 역기능 가정에서 태어나 역기능 가정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희생양으로 자랐던 내가 선택한 인연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나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아프게 했다. 한 번은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에게 그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그냥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살아주면 안 될까? 내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해 주면 좋겠어. 내가 죽을 수도 없고, 그 사람들을 죽일 수도 없잖아. 그러니까. 내가 없다고 생각하고 알아서들 살아주면 좋겠어... 제발.."

나는 정말 간절했고, 간절히 내게서도 그들에게서도 잊히길 원했다. 가슴과 목이 메고 돌덩이를 삼킨 것처럼 목소리가 갈라졌다. 지금에 와서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과거에 녹음해서 들었던 내 목소리는 내가 아닌 것 같다.

오늘의 나는 누가 만나도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밝고 유쾌하며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고 나를 만난 최근의 사람들 모두 그렇게 말했다. 내가 정말 행복한 가정에서 모든 행복을 누리면서 산 사람 같단다.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보면 모든 치유의 열쇠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게 맞는구나 싶다.


그들은 내게 말한다. 뭔가 내게 힘이 있다고, 끌어당기는 느낌이 있다고, 목소리에서도 행동에서도 자신감과 행복의 기운이 느껴진단다. 그래서 내가 그렇다고 하면 정말 그럴 거 같다고 그래서 하라는 대로 하게 된단다(나는 사람에게 뭔가를 추천하고 도와줄 때 상대방을 최대한 많이 배려하고 상대방의 이익을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며칠 전 만났던 80대 할머니와의 일화도 곧 소개할 생각이다.


오늘의 내가 되기까지, 그리고 진짜 가족을 만들고 나서 행복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되기까지 나는 많은 것들을 놓고, 울고, 보내고, 용서하는 일들을 반복했다. 그럼에도 그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울어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고, 보낸다고 해서 보내지 지도 않았으며, 용서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용서를 외쳐도 내 안의 진짜 나는 용서할 수 없다고 날카롭게 외쳐댔다.


이 책을 펼쳐 읽으면서 저자가 원했던 행복과 나의 행복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로 했다. 무엇을 어떻게 담고 있을까. 다시 시작된 내 인생을 이제는 누군가의 소모품으로 살고 싶지 않다. 아무리 좋은 것도 누군가에 의해서 선택당해지고 싶지도 않다. 아무리 궂은 길이어서 후회하더라도 내가 선택하고, 내가 원해서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 그게 삶이든, 관계든, 음식이든, 가족이든 나는 내 인생에 들일 모든 것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 그래야만 한다.


읽기 시작한다. 또 한 번 업그레이드될 나를 기대하며. 시작.

#가족이지만타인입니다
#원정미
#진짜행복을찾아서
#가족안의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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