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의 실제 삶에서 비롯된 기억과 감정,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심리적 통찰을 바탕으로 구성된 에세이입니다. 등장하는 인물과 실제 인물은 일치하지 않으며, 모든 인물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저자는 이 글을 통해 과거를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네고자 합니다. 본문의 내용은 저자의 주관적 시각에 따른 해석이며, 법적 사실을 단정하거나 특정 인물을 지칭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가제: <가족편〉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아>
<부제: 코디펜던트 가족 탈출기> 프롤로그 쓰기

프롤로그
상처에서 자유로, 의무에서 선택으로 가족이라는 감정의 언어 속에서 길을 잃었던 한 사람이 자아와 회복을 향해 걸어온 심리적 여정
가족이라는 말 앞에서 나는 자주 숨이 막혔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건네지는 말과 표정, 그 안에 숨어 있는 권력과 침묵의 강요 앞에서, 나는 늘 입을 다물었고, 괜찮은 척했다.
‘그래도 가족이잖아.’
‘참아야 네가 편해져.’
‘용서해야지, 네가 좋은 사람 되는 거야.’
그 말들이 너무 익숙해서 한동안은 그 말들 안에 내가 있는 줄 알았다. 그 속에서 나는 점점 작아졌고 내 마음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았다. 사랑이 폭력으로, 연민이 통제로, 용서가 강요로 바뀌는 장면들을 수도 없이 겪으면서, 나는 조금씩 부서지고, 사라져갔다. 그러다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어졌을 때, 나는 비로소 받아들였고 받아들여야 했다. 가족이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경계가 있다는 것, 가족이기에 함부로 해도 된다는 믿음은 그 자체로 폭력이라는 것을.
그 후로 나는 어떤 용서도 더 이상 강요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미덕이 아니라 다시 나를 잃게 만드는 감옥이었다. 그래서 나는 용서하지 않기로 했다. 적어도 지금은.
그 결정은 누군가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를 보호하고 싶었고, 더는 내 삶을 죄책감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다. 이제 나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던 끈을 하나씩 천천히 풀어내는 중이다. 억지로 웃던 얼굴, 침묵하던 목소리 대신 진짜 내 마음을 꺼내어 본다. 내가 선택한 가족, 내가 허락한 관계, 그리고 내가 다시 사랑하기로 한 나 자신을 천천히 풀어내본다.
이 책은 그 여정의 기록이다.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선택한 한 사람이 자기 인생을 다시 쓰기 시작한 이야기다. 그러니,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다. 기억이 잊혀지지 않아도 마음이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늘도 나는 스스로를 다독인다. 진짜 회복은 나를 존중하는 사람들 속에 나를 놓아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되니까.

목차
가제: <가족편〉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아
부제: 코디펜던트 가족 탈출기
프롤로그
‘상처’에서 ‘자유’로, ‘의무’에서 ‘선택’으로 나아간 Grace의 여정
(가족이라는 감정적 언어 속에서 길을 잃었던 한 개인이, 자아와 회복을 향해 걸어온 심리적 여정.)
1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상처들
가족 체계 속 얽힘과 감정의 왜곡, 그 심리적 메커니즘을 들여다보기
1. 가족이라는 이름의 상처
혈연이라는 이름이 만든 구조적 폭력
2. 가족이라고 상처를 허락하지 마라
가족이라는 이유로 참아야 한다는 믿음의 해체
3. 사랑이라는 말의 함정에 주의하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통제의 언어
(Emotional manipulation, Gaslighting)
4. 불쌍하지 않은 걸 불쌍하다고 말하지 마라
감정의 무효화(Emotional invalidation)와 2차 피해
5. 가족 내에 형성된 내 역할을 점검하라
역할고착(Role entrapment)과 삼각관계(Triangulation)
6.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아
연민은 선택이지만, 용서는 강요가 아니다
2부. 나의 진짜 신념을 세우기 위해 – 경계 짓기와 믿음 바로 잡기
생존을 위해 만든 내면의 신념체계를 들여다보고, 새롭게 정의하다
1. 나의 핵심신념이 무엇인지 파악하라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내가 만들어낸 생존의 신념들
2. 미성년자를 돌보지 못하는 건 죄지만, 효를 다하지 못하는 건 죄가 아니다
돌봄의 책임을 왜곡한 문화적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3. 타인의 시선에 갇힌 나를 구하라
사회적 자아와 진정한 자아 사이에서
4. 돕고 싶다면 나를 먼저 도와라
심리적 경계 설정과 자기 돌봄의 윤리
3부.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정의하다
가족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기까지의 시간
1. 가족은 모두에게 따뜻한 단어가 아닐 수 있다
가족의 이상화와 현실 사이의 괴리
2. 구가족과 신가족을 구분하라
태어난 가족과 선택한 가족 사이에서의 경계 설정
3. 자녀는 부모가 선택해서 태어난 가족이다
부모됨의 책임, 사랑보다 먼저 존재하는 결정
4부. 용서도 내 속도대로 가야 한다
가장 마지막에 도달하는 회복의 단계, 그 속도는 온전히 나의 것이다
1. 가장 먼저 용서해야 할 건 바로 나 자신
스스로를 연민하지 말 것
2. 스스로에게 행복과 자유를 허락하라
자기 연민이 아닌 자기 인정을 선택하는 순간
에필로그
가족을 다시 정의하는 것에서 치유는 시작된다
사랑의 이름 아래 스스로를 잃어갔던 시간을 넘어, 이제 나를 회복하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