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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빵과 토오루 님>

<내 인생 편안하였다고>



  오늘 아침 남편이 서울 출장을 갔다. 서울에 간 이유는 법률 사무소를 법무법인으로 전환하면서 대표 변호사님, 황 변호사님과 함께 서울 법무법인 사무소에 계신 분들과 만나 예배를 드린다고 했다. 오늘이 지나면 이제 정말 법무법인이 된다. 하나님의 축복과 인도하심이 가득한 법무법인 사무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날이 오늘이라는 생각에 내 마음도 두근거렸다.

  이른 아침부터 준비해 나간 남편을 배웅하고 밀려놨던 '폭삭 속았수다.' 드라마를 봤다. 드라마 속에 관식이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볼 때마다 참 내 남편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래서 드라마를 볼 때마다 애틋하고 따뜻했다. 그리고 관식과 애순의 이야기를 통해 내 삶을 다시 읽을 수 있는 귀한 시간들을 보내 참 행복했다.

  애순이라는 인물을 볼 때면 엄마 생각이 나서 오늘도 어김없이 드라마를 보다 펑펑 울었다. 그리고 한참 마지막 화를 보는 중 남편이 벨을 눌렀다. 찬기가 가득 묻어있는 남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안자, 남편은 맑은 얼굴로 내 품에 빵 상자를 안겨줬다. 대표 변호사님께서 사주신 빵이라며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남편 얼굴 속에 드라마 속 인물인 관식의 따뜻함이 있었다.

  살면서 친절한 사람보다 불친절한 사람을 많이 만났다.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이 내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이름과 친척이라는 이름으로 내 삶과 마음을 갉아먹었다. 어릴 때부터 다정함보다는 차가움과 쓸쓸함을 내 것으로 느껴서인지(성인이 돼서도 비슷한 사람들을 애석하게도 잘 골라 만났다. 어쩌면 선택된 것인지도 모른다.) 남편이 내게 다정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 드라마를 보면서 어쩌면 오늘의 봄을 맞이하기 위해 쓸쓸함과 쌀쌀함이 그리 많았나라는 생각을 했다.

다정한 남편을 내 삶에 보내주신 하나님.. 정말 감사해요..

  요즘 나는 삶이 별거냐.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살다 보면 살아지는구나.라는 생각도 하고. 내가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도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였다는 걸 깨달았다. 그걸 깨달은 후 더 이상 대단한 사람이 되겠다고 스스로를 밀어붙이지 않아 삶이 가볍다. 그리고 예전처럼 사람과의 관계에 집착하지 않는다. 어차피 인간관계라는 것도 인연을 따라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난주 주말 남편과 함께 나들이를 나갔다가 한 가게에서 6-7년 전에 인연이 닿았었던 아주머니를 만났다. 과거 학교에서 공부할 때 내게 책 한 권 사 보라며 고운 손을 내밀어 주셨던 분이셨다(그분의 편지를 지금도 가지고 있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도무지 모르겠는 그분은 나를 계속 안다고 했고, 나는 그분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을 끊었다(이상한 종교를 전도하려는 사람인 줄 알고 빨리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분이 나를 알아본 이유는 내가 10년 전과 같은 모습이라서였고, 내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한 건 노화로 눈 뜨는 힘이 부족해져서 눈 치료를 하시면서 보수<?>를 하셨단다(아주머니라고 했지만 사실은 만 65세 이상이신 분이시다.). 그제야 나는 그분이 한때 내게 고운 손을 내밀어 주셨고, 나와 많은 대화를 나눴던 청소 아주머님이라는 걸 알았다. 사실 모른다고 여러 번 말했기 때문에 그냥 가셔도 되는데, 아주머니는 나를 계속 아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그분은 내게 책을 사주시고, 나는 그분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셔서 추우실까 봐 겨울용 부츠를 사드렸던 것을 여전히 기억하고 계셨다. 나를 얼마나 반가워해주시던지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서로 원수 안 지고, 나쁜 짓 안 하고, 좋은 인연 맺으면 이렇게 또 만나면 반갑고 좋고 그러제."

라는 아주머니의 목소리와 얼굴에서 애정과 반가움이 가득 느껴졌다. 모른다고 연거푸 말했던 것이 무척 쑥 스러웠다. 근처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남편을 불러 아주머니와 인사를 마저 나누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또 언젠가 어디서든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자며 가게 안에서 아주머니를 배웅했다. 아주머니는 여전히 자전거를 타고 다니신다고 하시며 유쾌하게 손을 흔들고 가셨다.

  정말 우연한 곳에서 우연한 만남을 하고 그 만남이 특히 반갑고 좋은 기억을 준 사람인 경우 얼마나 행복한 기분을 가져다주는지 알게 됐다. 그래서 앞으로는 가능하면 남편처럼 다정한 사람이기로 했다. 삶에서 또 어떤 모습으로 인연이 이어질지 모르니까.

  아주머니와 만남 후 만남에 대해 더 가볍게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좋은 사람은 또 만나게 되고, 나쁜 인연이라고 생각했던 관계 속에서도 배우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봄보다 추운 겨울일 때가 훨씬 많았지만 언젠가 나도 드라마 속 인물인 애순의 나이가 되면 '내 인생 참 편안하였노라고. 참 따뜻했다.'라고 남기고 가고 싶다.

  인생에 나를 사랑하는 단 한사람 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살아갈 수 있다고 이제 나는 단 한 사람인 남편 덕분에 삶이 참 따뜻하다. 그 따뜻한 기록을 이곳에 남긴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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